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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리뷰] 한예리 - 가장 부지런한 나비

수위아저씨 수위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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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고운 손짓이 바람따라 흩날리다 나비가 되어 허공에 내려 앉았네. 나비를 바라보던 소녀의 눈빛은 호흡이 되어 나비에게 생명을 주었고 나비는 다시 날갯짓을 하며 하늘로 솟았네. 나비를 응시하던 소녀. 가녀린 손짓의 파장은 장막을 뚫는 큰 울림이 되었네. 마음을 흔들던 울림은 바람따라, 결을 따라, 빛을 따라, 소리를 따라 멀리, 아주 멀리 퍼져 세상을 흔드네. 지저귀듯 울리는 고운 소리도 나비의 여정을 축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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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예리를 설명하는 문장은 건조하고 메말라서는 안될 것 같다. 배우이자 무용가로 '투잡'을 뛰면서 어느 직업에도 소홀함이 없는 한예리는 세상 가장 부지런한 배우다. 한예리는 부지런한 와중에도 감성을 잃지 않는다. 다작을 하는 배우 중 다수는 소위 '생계형 배우'라고 불린다. 어떤 역할이든 입금이 된다면 자신의 역량을 다해 돈의 부족함이 없이 연기하는 배우들이다(이들도 정말 대단한 배우다). 2005년 데뷔 이래 단 1년도 쉬지 않은 한예리는 '생계형 배우'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일을 소화해냈다. 그러면서도 한예리는 매 작품마다 '시를 쓰고 싶게' 만든다. 언제 어디서나 고운 선을 그릴 것 같고 맑은 소리를 노래할 것 같다. 한예리는 나비같은 배우다. 그러나 만약 그녀가 나비라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나비 중 가장 부지런한 나비일 것이다. 

 

한예리는 2005년 단편영화 '사과'로 데뷔했다(이때도 그녀의 역할은 '댄서'다). 어릴때부터 한국무용을 전공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 진학한 그녀는 영상원의 졸업작품 속 무용지도를 도와주다 연기에 발을 들였다. 한예리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눈이 뚱뚱한 편"이라고 말했다. 쌍꺼풀 없는 눈에 올망졸망 모인 이목구비는 당대의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와는 다른 매력을 준다. 게다가 한예리는 초기작에서도 그 올망졸망한 이목구비에서도 다양한 표정을 연기했다. 그렇게 한예리는 영상원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영상원의 아이돌'이 됐다. 한예리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단편과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작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름있는 작업'이라고 내세울만한 작품은 이선균과 서우가 주연한 영화 '파주'에서 서우의 친구 미애 역할을 맡은 게 전부였다. 

 

'파주' 이후에도 한예리는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귀-부르는 손', '경복', '다시 태어나고 싶어, 안양에' 등 독립영화(혹은 웹드라마)를 중심으로 작업했다. 한예리가 상업영화에 처음 출연한 것은 2012년 영화 '코리아'였다. 북한 탁구선수 류순복으로 출연한 한예리는 완벽에 가까운 북한말로 주연배우인 하지원, 배두나 못지 않게 큰 주목을 받았다. 이어 한예리는 '스파이', '해무' 등 작품에서 북한·연변말을 연기하게 된다(대중들에게는 '북한 전문 배우'로 알려져있지만 실상 북한이나 연변 관련 역할은 그리 많지 않다). 크고 작은 역할을 가리지 않던 한예리가 원톱 주연으로 꽃피기 시작한 때는 2016년이다. 이때 극장에서는 한예리의 '최악의 하루'가 개봉했고 TV에서는 '육룡이 나르샤'가 공개됐다. 8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독립영화 중 준수한 성적을 거둔 '최악의 하루'에서 한예리는 원톱 주연으로 다양한 매력을 선보였다(무용까지). '육룡이 나르샤'는 김명민, 유아인, 신세경 등 거물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고 한예리는 포스터에 얼굴도 못 올린 조연급 캐릭터 '척사광'을 맡았다. 척사광은 드라마 방영 후 5년이 지난 가운데 대중들에게 가장 깊게 각인된 캐릭터가 됐다. 

 

2016년 상반기에 척사광이 있었다면 하반기에는 '윤 선배'가 있었다. '육룡이 나르샤'가 방송되고 4개월 뒤인 7월에 방송한 '청춘시대'는 동시대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호평을 받았다. '청춘시대'에서 한예리가 연기한 윤 선배는 청춘의 낭만을 모두 내려놓고 아르바이트와 취업준비에 짓눌린 인물이다. 이때 한예리를 알게 됐다면 그녀의 키가 대단히 작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필상 한예리의 키는 162cm다. 윤 선배가 짊어졌을 삶의 무게를 한예리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기했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청춘시대'는 2017년 시즌2까지 나오며 큰 성공을 거뒀다. 한예리의 본격적인 전성기는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드라마 '스위치-세상을 바꿔라'와 '녹두꽃',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에 출연했고 영화는 '챔피언', '인랑', '춘몽', '더 테이블' 그리고 '미나리'에 출연했다. 여전히 그녀의 필모그라피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쌓여가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필모가 성실히 쌓여가는 동안 한예리의 대외활동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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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리는 2012년부터 거의 매년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했으며 몇 개의 TV 다큐멘터리에도 나레이션을 녹음했다. 또 2018년에는 'FM영화음악, 한예리입니다'의 DJ를 맡아 약 7개월 넘게 진행을 했다. 배우 한예리의 매력인 목소리를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 2009년부터 매년 무용 공연을 올리며 무용가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2017년에는 무려 3건의 공연을 진행했다('2017 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는 3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과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진행했다. 이 건은 1건으로 집계했다). 이때는 영화와 드라마, TV 활동을 최소화했지만 완전히 쉬지는 않다. 대중들은 2017년에도 쉬지 않고 한예리를 만나고 있었다. 여기에 홍보대사 이력까지 더한다면 "한예리는 대체 언제 쉬는거지?"라는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얼마전 tvN 관찰예능 '온앤오프'에 출연한 한예리를 유심히 봤다. TV 예능인 만큼 만들어진 면도 있었겠지만 한예리의 업무량이라면 하나의 일을 하다가 다른 일을 하는 걸 '쉼'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당시 프로그램에 등장한 모습은 '미나리' 관련 홍보일정을 끝내고 쉬면서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을 연습하는 모습이었다). 

 

배우는 감정을 소모하는 직업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살면서 절대 쓸 일 없고 쓰지 않아야 할 감정을 작품에서는 쓴다. 이는 굉장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때문에 배우는 일정 작품을 하고 나면 꽤 긴 휴식기간을 가진다. 한예리는 인터뷰에서 무용에 대해 '감정을 비워내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생후 28개월에 어린이집 대신 가게 된 무용학원에서 무용을 배우면서 입문한 게 지금까지 '놓을 수 없고 놓을 필요도 없어보이는 일상'이 돼버렸다. 정말로 무용이 연기하는 일에 대한 '리프레쉬'가 될 수 있다면 무용이야 말로 한예리가 쉬지 않고 연기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가끔은 한예리의 휴식이 궁금하다. 앞서 언급한 '온앤오프'에서도 배우 임세미, 이은선 기자와 소소하게 식사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누가 봐도 촬영인) 장면에서 휴식이 그리 느껴지진 않는다. 한 1년 정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 내려놓는다면 한예리는 충분히 쉴 수 있을까? 며칠 지나지 않아 온몸이 근질근질해 참을 수 없을 것 같긴 하다. 한예리는 지난해 2월 SNS 계정을 개설했다(이것도 소속사와 함께 운영한다). SNS에는 그 흔한 여행사진이나 친구들과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며 찍은 사진도 없다. 온통 촬영현장에서 잠깐 쉬면서 찍은 사진, 일하다 만난 사람과 찍은 사진, 화보사진, 광고 관련 사진뿐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제대로 여행가기도 힘든 시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행을 떠난 한예리의 모습이 궁금하다.

 

이 글을 쓰는 소소한 팬의 마음을 모르는지 한예리는 여전히 쉬지 않고 날아다닌다. tvN 6부작 드라마 '홈타운'이 9월 방송 예정이고 '미나리' 개봉을 계기로 미국 매니지먼트사 에코레이크엔터테인먼트와 계약했다. 이제 할리우드 활동도 하겠다는 의지다. 한예리의 필모그라피에서 '예정'이 가장 적은 순간이긴 하다. 그러나 이 배우는 '미나리' 이후 큰 거 한 방 터트릴 채비를 하고 있다. 소처럼 일하는 한예리를 보는 심정은 만감이 교차한다. 가장 부지런하면서도 한없이 아름다운 나비의 날갯짓을 보여주고 있다. 한예리는 그 날갯짓으로 태평양을 건너가 미국땅을 흔들었다. 한국에서 작은 날갯짓이 미국에서 태풍이 되려는 모양이다. 기분 좋은 두려움이 밀려온다. 가장 부지런한 나비가 몰고올 태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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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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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봤습니다. 할리우드 활약도 좀 기대되네요. 액션도 할 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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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4
21.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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