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스포) 양들의 침묵(1991) 리뷰
안녕하세요, 셰리입니다.
빌런(villain), 악당은 주인공을 막아서는 벽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 주인공보다 빌런이 더 매력적인 영화가 있습니다.
뛰어나지만 교활하고, 주인공과 대척점에 서면서 교감도 합니다, 독특하죠?
이러한 이유로 16분 출연하지만 극장을 나서면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 되지요.
한니발 시리즈 중 가장 먼저 영화로 나온 양들의 침묵을 리뷰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영화 정보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 1991)
장르: 범죄, 공포, 드라마, 서스펜스
감독: 조나단 드미
원작: 토머스 해리스 “한니발 렉터 시리즈”
출연: 조디 포스터, 안소니 홉킨스, 스콧 글렌 등
배급사: 오라이언 픽처스
줄거리
FBI 수습요원 클라리스 스탈링은 어느 날 국장인 잭 크로포드로부터 연쇄살인사건 수사에 참여하라는 통보를 받습니다. 희생자들은 모두 체구가 크고 피부가 도려내어진 채로 발견되는 공통점이 있는 여성들이었죠. 잭은 사건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인물인 한니발 렉터를 만나보라고 합니다. 렉터는 뛰어난 정신과 의사였지만 희생자의 인육을 먹는 잔인한 수법으로 9명을 살해한 엽기적인 살인자로 특별 수감소에 수감되어 있었습니다. 렉터는 스탈링과 만나자마자 스탈링의 체취, 옷차림, 간단한 대화 몇 마디로 그녀가 어디 출신인지를 파악하여 그녀를 놀라게 합니다. 렉터는 예상 외의 호의를 보이며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데요, 스탈링 역시 대화를 나누면서 정보를 얻는 한편 그 대가로 자신의 내면에 대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그러던 중 테네시 중 연방 상원의원의 딸이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상원의원은 범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조건으로 렉터를 더 좋은 시설로 수감할 것을 약속하죠. 그러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자 렉터는 이송과정의 허점을 발견하고 자신을 지키던 경찰을 잔인하게 식인(!)한 다음 탈옥에 성공합니다.
한편 스탈링은 렉터박사에게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범인의 거주지를 방문하고, 범인이 전기를 끊어 어두워진 건물에서 온 힘을 다해 마지막 결전을 벌입니다. 결국 범인을 사살하고 상원의원의 딸을 구출하죠. 그 공로가 인정되어 스탈링은 정식 요원이 되고 탈출에 성공한 렉터의 축하 전화를 받으며 영화가 끝납니다.
리뷰
- 그림자 빌런: 빌런은 주인공을 투영한다
제가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차무진 저, 2020)에서 언급되었기 때문인데요, 이 책에서는 렉터를 그림자 빌런으로 명명합니다. 그림자 빌런은 주인공을 투영하지요, 말 그대로 주인공의 그림자니까요.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렉터와 스탈링의 과거사를 잠시 말씀드려야 하겠습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리투아니아에서 어린 렉터와 여동생 미샤는 독일군 부역자들을 피해 농지의 허름한 창고에 숨습니다. 그러나 곧 들키게 되고, 식량을 구하지 못한 독일군 부역자들은 미샤를 잡아먹습니다. 그 와중에 배고팠던 렉터도 그들이 건넨 접시를 받게 되지요. 그 후 렉터는 평생 동생을 먹었다는 죄책감과 생존을 위해서였다는 자기 위로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한편, 스탈링은 어릴 적 아버지를 잃고 삼촌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살게 됩니다. 어느 날 밤 중 양들이 도살되는 것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져, 어린 양을 한 마리 빼돌립니다. 양과 함께 도망치다가 동네 보안관에게 잡히고, 그 양의 죽기 직전까지 내뱉은 울음소리가 준 충격은 스탈링의 트라우마로 남게 되죠.
렉터는 스탈링에게서 미샤를 투영합니다. 어린 스탈링과 어린 여동생 미샤, 둘은 지켜질 수 없었던 존재들이죠. 아마 둘은 강자에게서 소중한 것(어린 스탈링은 양을, 미샤는 자신의 목숨을)을 강제로 빼앗길 때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것이 렉터와 성인 스탈링에게는 정신적 트라우마로 남았지만 아무에게 말할 수 없는 침묵으로 성인시절까지 이르게 된 걸지도 모릅니다. 서류철을 주고받으며 이루어지는 작은 스킨십도 주인공과 절대 떨어질 수 없다는 그림자적 면모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 두 사람은 어두운 곳에서 빛으로 향한다
스탈링은 범인이 고의로 전기를 끊은 어두운 곳에서 범인을 사살하고 밝은 빛이 있는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불안한 수습요원에서 어엿한 정식 요원으로 거듭나지요. 렉터는 어두운 지하감옥에서 지상감옥으로 수감되며 종반부에는 탈옥에 성공합니다. 후속편을 보면 스탈링의 어둠이 다시 언급됩니다만, 양들의 침묵만 놓고 볼 때 두 사람은 어두운 곳에서 빛이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됩니다.
저는 이 부분이 사람의 트라우마를 극복해내는 과정을 빛과 어둠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둘은 어둠 속에서 혼신을 다합니다. 스탈링은 범인을 잡으려고 어두운 곳에서 온 신경을 집중하여 한 발을 쏘고, 렉터는 식인을 통해 탈옥을 감행하죠. 둘은 약했던 자신을 털어버리는 강한 공격을 택합니다. 다만 그 방법이 주인공과 빌런이라는 점에서 대조적이긴 하지만요. 그런 강한 공격으로 둘은 비로소 어둠에서 벗어나게 되고 빛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죠. 렉터가 마지막에 했던 “클라리스, 양들은 이제 울음을 멈추었는가?”라는 대사가 의미심장하네요.
한 줄 평 “양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두려움은 사라지고 사건은 해결되리라”
별점 4.0/5.0
사진 출처: 네이버영화 https://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aver?code=10504
다음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2670#photoId=130007
도움이 되었던 책
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 차무진 저, 요다, 2020년
트라우마 사전, 안젤라 애커만 공저, 윌북, 2020년
추천인 10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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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잘봤습니다
이 영화 보고 책도 영화도 많이 찾아봤던 기억이 나네요ㅎ
잘 읽었습니다.
적어도 10번이상 봤는데 글읽고나니 또 보고 싶네요.
멋진 리뷰네요!! 새삼 다시 한번 챙겨보고 싶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