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소설 '삼체'에 담겨진 중국적 메시지
일본 뉴스위크 사이트에 중국 SF 소설 <삼체>에 대한 흥미로운 칼럼이 있어서 옮겨봤습니다.
한국에서도 꽤 주목 받은 소설이고, 넷플릭스가 실사화 할 예정이기도 한 작품이죠.
아래 글에는 소설의 스포일러도 포함이어서 가급적 소설 3부작을 다 읽고 보시는 걸 권합니다.
https://www.newsweekjapan.jp/satire_china/2021/08/sf-1.php
중국 SF 소설 <삼체>에 담긴 중국적 메시지
그림: 라쟈오(중국인 풍자 만화가)/글: 토가라시(칼럼니스트)
일본에서도 오락물로 인기가 높은 장편 소설이지만, 거기에는 사회주의 중국의 전통적 가치관이 짙게 반영돼 있다.
<삼체>는 중국의 대표적인 SF 작가 류츠신의 SF 소설이다. 2019년 일본에서 1부가 발매되자마자 금새 10만 부를 판매하고, 이어지는 2부 <암흑의 숲>, 3부 <사신의 영생>도 예상대로 큰 인기다.
일본 독자들은 <삼체>를 순수 오락 소설로서 읽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인의 눈으로 보면, 이 SF 소설에는 사회주의 중국의 발전사와 중국인들의 전통적인 가치관이 숨겨져 있는 걸 알 수 있다.
예컨대 1부의 중요인물인 물리학자 ‘예원제’. 그녀는 문화대혁명 시기에 물리학 교수였던 아버지가 홍위병들의 비판에 시달리다가 죽음으로 내몰리게 되면서, 지구인류에게 절망하여 비밀리에 우주로 전파를 보낸다. 이로 인해 지구는 외계인인 ‘삼체문명’과 관련되기 시작하는데, 이는 중국의 사회주의에 절망하고, 서구의 선진문명을 동경하게 된 전통적인 중국 지식인의 모습이다.
2부와 3부에 등장하는 ‘뤄지’는 지구인류와 삼체인류가 평화 공존하기 위한 자동 보복 시스템의 스위치를 가진 독재자로, 삼체문명이 제공하는 선진 기술을 통해 지구의 발전을 이끈다. 핵무기를 통한 공포의 균형을 실현시켜서, 구미 선진국들과 수교, 과학 기술력을 흡수해 중국을 세계 제2위의 경제 강국으로 만든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겹쳐진다.
소설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우주문명의 진리 ‘암흑의 숲 이론’이다. “우주는 암흑의 숲이며, 거기에는 엽총을 지닌 무수한 사냥꾼들(외계 문명)들이 숨어있다. 다른 생명을 발견한다면 할 수 있는 것은 상대방보다 먼저 방아쇠를 당기는 것뿐...”
모든 문명의 궁극적인 목적은 살아남는 것이다. 그것이 유일한 정의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이 허용된다. ‘암흑의 숲’인 우주는 다민족, 다국가가 공존하는 국제사회의 확장판이다. 타인을 믿을 수 없는 문화대혁명 와중에 성장한 작가 류츠신은 생존지상주의 사상을 가졌거나 혹은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일 것이다. 이는 예로부터 중국 사회에 널리 퍼진 가치관이기도 하다.
3부에서는 자동 보복 시스템을 통한 평화가, 뤄지의 후계자 ‘청신’이 가진 우주운명공동체의 신념과 인도주의적 자비에 의해 깨진다. 산다는 것은 문명사회의 가치관이나 도덕보다 우선시되며 다민족, 다문명의 공생은 자기 민족과 문명을 멸망시킨다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
위의 풍자 일러스트에서는 사냥꾼으로 분한 작가 류츠신이 무수한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삼체>에서 그가 암시한 생존지상주의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보이는, 얼핏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읽어내는 힌트이기도 하다.
작가 류츠신(劉慈欣)
1963년 베이징 출생. 산시성 발전소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SF 단편을 읽기 시작. 2015년 <삼체>로 휴고상 수상. 그밖에 (영화화 된) <유랑지구> 등을 써냈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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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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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도 잘 나오면 좋겠...지만 요즘같은 중국의 우경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좌초될까봐 걱정되네요.
외계로 메세지 보내는 장면이랑
호탕한 장군 아저씨가 인상깊었는데
다만 중국 측 드라마와 넷플릭스 측 드라마를 동시에 맡기로한 중국 프로듀서가 독살당했다는 보도때문에 어떨게 나올진 걱정이 좀 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