[스웨덴 영화제] (스포) 3일차 차터 / 베리만 아일랜드
3일차에 개막작과 스웨덴 영화의 거장 다큐를 보게 되었습니다.
매진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매진되지는 않았더군요.
차터
<헤어져도 우리는 이어져있어>
사미블러드의 아만다 셰르넬 감독님 작품이라는 것만 믿고 봤는데, 사미블러드와 이어지는 주제가 보여서 반가웠습니다.
사미블러드와 차터의 두 여주인공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불만족스럽거나 갑갑한 현재에 만족하기 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서 행동하는 여주인공들이라는 점입니다.
사미족이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라플란드를 떠나서 도시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서 떠나는 사미블러드의 엘레마리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남편과 갑갑하기만한 설원 속에서 취직조차 할 수 없던 스웨덴 북부 마을에서 벗어나 가정을 떠나서 스톡홀름에서 일하는 차터의 알리세가 서로 이어집니다.
전작인 사미블러드와 함께 기획되어서인가, 작품의 연속성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영화의 시작은 마치 더 길티처럼 엄마와 아이들의 통화내용으로 시작되는데, 자막만 뜨고 영상은 전화를 끊은 뒤부터 시작됩니다.
한밤중에 울먹이는 아들 빈센트의 전화에 떨어져있는 엄마는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지만, 답변은 들려오지 않고 딸이 전화를 건네받고 전화는 끊어집니다. 그 뒤부터 긴장한 엄마의 모습이 쭈욱 비춰집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일을 끝낸 뒤 바로 타는 열차안에서도 어머니의 긴장감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설원이 끝없이 펼쳐진 스웨덴 북부 마을 어딘가에서 내린 알리세는 어느 집으로 향하지만, 남편에게 문전박대 당합니다.
두 사람이 어떤 상황인지는 영화 진행되면서 설명되는데요. 두 사람은 현재 이혼 중인 상황이고, 양육권을 두고 법적 소송을 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아이들과 떨어져서 한동안 보지 못한 상황이고, 엄마는 아이들이 무사한지 보고 싶어하지만 그럴수가 없습니다.
설원 속의 풍경은 아름답지만, 의상부터 화면의 모든 색깔이 블루톤으로 우울해보이고, 심장까지 얼어붙을 듯한 눈빛의 마을 사람들과 법정 심사관들과 남편의 눈빛까지 싸늘하기만 합니다.
아이들을 볼 수 없게 되자 하룻밤 묵을 곳을 찾는데 그 사람과의 관계와 눈빛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영상은 알리세의 뒷모습과 옆모습, 중앙에서 뒤돌아보는 표정과 음악으로 긴장감을 더해줍니다.
양육권 때문에 아이들이 무사한지 자꾸만 걱정하면서 초초해하는 알리세의 모습은 심리스릴러의 느낌이 큽니다.
아이들이 아빠에게 뭔가 좋지 않은 일을 당한 것인가 상황을 추리하고 추측하게 하는 부분도 있는데,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 잘 모르게 되는 지점도 존재합니다.
엄마의 성격이 뭔가 즉흥적이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해보이는 부분도 있어서, 아빠가 이야기하는 부분이 맞는 것인지 추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학교 앞에 가서 아이들을 차례차례로 만나보지만, 아이들의 분위기도 뭔가 이상합니다.
그러던 엄마는 결심을 하고 아들과 딸을 설득해서 열차를 타고 카나리아 제도의 섬으로 갑작스러운 휴가를 일주일간 갑니다.
엄마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딸은, 반항하고 가지 않겠다고 하지만 어느순간 엄마와 함께 가고 있습니다.
설원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탈출하는 엄마의 모습은 몹시 불안하면서도 홀가분해보이기도 합니다.
휴양지에서 가서도 엄마를 낯설어하는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있으면서, 마음을 열게 됩니다.
엄마도 아이들을 감싸주면서 어떻게든 마음을 풀여주려고 애씁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가라오케 가게에서 아이들과 함께 노래부르면서 화해하는 장면인데, 아이들과 함께 부르던 <사랑받는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라는 노래 가사가 굉장히 절박한 엄마의 마음을 나타내면서도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느낌으로 다가와서 좋았습니다.
비오는 날 딸과 함께 앉은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눈처럼 얼어붙었던 딸의 마음도 비처럼 녹은 것 같아서 대단히 멋진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설원 속의 우울하고 서늘한 푸른 톤이 아니라, 따뜻함이 느껴지는 초록색톤과 밝은 톤의 의상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그렇게 편하게 흘러가지 않고, 남편은 아이들을 실종신고해서 좋지 않은 상황으로 자꾸만 흘러갑니다.
아이는 왜 울면서 엄마에게 전화했을까요? 엄마는 그 사실을 자꾸만 숨기는 아이들에게 물어보게 되고, 경찰에게 붙잡혀가거나 양육권 분쟁에서 점차 불리해지는 상황 속에서 아빠와 함께 있으면서 좋지 않은 상황은 있었던 건 아닌지 증거를 수집하려 합니다.
아이들에게 엄마의 불안함을 고스란히 전달하게 되고, 그 가운데 알게 되는 전화 통화의 진실과 혼자 끙끙 앓고 있는 사춘기 딸의 심각한 고민도 알게 됩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안정을 추구하려는 아빠와 두번 다시 예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알리세는 서로 물과 불같은 관계입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눈앞에 두고 있는 아이들은 불안해하고,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봐 두려워합니다.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엔딩까지 보면서 일반적으로 흘러가던 통상적인 스토리가 아니어서, 새로웠습니다.
양육권 다툼이라는 갈등이 심리적 스릴러로 느껴질만큼 긴박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그 안에서 보이는 남편과 알리세의 상황들도 쉽게 판단할 수 없었기에 어떤 상황인지 짐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보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꼭 함께 하지 않는다고 해서 영원히 헤어지는 건 아닙니다.
때론 행복을 위해서 보내줘야 하는 상황도 생기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계속해서 죄책감을 느끼면서 인생을 힘들고 슬프게 살아야 할까요?
다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면서 힘을 내고 다시 만날 수 있을 때를 기약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많이 등장하지만 않지만 냉혹하면서도 상당히 이성적인 남편으로 등장하는 스베리르 구드나슨.
눈빛에서 아이스빔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영화 끝난 뒤 게스트토크도 매우 흥미진진했었습니다.
티켓 인증샷
베리만 아일랜드
<자발적 거리두기를 선택한 거장의 삶과 영화 이야기>
포뢰섬의 풍경이 담긴 제 7의 봉인.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영원히 사랑받는 거장 잉마르 베리만.
(제 7의 봉인과 화니와 알렉산더보면서 그냥 잠자버린 1인으로...컨디션 좋을 때 재도전해봐야겠구나 싶은 감독분입니다.)
나레이션을 듣고 있노라면, 혼자있고 싶으니 다 나가주세요의 장소로 선택한 섬에서의 삶을 다루고 있는 작품인가봅니다.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맘에 들어서 보게 된 작품입니다.
스웨덴 영화제가 열리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잉마르 베리만 감독이었던 만큼 의미있는 작품일 꺼 같아서, 그리고 속세를 뒤로 하고 섬 속에서 은둔하면서 살았다는 감독이 살고 있는 섬을 방문해서 직접 찍은 다큐라니 궁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들과 자발적 거리두기가 필요했던 세계적인 영화 거장의 선택 포뢰섬에서의 삶과 잉마르 베리만의 영화와 인생에 대한 다큐입니다.
이 다큐를 보면서 영화는 감독의 가장 사적인 내면 고백의 작업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감독님의 작품은 달랑 두 편만 봤는데, 영화 첫 시작부터 자기 시작해서 엔딩에서 깨는데, 영화를 이해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는 게 대단한 점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주제 의식이 명확하신 것 같습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 좋아하는 것들, 부모님에 대한 기억들 그 모든 것들을 작품을 통해서 형상화했습니다.
특히, 부모님과의 불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어머니도 아버지, 두분에 대한 기억이 전혀 아름답지 않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화니와 알렉산더나 사라방드를 통해서 드러냈는데, 화니와 알렉산더는 아주 예전에 봐서 다시 감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비비 안데르손이 나오거나 여배우들이 나오는 장면들을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시면서 행복해하셨습니다.
젊었을 때의 모습을 보니 함께 그 시절로 되돌아간 거 같은 느낌을 받으셨나봐요.
페르소나에서 비비 안데르손과 리브 울만이 함께 하는 영화였는데, 영화 작업전에는 비비 안데르손과 사귀다가, 영화 작업 후에는 리브 울만하고 사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페르소나가 갑자기 급 보고 싶어지더라구요.
대략적으로 어떤 작품인지는 유튜버 라이너님의 해설을 들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영사기를 처음 받게 되었던 때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거장.
당연히 탐내고 간절히 받을 줄 알았던 선물을 형에게 선물하고, 곰인형을 선물받았을 때의 모멸감을 쉽게 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굉장히 어린 시절이고, 아마도 너무 어린 나이여서 이모는 형에게 선물해준 게 아닌가 싶지만, 양철 병장놀이를 좋아하는 형에게 기회는 단 한번 뿐이라고 생각해서 양철 병장 150개와 교환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거장의 영화 인생은 시작되었습니다.
기억력이 너무 좋아서 모든 것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지만 뒷끝은 없으시다고 이야기하시지만, 쉽지 않은 성격일 것 같다는 건 다큐를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다큐에서 나오는 음악들도 포뢰 섬에 어울리는 서정적인 피아노곡들이었고, 그의 영화 속에서 나왔던 음악들 같았습니다.
전용극장 하나쯤은 기본 아닌가요? 하면서 자랑스럽게 개인 극장을 보여주는 거장.
자식들과 아이들이 모이면 상영회를 곧잘 열곤한다는 거장님. 진정 부럽더라구요, 개인 전용 극장을 따로 만들다니.
역시 사람은 돈이 많아야 하는구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황량하지만 아름다운 포뢰섬의 주민들은 베리만 감독님을 매우 배려해서 외지인이 섬에 감독님을 찾아오면 집 주소를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집안의 모습이나, 전부인들이나 함께 작업했던 배우들의 이야기들도 흥미로웠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충격받았었던 탈세 혐의라던가, 덕분에 스웨덴을 떠나서 독일에서 작업했던 이야기까지 제가 잘 몰라서 궁금해지는 부분들을 작품을 보면서 풀어가고 싶은 생각이 절로 생겼습니다.
이 다큐보니, 잉마르 베리만 감독 작품에 갑자기 도전하고 싶어지네요.
이 영화 속에서 85세의 나이로 등장하시고 이후 몇년 뒤에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피부와 손이 몹시 고왔던 분으로 영상 속에서 비춰졌습니다.
손이 정말 험한 일 한번 안해본 것 같은 진정한 섬섬옥수로 주름 하나 안 보였습니다.
영화 끝나고 진행되었던 시네 토크에서 감독님과 그 작품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부분들이 많아서 많은 부분을 알아갔습니다.
죽음과 종교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한 감독님의 작품 세계와 삶에 대해서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티켓인증샷, 시네토크에서 좋은 질문이라고 칭잔받고 받은 텀블러.
쥬쥬짱
추천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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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세계적인 거장이 같은 마을에 산다면 그 사람이 잘 지낼 수 있게 배려할 수 있을 것 같기도해요.
마지막날 & 사람들이 붐비는 모습에 괜시리 마음이 놓이더라구요.:)
영화제 준비하시느라 고생 많으셨고 내년에 또 만나요!
마을 사람들 의리가 대단하네요. 후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