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길(스포 있음)
좀처럼 만나기 힘든 세르비아 영화를 만나고 왔는데 아버지의 어깨에 들려진 가족에 대한 무게처럼 묵직한 작품이네요.
일하던 직장에서 급여도 못받고 퇴직금도 못받아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는 가장이 자식들을 보호센터에 보내진 상태에서 이의 부당함을 위해 300킬로미터가 넘는 베오그라드 수도까지 장관을 만나러 가는 지난한 여정인데 가족을 위해 그 머나먼 길을 걸어서 가는 아버지의 책임감이 무척이나 무겁게 다가오더군요.
결국 차관을 만나 권유서를 받아 모든게 다시 원상태로 되돌려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역시 돌아와도 풀어야 할 숙제는 너무 많고 혼자 식탁에 앉아 딱딱한 빵을 씹으면서 우는 아버지의 모습이 어찌나 안타깝던지.
낙엽귀근이나 나 다니엘 블레이크처럼 핍진한 삶을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라 더욱 가슴아프더군요. 베오그라드까지 가는 기나긴 여정에서 그래도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는 모습은 그나마 위안이 되었습니다.
가족을 다시 한데 모으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시스템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현대사회의 문제점도 정말 잔혹하게만 다가왔습니다.
열린 결말로 극을 끝났지만 다시 아버지는 그 머나먼 300킬로 넘는 길을 아이들을 되찾기 위해 걸어가야 할지도 모르니 더욱 짠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역시 불공평이나 가난한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세상은 한국이나 동유럽이나 같더군요. 자신의 가족마저도 아동이익 보호라는 명목아래 빼앗겨야 한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심정이 들까요?
원제의 영어 제목은 Father였는데 한글 제목의 아버지의 길도 상당히 의미가 있네요. 그가 5일동안 갈증과 허기짐 속에 오직 가족만을 위해 걸어야 했던 그 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