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 공동탈출구역
류승완은 카피 전문가다. 자신의 애착 영화(들)에 대한 인상을 기어이 자신의 방식으로 번안하여 내놓는다. '베를린'과 '베테랑'은 각각 본 시리즈와 성룡의 폴리스스토리를 벤치마킹했고, '짝패'에는 (또 한명의 카피 전문가인) 타란티노 킬빌의 흔적이 뚜렷하다. 이미 열 편 이상의 장편 상업영화를 연출했음에도 그가 여전히 습작 단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그게 전적으로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제 대중문화에서 샘플링은 창작의 방식 중 하나이다.
류승완의 영화들은 상업영화로서 일관되고 균질한 퀄리티가 돋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쉬운 것은 오리지널리티였다.
<모가디슈> 제작 소식에 '아, 이번엔 (리들리 스콧의) 블랙 호크 다운인가'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난 후 머리 속에 떠오른 영화는 (류승완의 스승격인) 박찬욱의 '공동경비구역JSA'다.
류승완은 소말리아 내전상황 시 남북 대사관의 탈출 실화를 통해 한반도 외부에서 한반도의 분단을 생각한다. 공동의 위기 상황 속에서 남과 북의 대사관 인물들은 '함께' 생존을 위하며 협력하지만 그 협력은 일시적이다. 위기를 넘긴 순간 남과 북의 인물들은 다시 적으로 돌아서야 한다. 절체절명 위기를 함께 한 끈끈한 동지애는 각자의 체제 시스템으로의 복귀의 순간, 한 순간에 무화된다. 충분히 알아 들을 수 있음에도 북한 대사관 인물들의 대사를 자막처리한 것은 명백히 남북의 관계를 보여주려는 의도다. <모가디슈>의 한신성, 강대진, 림용수, 태준기는 '공동경비구역JSA'의 이수혁, 남성식, 오경필, 정우진과 일대일 매핑된다. 남과 북이 애써 서로를 외면하는 <모가디슈>의 엔딩은 '공동경비구역JSA'의 그것과 일치한다.
소말리아 내전이 남북 간 드라마를 위한 장치로 소비된 것은 아쉽다. '블랙호크다운'에서와 마찬가지로 총을 든 소말리아인들은 좀비같은 폭도로 지옥도를 연출하는 기능을 할 뿐이다. 서사의 큰 흐름을 깨지 않는 선에서 당시 소말리아 내전 상황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다.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 속 자연스런 유머로 긴장의 완급을 조절한다. 후반부 '책'방탄 자동차 탈출씬은 독창적이며 그 자체로 압도적인 볼거리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특히 허준호의 연기가 감탄스럽다.
<모가디슈>는 출중한 장르영화다. 모처럼 만난 극장에서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한국영화가 반갑다.
소말리아 내전에 대한 묘사는 블랙호크다운 때 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인간적이었던 것도 같은데, 우리나라의 상황과도 겹쳐서 설명하는 대사도 있었던 것 같고요 좀 더 설명이 있었다면 친절했을 것 같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