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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영화제] 영화 스킴버드 리뷰

Glenngould Glenngou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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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며 눈앞에 당도한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문제가 너무 버겁거나 귀찮기 때문에 회피하거나 혹은 도망치지 않고 맞서 싸우거나.

 

1997년 태어난 젬마는 철강사업이 호황기가 끝나가던 시절의 머더웰에서 태어났다. 마가릿 대처가 철강사업의 요지를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서 잉글랜드로 옮긴 탓에 훈훈하고 활기찼던 고향은 황폐해졌고 위험한 곳이 됐다. 머더웰에서 살아가는 소년 소녀들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감옥에 가거나, 임신을 하거나. 그렇게 불안한 곳임에도 젬마는 자신이 사는 곳에 대한 애착이 있다. 머더웰은 본인이 앞으로도 살 것 같고, 살고 싶은 곳이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젬마는 조부모 손에 길러지는데, 그녀의 어머니는 약물 관련된 문제로 육아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젬마를 거뒀다. 안타깝지만 이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할아버지는 복싱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는 사람보다는 비둘기에 더 큰 관심을 준다. 주중에는 체육관을 운영하지만 주말이면 과거에 범죄자였던 이들과 함께 비둘기들을 전시하고 순위를 매긴다. 특이한 부분은 순위를 매긴 후 비둘기들을 자유롭게 풀어준다는 데 있다. 슬럼가라면 응당 연상되는 경매도, 도박도 없다. 즉 순수하게 비둘기를 돌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점수를 매기는 일련의 과정이 끝나면 모든 비둘기는 케이지에서 하늘로 비상한다. 몇몇의 비둘기들은 영영 다시 볼 수 없고, 또 다른 몇몇은 돌아온다. 젬마의 눈에 이런 과정이 범죄자들 교화에 도움이 될까 싶지만 그럼에도 할아버지는 꾸준히 행한다. 아마 할아버지는 알고 있는 것이다. 비둘기들은 머더웰에 사는 이들이라는 것을.  그 세계 밖의 타인이 그들을 어떻게 평하든 누군가는 보다 나은 환경을 위해 삶의 터전을 떠나고, 누군가는 돌고 돌아 머더웰에 정착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 선이고 악인 게 아니다. 그저 그들의 선택일 뿐.

 

젬마는 머더웰을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그곳에 남으려 애쓴다.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다. 아이는 그녀의 세계를 여는 열쇠이자 그녀의 전부다. 그런 그녀와 아들에게 이미 위험한 곳이 돼버린 고향은 안전하지 않다. 남편은 졸렬한 옛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결국은 과거의 세계로 돌아오고, 애써 외면했던 친구들의 폭력적인 소식이 들린다.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감싸보지만 폭력으로 물든 도시에선 그녀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반복된다. 그녀에게 가장 큰 울림을 준 것은 JP와 그의 엄마다. JP는 젬마와 가까운 친구로부터 폭행을 당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부상을 입는데, JP와 JP의 엄마는 가해자에 대한 원망이나 복수보다는 감사함과 새로운 희망을 느낀다. 앞으로 밝은 미래가 있고 더 나은 삶을 향해 살아가야 함을 알고 있는 것이다. 

 

젬마의 절친한 친구 중 한 명인 에이미 역시 전 애인의 아이를 품게 된다. 그녀 역시 젬마처럼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홀로 아이를 키우려 다짐한다. 그렇게 다짐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머더웰에서 희망을 찾기란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체념한 게 아닐까. 타인의 동정과 관심은 황폐한 도시에서 찾기 어려운 것이다. 젬마는 저울질을 한다.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JP는 희망을 안고 살아갈 것이고, 에이미는 체념한 채 지낼 것이다. 그러나 머더웰에서의 희망이나 체념은 그리 다른 가치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때문에 젬마는 결국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스코틀랜드를 떠난다. 

 

스킴이란 저렴한 공공주택이란 뜻이다. 그 안에 사는 새였던 젬마는 자신의 터전을 지키고 싶었다. 그러나 점점 더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삶을 살아가며 눈앞에 당도한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두 가지다. 문제가 너무 버겁거나 귀찮기 때문에 회피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맞서 싸우거나.' 젬마는 후자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전자에 가까운 사람이 된다. 시스템이란 것은 너무도 거대하기 때문에 작은 날갯짓은 쉽게 삼켜버리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떠나는 비둘기가 되었다.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것이 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고 그렇기 때문에 사라지는 애정과 희망들 역시 너무도 많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향을 떠나 더 나은 환경에 당도한 젬마가 환하게 웃을 수 없었던 게 아닐까. 혹시라도 그렇다면 그녀가 지나온 시간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미련 없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녀는 깊은 감동과 영감을 주는, 언제까지나 힘차게 날갯짓을 하는 비둘기이기 때문이다.

Glenngould Glenngould
7 Lv. 4520/57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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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채점이라니 신기하네요.
댓글
Glenngould글쓴이 추천
08:20
21.09.20.
profile image 2등
도망치지 않고 문제에 맞선 젬마의 미래가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댓글
Glenngould글쓴이 추천
09:23
21.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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