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영화제] 9/26 영화공간주안 '나의 아빠 마리안', '미나의 선택' (스포)
서울 쪽으로 갔어야 했는데 그 기간에는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서
스웨덴영화제 마지막 날 왕복 5시간 정도 걸리는 인천 '영화공간주안'으로 갔어요.
곳곳에 포스터랑 포토존을 아기가지하게 꾸며놨더라고요 ㅎㅎ
9/26 영화공간주안에서 제가 첫빠로!! 티켓팅을 해서 제가 원하는 좌석을 골랐어요. 멀리 온 게 보상이 되네요 ㅎㅎㅎ
핸드폰 스트랩에 보이는 말 그림은 '달라호스(Dala Horse)'를 뜻하는데 달라호스는 행운을 가져다 주는 걸로 스웨덴에서 유명하죠.
예전에 지인이 달라호스에 영감을 얻어서 그걸 엽서로 제작해서 저한테 액자에 넣어 선물해 준 적이 있어요.
'나의 아빠 마리안'은 이전부터 확고하게 보고 싶어서 픽스해뒀고, 두번째 영화를 '미나의 선택'으로 할 지 '런 우예 런'으로 할 지
영화관 도착할때까지 계속 고민했어요. 런 우예 런이 더 제 취향일 거 같은데 한 편은 훈훈한 영화 보고 싶었고,
다른 한 편은 대조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척박한 느낌이 드는 영화를 보고 싶어서 고민 끝에 '미나의 선택'으로 택했어요.
근데 사알짝 아쉬운게 서울처럼 영수증이 아니라 종이티켓이면 더 좋았을 거 같아요 ㅠㅠ
영화 보러 들어가기 전에 직원분이 친절하게 핀크리스프 주시는 걸 보고 이번 영화제에 많은 신경 쓰셨구나 느꼈어요.
직원 분들이 다들 친절하게 응대해주시고, 생각보다 공간에 비해 직원 배치가 많아서 놀랐어요.
SNS 인증하면 주는 노랑색 옷은 첫날에 이미 소진이라 아쉽게도 못 받았어요. 그래도 SNS 인증은 착실하게 했습니다 ㅎㅎㅎ
영화 시작 하기 전에 짤막하게 스웨덴 안내 영상이 나오는데 기념으로 하나 찍어봤어요.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 나의 아빠 마리안 - 리뷰 (사진 출처 : 유통사 trust nordisk)
딸 역할로 나오는 한나는 약자의 편에 서서 부당함을 폭로하는 기자가 되서 권력을 뒤흔드는 기사를 쓰는게 목적인데
대도시 스톡홀름에서는 그녀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죠.
그녀의 남자친구 토비가 베카랑 바람을 펴서 그녀는 결국 갈 곳을 잃고 그녀의 부모님이 있는 소도시 알린가사스로 가게 되죠.
아버지 라쎄 야콥손은 그 지역의 명망있는 목사였어요(근데 건물 느낌이 성당 같고, 복장이 신부님 같더라고요)
한나는 아버지 덕분에 취직하게 된 지역 신문사 첫 출근날에 집에 있는 진한 살구색 스카프를 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아버지의 정체성에 대한 힌트가 나오게 되더라고요.
라쎄가 파랑색이랑 주황색 계열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매번 선택하는 옷에 그 색들이 있더라고요.
라쎄는 본인의 진짜 모습을 억압했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그 동안 어떻게 참았나 싶을 정도로 확 본인을 들어내게 되요.
라쎄는 영화 초반 쯤에 한나에게 본인이 목사가 된 이유를 본인은 외로운 아이였기에 마음을 터 놓을 상대가 필요했다고 말하더라고요.
라쎄는 성정체성 문제를 겪고 있었지만 그 누구보다 훌륭한 아버지상이었어요.
한나에게 '정말 장하다. 우리 딸. 넌 정말 용감해' 등 늘 따뜻하고 예쁜 말만 해줬고, 가족들을 최우선에 두려고 하더라고요.
라쎄가 블루 꽃 원피스를 입은 채로 저녁에 현관문 밖을 나가는데 그때 라쎄의 표정이 참.. 뭐라 하기 힘들 정도였어요.
라쎄는 그 이후 수염도 깎고 점차 자식들에게 본인의 모습을 솔직하게 들어낼 준비를 하게 되요.
라쎄는 본인의 여성적인 모습을 '마리안'이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처음에 한나는 '마리안'을 라쎄의 본 모습인지 모르고 제3의 여자로 오해를 해요.
하지만 '마리안'은 당당히 본인을 들어내고 복장 도착증도 아니고 이게 본연의 모습이라 주장합니다.
마리안은 본인 동료인 군냐르에게 본인을 성도에 빗대서 온전한 자신으로 못 살까봐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상담을 하는데
이때 군냐르가 마리안에게 하나님은 우리 그대로를 사랑하신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하나님도 사랑할 수 있다..라는 말을 해줘요.
저는 마리안이 본인의 모습을 솔직하게 들어낼 수 있었던 건 주위의 이런 좋은 사람이 많아서 그런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리안은 아내 에바에게 본인 60살 생일선물로 라쎄의 모습 말고 '마리안'의 모습으로 식사에 참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해요.
아들 다비드는 원래 뇌에 잘 거치지 않고 말하는 스타일이긴 한데 아버지의 '마리안' 모습을 보고
이제 레즈비언 부부냐 아빠가 마리안이면 난 요나스다 등등 망언을 해요. 여기서 마리안은 난 네 아빠다 라고 말해주죠.
이 말이 이 영화의 정답을 말해주는 거 같다고 느꼈어요. 라쎄의 모습이던 마리안의 모습이던 그는 다비드와 한나의 아버지죠.
한나는 처음에 부모님 집에서 함께 있고 싶었는데 추후 아버지의 모습을 못 견디고 돌아가신 할머니 집으로 가게 됩니다.
마리안은 할머니 집에 있는 본인 7살 사진을 보면서 드레스를 입고 예쁘게 찍고 싶었다 라고 말하면서
본인 어머니는 절대 본인의 본 모습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하죠.
추후 마리안이 왜 이렇게 가족들에게 본 모습을 보여주려는지 이유가 나오는데
어머니에게 못 받은 본 모습에 대한 응원을 마리안은 자식들에게 주려고 했다고 해요. 그래서 늘 마리안은 자식들을 응원합니다.
한나는 본인의 하찮아 보이는 커리어와 죄다 유부녀인 친구들 사이에서의 불편함 그리고 아버지의 라쎄와 마리안의 간극 속에서 혼란을 겪고
폭발하게 되는데 결국 아버지를 인정하게 되고 마리안보고 예쁘다 말해주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마리안은 한나에게 금요일에 같이 시내를 나가자 했지만 거절 당해서 혼자 나가는 씬이 있는데
여자의 모습으로 처음으로 낮에 나오는거라 사람들의 시선을 초반에는 의식하지만
점점 당당하게 시내를 활보하고 와인까지 먹는게 멋지더라고요 ㅋㅋ
한나의 직장동료 아이샤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본 모습을 들어내고 예배까지 진행하는 모습이 참 신기했어요.
영화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처음에 스웨덴 소개 영상 내용처럼 성향 차별이 별로 없어서 그런건지
이렇게 쉽게 남들이 마리안의 본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게 신기하더라고요.
후반부에 트렌스젠더 성희롱 하는 부분이 가슴 아프더라고요.
하지만 주위에 편견 없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성희롱 하는 사람을 비난 하더라고요.
우리나라였으면 과연 주위 사람들이 저런 편견에 맞서서 도와 줄 수 있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웨덴이 영화에 나온 것처럼 저렇게 편견이 별로 없는 곳인가 궁금해지더라고요.
마지막에 진주 귀걸이를 하고 나오는 마리안은 진짜 눈부시게 예뻐서 그 모습을 보는 저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어요.
한나가 마리안의 모습을 단계별로 수용하는데 처음에는 음악을 틀면서 눈을 감으며 '부정'
그 다음은 촌스러운 코듀로이 자켓 입은 아빠가 그립다며 '분노'
마지막은 마리안에게 활짝 웃어주며 예쁘다고 말하면서 '수긍'
한나의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과 시선이 흐름과 너무 잘 맞아서 좋았어요.
그리고, 마리안의 역할을 했던 '롤프 라스가드' 배우가 '오베라는 남자'의 오베 역할을 하셨더라고요.
마리안에서는 진짜 예쁘고 따뜻한 느낌인데 오베는 고집불통에 세상 불만 잔뜩인 캐릭터로 나와서 나중에 찾고 나서야
둘이 같은 배우인 걸 알게 되었어요. 진짜 연기 잘하시더라고요.
감독이 롤프 배우님을 마리안 역할로 하게 된 이유가 헤어 스프레이에서도 나왔고 드라마틱함을 더 주기 위해서
덩치 큰 배우를 마리안으로 하고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후반부에 마리안의 동료 군냐르가 마리안의 프랑스어 어원이 마리아나인데 여성을 뜻하는 단어라 하면서 잘 어울린다 말해주더라고요.
'나의 아빠 마리안' 감독님인 모르텐 클링베리는 배우이자 감독이라서 이 영화에서 카메라맨인 '프롬헬' 역할을 했더라고요.
영화 끝나고 감독 인터뷰 나왔을때 카메라맨이랑 닮았는데..? 싶었어요. ㅋㅋㅋ 윗 이빨이 되게 예쁘시더라고요.
모르텐 클링베리 감독님은 이 영화 주제가 어려울 수는 있어도 복잡하고 무겁게 표현하지 않고자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마리안이 무거운 성경이나 소크라테스 말보다는 유명한 로맨스 코미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 명대사들을 말하게 해요.
제 예상대로 영화가 진짜 진짜 좋았어요. 인천까지 온 보람이 있더라고요 ㅎㅎㅎ
- 미나의 선택 - 리뷰 (사진 출처 : 스웨덴영화제)
나의 아빠 마리안과 미나의 선택을 서로 비교하면서 봤어요.
나의 아빠 마리안에 나오는 남편을 최고의 친구라 칭해주고 그의 어떤 모습이던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엄마 에바와
자식들의 어떤 모습이던 사랑으로 응원하는 아빠 마리안 사이에서 보호 받는 다비드와 한나랑은 대조적으로
미나는 어머니가 술꾼이라 위탁 가정을 전전하면서 어렵게 컸더라고요.
그래도 잘해줬던 집이 있었다 마지막 집은 면허증도 따주게 했다.. 라고 하는데 ㅠㅠㅠ 참...
하필 '나의 아빠 마리안' 마지막 부분에 마리안이 빨강색 멋진 자동차를 끌고 와서 면허증 없는 한나에게 차 운전을 시키게 하거든요.
한나와 미나가 겹쳐지는 부분이 보이면서 참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어려운 가정에서 큰다고 다 삐뚫어지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따뜻한 그늘 아래에 있는 것과 그렇지 않는 건 선택에 큰 차이를 줄거라 생각해요.
미나는 집세를 오랜 기간 못 내서 극단적으로 약쟁이 토니의 8천 돈을 빼돌리는데(중간에 9천이라는 자막도 있어서 좀 헷갈림)
그래도 집에서 쫓겨나고 고등어 테비인 고양이와 함께 길거리에서 전전해요.
간호조무사였던 카티아의 도움으로 캠핑카 공동체로 가는데 거기의 삶도 그녀에게는 안정적이지 못하더라고요.
끼리끼리 만나게 된다고 캠핑카 공동체에 있었던 베넷(전 남편이라고 했던 거 같음)이 만난 약쟁이가 하필
뒷통수 쳤던 토니와 그의 윗 선 크리스테르 였고 처음에는 기지를 발휘해서 잘 도망쳤지만 나중에 잡혀서 또 약을 파는 삶을 살게 되더라고요.
약 판매 여러 건을 돈 갚기 위해서 미나가 위험을 무릅쓰고 해줬고,
마지막 건만 하고 손 털려 했던 미나는 마지막 건때 마약단속반에 쫓기다 차에 치이고 결국 보호소에 있는 카티아에게 SOS 하죠.
카티아는 처음에는 이번에 걸리면 아들을 볼 수 없으니 거절하지만 아들이 준 팔찌를 찾아준 미나가 자꾸 마음에 걸려서
결국 미나를 도와주는데 이 과정에서 마약단속반에 운 나쁘게 연행되게 되요.
미나는 어려워도 고양이를 키우고 자기를 버리고 떠났던 카티아에게 아들이 준 팔찌를 찾아주는 등 따뜻한 면모가 있어서
마약단속반 담당자랑 딜을 해서 자기를 도와준 카티아는 풀어주게 하고 본인이 숨겨둔 마약을 실토하게 되죠.
미나 순드크비스크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캠핑장 공동체도 파괴가 되요.
제가 미나의 선택에서 가장 울컥했던 부분이 잠깐 등장한 마약단속반 중 한 명이 미나 차에 들어갈 때 머리 조심하라고 말하면서
교통사고 때문에 다쳐서 피나는 머리 괜찮냐고 아프지 않냐고 물어봐주는게... 진짜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ㅠㅠ
돌봐주는 이 없이 들개처럼 생활하는 미나를 타인이긴 하지만 누군가 걱정해준다는게 제가 다 고맙더라고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고, 돈이 없는 상태가 진짜 무서운 거구나 느껴지더라고요.
전 아무리 무서운 영화를 보더라도 이런 상황들이 더 무서운 거 같아요.
미나가 한나처럼 자신을 응원해주는 따뜻한 가정이 있고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집을 가졌으면 삶이 어땠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스웨덴영화제 2편밖에 못 봐서 아쉬웠지만 정말 좋았던 시간이었어요. ㅎㅎ
내년에도 또 참여하고 싶네요!
설탕눈
추천인 3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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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후기는 남겼는데 깜빡하고 익무에서 이벤트 참여 댓글 못 달아서 당첨 기회 놓쳤는데
SNS에서 뽑아주셔서 넘넘 감사했어요♡ 경품 받으면 후기 남길게요!
아 그리고 모르텐 클링베리 감독님 아랫이빨 양 끝쪽 어금니들이 유난히 작은건지
없는...건지 ㅠㅠ 좀 안 보이더라고요. 괜한 오지랖 걱정이긴 한데 사알짝 걱정됐어요 ㅠㅠ
이빨 ㅋㅋㅋ 그렇게 집중해서 보는 편 아닌데 진짜 윗이빨 고르고 예뻐서
교정이나 라미네이트 하신건가?! 시선이 가더라고요 ㅋㅋㅋ 역시 배우 겸 감독님 답다 생각했어요!
후기 잘 봤습니다. 캠프에 소주병 같은 것도 보이고.. 왠지 친숙한 느낌이..^^
스웨덴도 차별 있는 거 보니 사람 사는 데는 다 비슷한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