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영화제] 다큐멘터리 <스킴 버드> 그래도 삶은 이어진다
푸른 하늘을 나는 한 무리 비둘기떼로 여는 도입부. 비둘기는 자유로이 날지만 귀소본능에 따라 다시 집으로 와요. 하지만 개중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군요. 멀리 떠나가기도 한답니다.
스킴은 스코틀랜드의 일종의 공공주택단지라고 해요. 모든 것이 열악한 곳이지요. '이런 데서 계속 살다가는 감옥에 가거나 임신을 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자조적으로 말하지만, 그 중 한 곳인 마더웰에 사는 젬마는 그저 할아버지의 보살핌 속에 또래들과 어울려 웃고 떠들며 지내는 이 곳이 좋아요.
젬마의 나레이션을 통해 마더웰의 화려했던 과거와 비극적인 운명이 드러납니다. 한 때 번성했던 철강단지였지만 마가렛 대처 전 수상이 이끄는 정부의 강경한 '잉글랜드 우선'정책때문에 단지는 문을 닫고 점점 쇠락해 왔다는군요. 이 곳을 여전히 지키는 사람들도 그 여파를 고스란히 맞아 더 이상 희망을 꿈꾸기조차 어려워 보입니다.
카메라는 젬마를 비롯한 마더웰의 아이들을 따라가며 이들의 방황과 일탈을 지켜보고 잠시의 희망도 조명해 보지만, 결국 무너져 내리는 상황을 담담히 전합니다. 그리고 도입부의 비둘기처럼 마더웰을 만끽하며 끝까지 머무르고 싶어했던 젬마가 결국 맘을 접고 멀리 떠나는 모습에서 스코틀랜드의 암울한 현재를 만나게 됩니다.
<빌리 엘리어트>에서도 마가렛 대처의 강력한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스코틀랜드 탄광 광부들의 파업이 배경이지요. 죽은 아내가 남긴 피아노를 도끼로 내리쳐 한겨울의 추위를 넘길 땔감으로 쓰며 오열하던 빌리 아빠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마지막 빌리의 비상으로 아름답게 마무리되지만, 결국 빌리의 고향은 젬마가 떠난 마더웰의 현재와 다르지 않겠지요.
스웨덴 영화제에서 만난 영국 영화라 되려 낯선 느낌이었지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다큐멘터리 수작이었습니다.
추천인 3
댓글 2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