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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리카투> 오랜만에 강렬한 영화를 찾는다면...

DELIGHT DE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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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잘리카투>를 보고 왔어요. 보고 나서 한 마디로 '미쳤다'는 말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사운드, 이미지, 메세지 모두가 너무 강렬해서 였던 것 같습니다. 아마 대부분이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내가 뭘 본 건지, <잘리카투>라는 제목의 의미는 뭔지, 그리고 도대체 이 영화의 메세지는 정확히 뭔지 다들 궁금해 할 것 같아요.

 

이 영화의 제일 첫 장면은 요한묵시록(요한계시록) 20장 1절~3절의 말씀인데요.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또 내가 보매 천사가 무저갱의 열쇠와 큰 쇠사슬을 그의 손에 가지고 하늘로부터 내려와서

2 용을 잡으니 곧 옛 뱀이요 마귀요 사탄이라 잡아서 천 년 동안 결박하여

3 무저갱에 던져 넣어 잠그고 그 위에 인봉하여 천 년이 차도록 다시는 만국을 미혹하지 못하게 하였는데 그 후에는 반드시 잠깐 놓이리라

 

영화상에 나오는 번역으로는 몇 몇 단어가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성경 구절인 만큼 내용은 같습니다. 저는 영화 첫 장면에 그것도 무시무시한 요한계시록의 말씀이 인용된 것을 보고 먼저 지레 겁을 먹었는데, 특히 맨 마지막 구절 '천년간 결박시켜 놓은 악마가 반드시 잠깐 놓일 거라'는 메세지가 강렬하게 다가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잘리카투>가 영과 관련된 영화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채 영화를 봐서 아마 더 놀라고 내심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성경구절의 첫 화면이 지나가면 비로소 영화가 시작되는데, 이 때부터 대략 5~10분 정도 사운드와 이미지의 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리듬감 있게 오프닝 시퀀스가 나옵니다. 오프닝은 정말... 영화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것 같아요. 인도의 허름하다면 허름한 배경을 이렇게 감각적으로 담은 오프닝을 보면서 이 영화가 크게 기대되기 시작했는데, 동시에 이 강렬함이 초반에만 긴장감을 주고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기우였어요. 이 영화는 마지막까지 강렬했습니다.

 

초반에 나왔던 성경구절 때문에 모든게 의문이었던 저는 마치 <곡성> 같이 어둡고 영적인 싸움의 숨겨진 의미 같은 게 있을까 싶어 이 영화를 여러가지로 의심하면서 따라갔는데요. 결론적으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와 같은 시선으로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의심스런 인물도 보이고, 물소의 의미도 평범하지는 않게 느끼실 것 같아요.

 

먼저 영화의 배경이 된 인도의 남쪽에 위치한 이 산골 마을은 다른 인도 지역과 달리 힌두교가 아닌 가톨릭이 주류라고 해요. 그래서 첫 장면을 보면서 인도영화인데 성경구절을? 하는 의아함이 생긴다면, 이게 그 이유일 거에요. 또 영화 중간 교회에서 백단향을 훔쳤던 쿠타찬이란 인물이 나오기도 하고, 이 '잘리카투'라는 것도 수 세기 전부터 인도 남부지역에서 매년 1월 (교회의)추수감사축제를 하는 '퐁갈' 기간에 열리는 전통 스포츠 경기로 오래된 문화였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정확히 묘사되지도 않고,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에 알 수 없었지만 원래는 황소를 풀어놓고 참가자들이 그 황소의 등에 올라타 가장 오래 버티거나 제압을 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가리는 경기라고 해요. 저는 비록 몰랐지만 보실 분들은 이런 배경을 알고 영화를 보는 것도 더 좋을 것 같아요.

 

오프닝 시퀀스 이후의 영화의 간략한 내용은 남인도 산골 마을에 푸줏간을 운영하는 바르키라는 주인의 물소가 푸줏간을 탈출해 온 마을을 헤집고 다니면서 시작이 됩니다. 이 물소는 원래 마을 부자의 딸 약혼식 피로연에 쓰일 물소이기도 했는데요. 물소가 탈출하면서 마을에 입힌 피해가 많아지자 결국 온 마을 사람들이 바르키의 조수 안토니를 중심으로 다같이 이 물소를 사냥하러 다닙니다. 그런데 생각처럼 잡히지 않고, 상황이 더 나빠지자 바르키의 이전 조수이자 위에서 말한 교회의 백단향을 훔쳐 밀수업자로 낙인찍힌 쿠타찬까지 합세해 경쟁적으로 물소잡이를 시작합니다.

 

탈출한 물소를 제압하기 위한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잘리카투'라는 문화와 일맥상통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 이 영화는 그 문화를 빗대어 풍자하고 있는 부분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찾아보니 이 영화는 S. 하리쉬의 <마오주의자>라는 단편 소설이 원작이라고 합니다. 이 영화의 연출자인 펠리세리 감독은 '원작 소설은 내면 깊은 곳에 스릴러를 숨기고 있는 풍자 소설'이라면, 본인의 영화에서는 '외적으로는 풍자극이고, 내적으로는 잔혹한 스릴러'로 두 가지 모두를 탐구하고자 했다고 해요. 전 확실히 그 둘을 모두 느낀 것 같아요. 오프닝 시퀀스에 나오는 짧고, 굵은 이미지들과 중간 중간 보여지는 인도의 가부장적 사회와 폭력성, 그리고 경쟁심, 탐욕, 복수심 같은 각기 다른 이유로 물소를 제압하려는 마을의 남성들이 끝으로 치닫을수록 모두 광기에 휩쓸리는 걸 보면 이 영화의 메세지가 결국 현대사회를 극단적으로 풍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갈수록 야만적으로 변해가는 그 광기에는 문명이나 시스템이 사라진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요한계시록의 인용과 연결은 참 적절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결말엔 요한묵시록 19장 17절~18절을 인용하며 끝을 맺는데, 특히 오프닝에서부터 영화가 끝날때까지 귀를 사로잡았던 사운드가 엔딩의 장면과 어우러지면서 끝맺음까지 아주 잘 짜여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단으로 치닫은 마을 남성들의 야만성이 마치 엔딩의 문명이 없던 시절의 한 장면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끝을 잘 맺은 것 같아요.

 

이 영화는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무조건 영화관에서 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사운드가 소름끼치는 부분들이 참 많아요. 

영화의 첫 장면부터 끝 장면까지 이렇게 사운드가 큰 역할을 하는 영화를 본 게 정말 오랜만입니다.

이상, 신선한 충격을 받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리는 영화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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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성경도 버전이 많아서 아마 번역자가 택한 버전이 달랐을 것 같습니다.

가톨릭 성경이면 개신교쪽 성경하고 많이 다를 거예요.

https://bible.cbck.or.kr/Knb/Rv/20

개신교 성경 문체 느낌이 더 뭔가 있어 보이는 그런 게 있긴 해요.^^

 

댓글
DELIGHT글쓴이 추천
23:21
21.08.05.
profile image
DELIGHT 작성자
golgo
영화의 배경이 되는 마을이 가톨릭이 주류라서 가톨릭 성경을 인용한 게 맞는 것 같아요.
ㅋㅋㅋ golgo님은 개신교 성경의 문체를 선호하시는군요! ^^
댓글
23:37
21.08.05.
profile image 2등
다른건 몰라도 사운드 정말 좋은 관에서 봐야할 영화입니다 서라운드스피커 테스트용으로 써도 좋을만큼 극장의 서라운드 시스템효과를 극대화시켰죠
댓글
DELIGHT글쓴이 추천
03:02
21.08.06.
3등
엄청난 몰입감이었어요 ㄷㄷ
댓글
DELIGHT글쓴이 추천
20:09
21.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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