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사라졌다] 피곤할 땐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영화
보는 내내 따라가지 못해 끌려가는 영화 오랜만이네요..
제목과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판타지 장르에 대한 기대감이나 시작 전 감독 인사에서 강조한 미스테리가 마구 섞여서 판타지도 미스테리도 아닌 정말 신비하기 그지없는 미지의 것을 조우한 느낌입니다.
휴대폰으로 촬영한 듯한 개봉 인사 영상에서 감독님이 깨발랄 하셔서 리드미컬한 미스테리인가? 했는데 아주 이완된 속도로 흘러가는 작품이었습니다. 초반부 사운드가 딱 떨어지는 편집이 좋아서 배경음악이 없이 가는 작품인가 했는데 등장인물이 튼 음악에서부터 어느 순간 배경음악이 풍부하게 쓰였는데도 참 고요하니 느른하게 흘러갔습니다.
초반부터 방문 마사지사인 주인공의 모습이 나오는데 마사지 부럽다.. 하면서 저도 모르게 정신이 이완되며 집중력을 잃기를 수차례, 기이하게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제정신을 차렸습니다. 모든 분들이 그럴 거 같지만 gv가 반드시 필요한 작품이고, 다시 보자니 두렵고, 그렇습니다.
(이하 스포)
수수께끼의 최면술사이자 출장 마사지사인 제니아의 정체만큼이나 이 부촌은 특이합니다. 잘 관리된 2층 저택이 똑같은 모양으로 줄 지어진 모습은 그들의 부유함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공간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통창을 통해 서로를 엿볼 수 있는 거리감까지) 연립 주택 단지처럼 느껴집니다. 아이들이 스쿨버스로 함께 이동하고 서로 교류하는 것과 달리 각 집의 어른들은 교류하지 않으며 각자의 외로움과 고통에만 연민을 보내는 것도 이 양가적 감상을 더합니다. 아이들의 은밀한 사업도 깨끗해 보이는 정돈된 마을 풍경과 이질적입니다. 수목장이나 문 앞 장식같은 은유도 그렇지만 각자의 영역에서만 살아가는 이들이 제니아의 최면 속에서는 같은 숲을 방문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 각각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유일한 매개체인 제니아가 그들에게 무엇으로 치환될 것인가 고심하게 됩니다.
미스테리한 등장과 행동, 퇴장까지, 옴니버스나 다름 없는 각 저택의 이야기를 잇는 중심축 제니아가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7살이었던 것, 폴란드와 복잡한 관계에 있는 현지인들에게 외국인 혐오를 받는 우크라이나 출신인 것, 초능력과 추적자의 존재(몽타주 진짜 안 닮았다 생각했는데..), 발레리노처럼 우아한 몸짓, 그가 인도하는 부유하는 먼지로 가득찬 심상의 숲이 마치 물에 잠긴 듯해 보이는 이유, 어머니의 존재 등 어느 하나 풀이된 게 없어 프리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편으로 마지막 장면과 이어 보았을 때 그냥 제목 그대로의 존재라면 우리가 언제고 잃어버릴 수 있는 일상의 것을 상징하기에 의미심장한 겉 이야기는 가득 안겨주고 해설해줄 필요는 없어보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은 쪽지에 쓰인 제니아Zhenia 이름의 첫 글자가 ❄️모양이었던 것. 이후의 이야기들과 연결되는 디테일이었어요.
마지막 장면은 진짜 놀라웠는데 폴란드가 이걸? 싶으면서도 아 폴란드라서 그런가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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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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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와.... 뭔가 시사회평이 다들 어렵다고 느끼신듯한?!!
찾아보니 판타지, 구글엔 코미디로 되어있던데...^^; 엄청 난해한가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