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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에너지, 미친 반전, 미친 걸작

놀스 놀스
8389 2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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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바바 감독의 1974년작 <미친 개들 Rabid Dogs>입니다. 마리오 바바의 후기 걸작입니다.

영화는 인질을 붙잡아 차를 타고 도주하는 어느 강도들의 도주극을 다룹니다.

 

RABID-DOGS.jpg

마리오 바바의 <미친 개들>은 제작사와 관련된 모종의 이유로 미완의 형태로 남아있다가, 1997년도에 와서야 그의 아들이자 감독 람베르토 바바가 아버지의 편집 노트를 바탕으로 영화를 완성시켰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의 공동 연출작으로 간주되기도 하죠. 또한 2002년엔 출연배우의 주도로 엔딩의 장면 구성을 살짝 바꾼 복원판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운이 나쁜 사람들처럼 영화 자체도 기구한 운명을 가진 셈입니다. 한 대의 작은 승용차 안에서 질주하는 에너지로 달려가다가, 갑자기 핸들을 꺾어버리는 경악스런 반전으로 마무리되는 <미친 개들>은 경력 후반 고삐 풀린 거장의 미친 걸작입니다.

 

20210731_212909.jpg

네 명의 강도가 한 제약회사에 침입해 사람을 죽이고 거액의 돈을 훔쳐 달아납니다. 한 명은 도주 중 경찰의 총에 맞아 죽고, 남은 세 명은 지나가던 여성을 인질로 삼습니다. 그들은 여성을 납치해 도망치다 신호 대기 중인 어느 차에 다가가 운전자를 위협하고 차에 탑승합니다. 운전자 남성은 건강이 위독한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가던 상황. 그렇게 세 명의 강도는 두 명의 성인과 한 명의 아이를 인질 삼아 도주극을 벌입니다.

 

20210731_212642.jpg

영화는 초반부터 굉장한 속도감을 자랑합니다. 돈을 훔쳐 차를 타고 달아나는 강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오프닝 장면은, 정신없이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보는 이를 단숨에 끌어들입니다. 관객들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영문도 모르고 영화 속으로 멱살 잡혀 끌려가는 것이죠. 영화의 서사 자체가 영문도 모른 채 멱살 잡혀 끌려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그 감각을 시작부터 영화 밖 관객들에게도 전달하며, 이것은 영화 전체의 리듬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주요 무대가 되는 자동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지만 영화 전체가 계속해서 거침없이 질주한다는 인상을 풍깁니다.

 

20210731_212554.jpg

영화의 대부분이 차 안에서 진행됩니다. 비좁은 승용차 안에서, 그 안을 가득 채운 흉악한 강도들과 도망칠 기회를 엿보는 인질들의 눈치 싸움이 영화 내내 이어집니다. 게걸스런 악당들의 위협에 극도로 공포에 떠는 여성과 아들을 시급히 병원에 데려가야하는 남성의 처지는 그 갇힌 상황의 잔인성을 더욱 부각합니다. 이 영화는 자동차라는 움직이는 밀실에서 펼쳐지는 지옥도를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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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상황을 최악으로 만드는 건 강도들의 도를 넘은 흉폭함입니다. '그나마' 이성이 있는 듯한 '닥터'라 불리는 리더를 제외하곤 나머지 두 명의 악당은 정말로 광기로 가득차있습니다. 이들은 전혀 말이 통하지 않고 그저 폭력의 본성만이 남아있는 듯 합니다. 그야말로 '미친 개들'에 걸맞는 모습이죠. 좁은 차 안에서 불결한 행동을 반복하는 그들은 무고한 두 명의 인질 남녀에겐 존재 자체로 폭력입니다. 오히려 남성의 아픈 아들은 의식이 불분명한 것이 심지어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죠.  좁디 좁은 차 안에서 최악의 인간들과 가장 밀접한 거리에서 숨을 섞는다는 것이 그들을 미치게 만들고 관객을 미치게 만듭니다.

 

20210731_234314.jpg

이 영화는 클로즈업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클로즈업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 클로즈업은 꽉 막힌 출구없는 상황의 답답함을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안그래도 좁은 공간을 배경으로 화면 가득 인물의 얼굴로 채워지는 순간 숨이 턱턱 막힙니다. 당연히 그 얼굴들은 공포와 긴장에 사로잡혀 땀을 뻘뻘 흘리는 인질들의 그것이며 폭력과 흥분에 사로잡혀 침을 질질 흘리는 강도들의 그것입니다. 그 어느 얼굴이든 각기 다른 의미로 보는 것 자체가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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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방식으로 영화는 시종 보는 이를 불안하게 만들고 의도적으로 신경을 긁습니다. 이 영화는 그 신경증적인 짜증감, 불쾌지수,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상태에 카메라를 적나라하게 들이댑니다. 미친 개들로 비유할 수 있는 미친 사람들 틈에 끼여 미치기 일보 직전 상태의 사람들이 겪는 미친 악몽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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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의 거장 마리오 바바의 범죄물인 이 작품은 장르적으로 공포영화는 아니지만 분명 공포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공포는 예측불가능하고 통제불가능한 것에 대한 공포입니다. 그런 면에서 '운'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죠. 인질이 된 인물들은 하필 강도들이 지나는 길에, 하필 그때 그 자리에 있다가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 봉착합니다. 그들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런 위치에 자신이 놓일 것이라는 것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그 강도들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예측이 불가능한 인간들이고 이 상황은 물론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운전대를 쥐고 있는 것은 자신임에도 어디로 향하는지는 자신이 선택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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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제는 영화의 반전에서도 이어집니다. 이 영화의 반전이 놀라운 건 그 자체로도 꽤 충격적임은 물론이고 예측불가능한 세계, 불투명한 세계에 대한 주제적 표현에 화룡점정하는 반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영화는 반전에 대한 복선, 힌트를 간간히 노출합니다. 관용적으로 '뒷통수 치는 반전'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반전은 말그대로 관객의 뒷통수를 치는 반전입니다.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는 방식, 인물에 감정을 이입하는 방식에 대해 재고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것이 다 진실은 아니며 세상은 요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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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지알로 영화의 대부이자 현대 호러 문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마리오 바바는 이 영화를 만들 당시 이미 경력의 황혼기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 영화가 미완으로 남은 후, 6년 뒤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작품 이후에도 그는 영화를 더 만들었지만 <미친 개들>은 그의 실질적인 유작으로 꼽히곤 합니다. 마리오 바바는 생전 영화의 완성을 보지 못했으나 결국 영화의 미친 마성은 영화를 창고에 내버려두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20210731_212534.jpg

놀스 놀스
16 Lv. 25847/26010P

주로 영화 소개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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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아빠와 아들로 이어지는 영화 완성이 신기하고 걸작이라고 하셔서 더 신기해요🧐(설정들도 좋아보이고 반전도 궁금하고 꼭 봐야겠어요!)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00:08
21.08.01.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닭한마리
매끈한 방식의 걸작은 아니지만 거친 에너지로 가득한 걸작이라고 생각해요:) 아주 불쾌하게 잘 만들었어요 ㅎㅎ 저는 반전이 공개되기 직전에서야 반전을 짐작했는데 설마 설마 아닐거야 하다가 으악!했어요 😆
댓글
00:25
21.08.01.
profile image 2등

영화의 대부분이 차 안에서 진행된다는 게 독특하네요! (분명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겠지만 키아로스타미의 몇몇 영화도 떠오르네요) 제한된 공간의 서스펜스를 잘 살린 영화일 것 같네요ㅎㅎ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00:48
21.08.01.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가미
키아로스타미 감독님 말씀하시니 <텐>이라는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졌어요:) 이 영화엔 체리 향기 대신 악취가 풍기는 느낌입니다ㅎㅎ 개인적으로 이 작품 아주 흥미로운 걸작이라고 생각해요😄
댓글
01:43
21.08.01.
profile image
놀스
체리 향기 대신 악취ㅋㅋㅋㅋㅋ 센스 넘치는 답변이네요ㅋㅋ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01:48
21.08.01.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가미
유머를 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
댓글
01:55
21.08.01.
profile image 3등
볼 때 마다 작성자님의 식견이 부럽습니다 ㅋㅋㅋㅋ 어떻게 쌓아오신건가요? 언제 한 번 글 정주행 하려구요 ㅋㅋ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00:58
21.08.01.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한우맛
제가 좀 산만하고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잡식성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ㅎㅎ😂 부족한 졸문인데 봐주신다니 감사해요^^
댓글
01:45
21.08.01.
profile image
프랑스 영화 중에 같은 제목의 영화가 있던데 리메이크였나보네요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01:10
21.08.01.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raSpberRy
리메이크 맞아요😀 리메이크작은 보진 못했는데 국내에서도 개봉을 했던 걸로 기억하네요:)
댓글
01:46
21.08.01.

마리오바바가 액숀을..아아 ...


무자막 블루레이로밖엔 방법이 없겠죠?ㅠ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02:49
21.08.01.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춘박프러덕숀
아쉽게도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DVD는 없더라구요 ㅜㅜ 바바 영화 극장에서 보고싶어효 ㅜㅜ
댓글
03:01
21.08.01.
저수지의 개들인줄 알고 눌렀다가.. 좋은 영화 습득해갑니다 ㅎㅎ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17:50
21.08.01.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XFJin08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지난 번에 말씀하신 소노 시온 영화는 (부족한 글이겠지만) 조만간에 꼭 올려 볼 수 있도록 할게요:)
댓글
19:24
21.08.01.
놀스

헐ㅜㅜ 기억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그럼 기대하겠습니다 ㅎㅎ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21:14
21.08.01.
profile image
예전영화에 관심갖는중인데 이런글 너무좋네요
관심갖고 작성글 지켜볼게요 감사합니다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23:56
21.08.03.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솔솔왕
좋아해주시고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앞으로도 자주 써보겠습니다 ㅎㅎ 좋은 영화 많이 만나시길 바래요:)
댓글
00:21
2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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