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후기...연비 안나오는 역할의 원톱 주인공 캐릭터
영화를 보고 나서 떠오른 생각이, 이 영화는 작품의 수준이 높고 낮고를 떠나서 흥행은 어렵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 예술 영화로써 이런 작품을 만들겠다고 한다면 만들어보라고 하겠지만 상업 영화로써 이런 작품을 만들겠다고 하면 만들지 말라고 할 영화입니다. 이것은 원톱 주인공 영화로써의 뼈대 구축에서 상업 영화에서는 금기시해야할 요인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준경이 원톱 주인공인 영화입니다. 태윤, 보경, 라희 모두 분량에서 준경에 비교가 안됩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주요 내용은 준경을 중심으로 벌어집니다. 인물들의 관계도 역시 준경이 중심입니다.
준경은 태윤, 보경, 라희와 모두 밀접하게 연관되어 등장합니다. 태윤과 보경 사이의 밀접도는 상대적으로 미약합니다. 라희는 준경 이외에는 연관되는 사람이 없습니다. 어떻게 보더라도 이 영화는 준경이 원톱 주인공입니다.
제목에 연비 안나오는 역할의 원톱 주인공 캐릭터라고 했는데, 연비 안나오는 역할이란 분량은 많은데, 임팩트와 매력은 떨어지는 역할을 말합니다. 보통 이런 역할은 주연에게는 부여하지는 않고 조연에게 부여되는데. 이러한 역할이 주연에게 부여되면 꽤나 많은 사람들이 혹평을 하게 됩니다. 인질의 반소연이 전형적인 연비 안나오는 역할입니다. 분량은 3~4 순위인데 매력과 임팩트는 꼴찌 수준이거든요.
이 작품은 크게 전반부, 중반부, 후반부로 나뉩니다. 그 중 준경이 이끌어가는 부분이 없습니다.
1. 전반부의 핵심 등장인물 : 라희
전반부는 청춘물 로맨틱 코미디의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보는 재미는 가장 좋은데, 작품 전체적으로 보면 가장 문제가 많은 부분입니다.
전반부에서 라희와 준경의 관계는 라희가 리드합니다. 라희가 먼저 준경에게 다가가고, 그런 라희에게 준경은 휩쓸려 다닙니다. 라희의 주도로 주요 사건들이 발생하고, 준경이 결과를 보여줍니다.
전반부에서의 문제는 준경의 천재 캐릭터성 구축의 실패입니다. 분명 천재적인 모습은 보여줍니다. 그런데 천재성을 보여주는 과정이 하나도 묘사되지 않습니다. 그냥 얘 천재니까 5분만에 수학 시험 문제 술술 풀어내고, 배 아파서 컨디션 최악이라도 수학 경시 대회 1등하고, 신호등 뚝딱 만들어내고 이런 식이죠. 이러니 그것을 보는 사람도 아 그냥 그런가보다...합니다. 그래 천재겠지뭐....이런 감흥으로밖에 남지 않습니다. 반면에 허당 캐릭터성의 구축에는 그 과정을 보여줍니다. 편지는 사투리로 쓰고, 받아쓰기 서툴고, 장학 퀴즈 문제는 하나도 못맞추고, 라희 아버지가 찾아왔을 때는 지레짐작으로 오해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죠. 이러니 그것을 보는 사람도 허당 캐릭터에 대해 더 깊게 각인합니다.
천재성을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한 부분이 신호등을 만드는 부분입니다. 저 장면을 왜 저렇게 스르륵 넘겨버렸을까란 아쉬움이 있습니다. 준경은 학생입니다. 신호등을 설계해서 그대로 제작할 능력도 재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기존에 있던 것들을 이래저래 줏어와서 조합해서 만들어야겠죠. 그러니 신호등에는 이러이러한 기능이 필요한데 이 기능은 여기에서 이 부분을 가져다가 만들고, 저 기능은 저기에서 저 부분을 가져다가 만들고...이런 식으로 상세 설명이 들어갔다면 관객에게 준경은 허당끼가 있지만 천재인 사람으로 각인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런 내용은 없었으니 관객에게 준경은 허당끼가 있지만 천재인가보지뭐...인 사람으로 각인됩니다. 원톱 주인공 캐릭터의 매력을 심각하게 깎아먹는 것이죠.
전반부에서 보여주는 준경과 라희의 관계는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와 유사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평강 공주만 바뀌어가면서 끝까지 지속됩니다.
2. 중반부의 핵심 등장 인물 : 보경
라희가 전학을 가면서 이제 평강 공주의 역할은 보경이 맡게 됩니다. 보경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고, 준경이 하는 행위도 보경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집을 떠나지 않으려는 이유와 양원역에 집착하는 이유 모두 보경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준경을 달래고 어우르고 깨우치게하는 보경이 있죠. 이 부분부터 가족 드라마로 장르가 변경됩니다.
3. 후반부의 핵심 인물 : 태윤
후반부의 평강 공주의 역할은 태윤이 맡게 됩니다. 준경과의 갈등에 대한 이유는 태윤을 통해 밝혀지고 그 갈등의 해소 역시 태윤을 통해 이루어지죠.
평강 공주 3명이 돌아가며 바보 온달 1명을 성장시킵니다. 이러니 임팩트가 남는 것은 3명의 평강 공주이지 1명의 바보 온달이 아닙니다. 원톱 주인공이 조연 3명보다 매력이 떨어지고, 임팩트가 떨어지니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원톱 주인공의 모습이 아닙니다. 일반적이라는 말은 뒤집어 말하면 무난하다는 말이며, 일정 수준의 퀄리티는 보장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이지 않은 길을 가면 일반적인 길을 갔을 때보다 뛰어났을 때는 호평을, 그러지 못했을 경우에는 혹평을 받을 것을 각오해야겠지요. 전반부, 중반부, 후반부 각각 볼만한 부분이 있고 스토리의 연결성도 그다지 흠잡을만한 부분은 없으나 원톱 주인공이 전반부, 중반부, 후반부를 하나로 아울러 이끌어나가지 못해 각자가 따로 노는 부분이 있고, 원톱 주인공의 매력과 임팩트가 부족하여 흥행하기에는 어려운 요인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메인만 맛없는 코스 요리 같은 작품입니다.
엄청 당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