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영화제] 영화제의 간단한 후기와 두편의 리뷰
영화의 전당 홈페이지를 둘러보는 건 저의 취미생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스웨덴영화제가 열린다는 사실은 꽤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ㅎㅎ
홈페이지 메인에 걸려있는 하얀 눈밭에 어떤 여자가 다급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는 스틸컷은 저의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아버렸고요
그래서 오매불망 기다리며 시간표를 열심히 짰습니다..^^ㅎㅎ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린 것 치고는 4편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렇게 본 영화들이 전부 만족스러워서 해피엔딩이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건 강렬한 스틸컷으로 제 마음을 빠운스바운스 하게 만들었던 올해 개막작 차터를 보지 못한 것이네요ㅠㅠ
일정이 맞지 않아 포기했는데 진짜 너무 아쉽고..
내년 스웨덴 영화제에서 차터를 상영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흑흑
그래서 차터를 보지 못한 슬픔을 두 편의 리뷰로 달래봅니다
<런 우예 런>
런 우예 런, 무슨 뜻일까. 제목에 흥미가 생겨 영화를 예매했다. 그리고 밴드의 연주와 함께 시작하는 영화는 신선하고 강렬하여 오프닝부터 눈을 사로잡았다. 파격적인 인상을 남긴 오프닝과는 반대로 우예의 일상은 평범하다. 출근하면 사회에 불만이 가득한 사람들의 푸념을 들어주고 직장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도 해야 한다. 퇴근하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필수이다. 우예는 그런 생활에 만족하는 듯 만족하지 않는 듯 애매한 태도이다. 그러던 어느날 우예는 병원에서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파킨슨 병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우예에게 그 병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고 우예의 인생은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다.
자신의 몸이 점점 통제를 벗어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예는 직장 동료의 조언을 받아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하나씩 지워나간다. 그러나 무엇 하나 쉽지 않다. 우예의 노력이 우예가 원하는 대로 결실을 맺지 않는 건 우예의 불편한 몸 탓이 아니다. 우예의 마음이 불편한 탓이다. 그리고 우예의 일상은 점점 무너지기 시작한다.
영화는 우예를 천천히 따라간다. 우리는 우예의 도전도 절망도 보게 된다. 그러나 막연히 응원만을 할 수도 없다. 우예는 몇 번의 도전에서 선을 훌쩍 넘기도 한다. 주위에 폐를 끼치면서 버킷리스트를 지워가는 모습은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지만 그래도 우리는 우예를 놓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우예의 진심을 남김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예는 분명 환자지만 <런 우예 런>은 우예의 고통을 세세히 보여주진 않는다. 대신 멀찍한 거리에서 우예를 천천히 따라가며 우예의 ‘병’보다 우예의 ‘삶’을 보여주며 우예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그러니 우리는 우예의 선을 넘은 행동을 보아도 우예를 놓지 않고 그의 인생에 따스한 박수를 보낼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이들과 함께 런 우예 런을 외치며 앞으로의 우예의 인생에 햇빛이 가득하길 바라게 된다.
<스톡홀름 스토리>
사연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우리 모두 마음속에 차마 쉽게 털어놓기 힘든 사연 하나쯤은 있다. 그런 사연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우리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그 사연을 넘어서기도 하고 어느날은 그 사연에 발목이 잡히기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스톡홀름 스토리>는 그런 사연에 인생이 매몰되기 직전의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은 각자의 사연에 인생이 얽매여있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만 그들의 인생엔 정답은커녕 정답에 비슷한 것도 없어 보일 정도다. 악연과 악습, 주변의 시선, 가족의 기대 등 무엇하나 좋아보일 것 없는 요소들이 차례차례 등장하여 인물들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간다. 그러나 그들의 인생의 작은 해답은 갑작스러운 ‘정전’과 함께 찾아온다. 이 정전은 누구에게는 우연이지만 누구에게는 사고였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넘어서야만 하는 인생의 숙제이기도 했다. 정전은 그들의 인생을 조금씩 바꿔놓았지만 그 정전 역시도 완벽한 정답은 아니다. 정전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을 뿐, 그들은 다시 자신의 사연을 짊어지고 사회로 나가야만 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해피엔딩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씁쓸한 맛이 남는다. 그러나 그 씁쓸함 뒤에는 반드시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정전처럼 또 다른 모습으로 인생의 힌트가 찾아올 것을 우리는 안다. 영화를 보는 내 인생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톡홀름 스토리>는 인생의 힌트가 어떤 모습으로 찾아와도 알아차릴 수 있도록 나와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였다.
<문 오브 마이 오운>과 <베리만 아일랜드>도 흥미로운 영화였어요! 그리고 제가 본 네 편의 영화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영화를 보고 나서 열심히 살고 싶단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는 거..? 등장인물에게 자극을 팍팍 받으며 제 인생도 열심히 가꾸고 싶어졌어요ㅎㅎ
관람료도 저렴해서 부담없이 볼 수 있어서 더 좋았어요 그 덕분인지 상영관에 사람이 많아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는 느낌이 들어 영화제 기분이 팍팍 났습니다!
그리고 익뮤에서 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으니 시간이 맞지 않아 놓친 영화들이 더 아른거리네요
어쩔 수 없이 내년 스웨덴영화제를 기다릴 수밖에 없겠네요 ㅎㅎ
추천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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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리뷰 감사합니다 😙 너무나 멋진 리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