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미제라블>과 뮤지컬 <마리 앙투네아트>

 책과 영화를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축으로 삼고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민음북클럽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레 미제라블> 벽돌책격파단에 참여하고 있는데,  5주차  벽돌책격파단 미션은 <레 미제라블> 영화 감상이었습니다. 평일에 시험 출제 및 검토 등으로 일이 많아 미루다가 연휴를 맞아 넷플릭스로 영화를 감상했어요.

이미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보았고 재개봉 때도 본 적이 있으나 책을 읽으며 다시 관람하니 더욱 의미있었습니다.

 의도치 않게 최근 프랑스 소설을 제법 읽게 되었는데 특히 학교에서 독서퀴즈 출제업무를 맡게되어 읽은 카뮈의 <페스트>,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더욱이 이수은 작가님의 <레 미제라블> 역사적 배경 설명에 대한 강연을 들은 이후에는 자연스레 프랑스 역사에더욱 관심이 깊어졌는데, 때문에 이를 핑계로 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고 오기도 했답니다.

 4부까지의 <레미제라블> 책 내용, 영화, 그리고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를 모두 종합해 생각해 보건대, 프랑스의 정치체계 변화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롭다고 할 정도입니다.. 1793년 1월 21일 루이 16세가 자신이 설계한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이후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돌아선 듯 보였던 프랑스 정치는 그로부터 몇년 후 결국 그의 동생을 루이 18세로 옹립하며 다시 왕정국가로 돌아가게 됩니다. 아니, 왕과 왕비를 처형했을 정도로(심지어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모두 처형당할 만큼의 죄를 짓지 않았으며 그야말로 혁명의 희생자…) 엄청난 피의 혁명을 일으켰으면 공화정을 잘 유지해야지 다시 왕정이라뇨? (저기요..)

 이러한 문제의식과 마찬가지로 <레 미제라블>의 저자 빅토르 위고도 그의 생애 속에서 정치에 참여하는 기득권층으로서 정치관의 변화를 수차례 겪은 인물입니다. 왕당파인 모친과 보나파르티스트(나폴레옹 지지) 부친사이에서 태어나 왕당파와 보나파르티스트 사이에서 혼라을 겪다가 공화정이라는 방식을 찾은 저자의 삶은 작품 속 <마리우스>에게 투영되어있습니다.

 물론 책과는 달리 영화의 마리우스가 조금 더 과격한 혁명파이자 ‘공화정’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지만… - 아무튼, 프랑스 역사 속에서 자기 나름의 정치관을 지닌 인물들은 ‘더 나은 세상’을 고민하며 끊임없이 크고 작은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비록 <레미제라블>에 등장한 1830년의 7월 혁명처럼 실패한 혁명일지라도, 그것이 가치로운 점은 후대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가든 그들은 그들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신념’을 지켰다는 점에 있다고 여깁니다.

 프랑스 혁명 당시의 단두대 처형도, 그리고 이후 1830년 빅토르 위고의 시대에 벌어진 무고한 청년들의 희생도.. 질곡의 역사 속에서 언제나 신념을 갖고 싸우는 이들,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이들이 존재하고 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또다른 변화의 씨앗이 생겨나는 법이지요. 나비효과’라고 해야 하려나요.

  특히 유독 안타까운 것은 ‘가브로슈’의 죽음이었는데, 아비인 테나르디에와 대조적으로 가브로슈는 그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기지와 용기를 발휘하며 바리케이드를 지키다 전사했습니다. 그 어린아이가 무슨 잘못일까요. 아니, 어린아이라고 해서 분노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요..? 개개인들의 작은 노력과 목소리가 현세에서 지금 당장의 변화를 촉구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신념을 가지고 끝까지 싸우거나 무고하게 희생된 그 모든 이들의 삶이 그 땅에 깊이 뿌리내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점에서 루이 16세가 처형당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은 무척 인상적입니다. “짐의 피가 프랑스 백성의 축복을 위해 흐르게 하소서!” 라니. 사실 그의 죽음은 왕정의 붕괴와 공화정의 시작을 상징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데, 그도 그 점을 분명히 인지했던 것으로 보여요.

 마치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 십자가형을 당하신 예수님처럼……. 사실 <레 미제라블>의 전체적인 메세지도 결국 가톨릭의 이념과 맞닿아 있는데, ‘회심’하고 그 전과는 완벽히 다른 삶을 살아간 장발장의 전 생애를 통해, 장 발장의 삶에 변화를 촉구한 ‘미리엘 주교’를 통해, - 그리고 레 미제라블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을 통해 우리는 ‘신념’과 ‘사랑’, ‘희생’의 의미를 재고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레 미제라블>이 지금까지  사랑받는 고전인 이유이겠지요. ^^

마지막으로, 사족이긴 하지만 루이 16세의 처형일이 1763년 1월 21일인데 정확히 199년 뒤의 1월 21일 제가 출생했습니다. 괜히 그의 처형일과 제 생일이 같은 날짜라 그런가 더 맴찢..ㅠㅠ 비록 자신이 직접 설계한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아이러니를 지니고 있는 비극적 인물이었고 프랑스 혁명을 막지 못한 임금이었지만, 개인으로서는 선한 지성인이었던 루이 16세의 평안을 빕니다 :) 

덧. 해덕인데 우리의 뉴트 스캐맨더... 에디 레드메인이 나오자마자 <레 미제라블>을 보며 입가에 미소가,... 에디배우님 넘 좋아요!!! ㅎㅎㅎ

덧2. 최근 프랑스혁명이나 프랑스 문화/문학에 관심이 높아지는데 기타 작품성있는 다른 영화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