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3
  • 쓰기
  • 검색

모가디슈 (약스포)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맨날 이해해줘야하나

24fps 24fps
2753 14 13

살면서 한 번쯤 해외 NGO에 후원 한 적이 있다면 그 영향은 아프리카였을 확률이 꽤 높습니다. 유명한 사진도 있고, 김혜자 선생님의 모 NGO 활동도 있지요. 세상 불행한 사건은 다 아프리카에 몰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런 아프리카에서도 소말리아의 비극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길고 지난한 독립운동과 내전 속에서 나온 결과이고 요새같이 서방에서 총부리를 겨누면 바로 눈에 보이는 총알받이로 희생될 과녁에 카메라를 비추는 세상에선 방아쇠 당길 힘만 있으면 어린아이에게도 총을 집어 주는 이 아프리카 최빈국을 구원하러 갈 서방국가는 없습니다.

(당시 사진은 영화랑 관계가 없고 너무 끔찍해서 게재하지 않았습니다.)

 

cp.jpg

 

프랑스 식민지였던 만큼 비슷한 프랑스 식민지였던 모로코에서 촬영된 이 영화의 아름다운 풍경이 나오는 부분들은 실제로 소말리아에도 비슷한 풍경이 있던 시절이 있다고 하니 안타까움이 더해져 갑니다. 우리도 결국 엑소더스 무비를 찍기 위해 소말리아를 선택했 듯 미국도 이 나라에 관심을 가지지 말라는 듯 <블랙 호크 다운>과 <캡틴 필립스>같은 영화를 찍어내고, 우리나라도 2011년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나포된 화물선을 구출하는 ‘아덴만의 여명 작전’으로 소말리아에 대해 거의 적국수준의 반감을 가지게 됩니다. 잘 기억이 나지 않으시면 작전 중 해적으로부터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아주대 이국종 교수가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이야기가 있던 그 사건입니다.

 

(<캡틴 필립스>는 폴 그린그래스, 톰 행크스 주연으로 상당히 수작입니다. 아덴만 여명작전이 영화화될 시 비교가 많이 될 예정이라 아마 상대성 때문에 제작되기 힘들 겁니다.)

 

  

20210729_081924.jpg

관객이 맨날 이해해줘야 하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이 영화의 전체 구조는 <아르고>랑 너무 비슷합니다. 하지만 <아르고>는 탈출 방법이 너무 기발해서 그걸 흉내 낸다는 건 말이 안 되기 때문에 대신에 드라마를 강조하기 위해 또다시 역사 각색을 시도하고 사실은 꽤나 감수를 많이 한 듯이 무난하게 드라마를 만들어냅니다. 근데 뭔가에 논란거리가 될 여지가 될걸 만들려고 하지 않았는지 남한과 북한이 붙는 모든 순간이 다 작위적입니다. 신중히 접근하다 보니까 되려 대사들이나 상황이 이상한데 그걸 명배우들의 캐스팅으로 때웁니다. 워낙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니까 연기력으로 설득시키는데 한두 번 볼 때야 관객들은 영화에 빠져들어 보니까 모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후진 상황과 대사들을 별 대안 없으면 가만있자는 영화 속 대사처럼 그냥 실행에 옮기고 맙니다. 완전 로케로 이뤄진 듯한 야외 신들은 테이크를 많이 가지고 가지 못했는지 가끔 이상한 연기도 보이고요. 실내씬의 상대적으로 장소 영향을 덜 받았을 텐데도 뭔가 어수선해요. 맨날 한국 영화가 이 정도 찍어낸 게 대단하다며 이해해줘가면서 영화 봐야 하는 게 조금 피곤해지네요. 저는 텐트폴 영화들은 피곤하지 않게 즐기려고 보는 건데 한국 텐트폴은 자꾸 뭘 이해해줘가면서 봐야 하니까 피곤이 밀려오는 거 같아요.

 

common (1).jpg

 

그렇다고 완전히 못 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각색이 잘 못됐든 현장에서 수정이 많이 된 것이던 지간에 삐걱 된 건 중간 과정인듯하고 전체적인 구조는 요새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잘 짜여있습니다.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 속에서 결국 그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은 세련된 전개는 곧 이들이 터뜨리지 못한 감정의 파도를 온전히 몰입해서 보고 있던 관객이 받아들여 관람자인 나를 슬프게 만듭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터뜨리지 못한 감정을 온전히 가슴속에 품고 극장에서 나오는 건 한국 영화에선 무척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습니다.

 

common.jpg

 

연기가 9할

이런 공은 다 배우들이 차지해야 해요. 군데군데 이상한 연기들을 하기도 한 거 보면 온전히 몰입해서 연기할 수 없었던 열악함이 느끼지는 데 그 와중에서도 캐릭터의 전체적인 경로는 잘 지켜나갔고 설득력 없는 각본을 깜쪽같이 말이 되게 만들어줬으니까요. 연기 이야기만 하게 되는데 그래도 현명한 건 몇몇 현지 배우는 본인이 연기를 잘해줬지만 몇몇은 항상 로케 영화의 문제인 발연기가 보이는데도 그런 부분들은 확실히 분량을 줄여내서 덜 루스하게 만듭니다. 그래도 현지 배우가 워낙 많이 나오기 때문에 완전히 그걸 막진 못했지만요. 소말리아의 참상을 보여주기 위해 아역 연기자도 많이 캐스팅해서 그걸 보여주는 부분들이 꽤 많은데 제가 말하는 작위적인 연출이 그런 부분들이 큽니다. 실제 배경을 찍는 게 아닌 이상 다 연기자들이 연기하는 건데 그걸 계속 보여줘버리면 그 사람들이 연기하는 티가 자꾸 보이고 흐름적으로도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영화 템포까지 죽여서 관람자를 지겹게 만들어버려요. 반면 소년병이라고 부르기에도 너무 어린아이들과 길거리에서 굶어 죽어가는 참상을 처음 영상으로 접하는 분들은 감정적 동요가 있을 겁니다. 사실 이들의 해적 질도 생계형 해적질이고 ‘아데만의 여명 작전’때 우리나라에 송환되어 감옥에 갇힌 이중엔 차라리 우리 가족과 같이 갇혀있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세끼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정도의 빈국입니다.

 

common (2).jpg

 

류승완의 차기작을 기대...

근데 이 영화 추천하기가 애매합니다. 데이트 용도 아니고 실제 사건을 완전 각색해버렸기 때문에 역사영화도 아니고, 정치물도 아니고, 액션물이라고 하기엔 액션이 턱도 없고요. 일종의 재난 영화로 보면 되는데 그걸로 치부하기엔 또 장르적으로 너무 약해요. 저는 류 감독이 다시 예전처럼 가벼운 영화들을 찍어줬으면 좋겠는데 그러기엔 이미 류승완 감독이 대작 영화를 많이 만들어버려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네요. 부디 차기작은 메시지에 집중하지 않은 온전히 재미에만 집중하는 새 영화를 찍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14


  • Deathly

  • oriane
  • 대너
    대너

  • 맛소금
  • 셋져
    셋져
  • 맹린이
    맹린이

  • 에헤라디비어
  • 카미유
    카미유
  • 서울우유
    서울우유
  • 브릭
    브릭

  • 아이아이아이아이이이이
  • 테리어
    테리어

댓글 13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아르고와 캡틴 필립스는 내내 손을 꽉 쥐게할 정도로 심리적 완급과 뛰어난 오락성을 겸비한 수작인데, 모가디슈는 투박한 완성도가 아쉬워서 그런지 이글 무척 공감갑니다. 과도한 버스트샷과 클로즈업에 핸드헬드로 몰입감이 방해되고 현지촬영이라 어려운 점을 감안해도 촬영과 편집이 류승완 감독 이전 작품에 비해서 많이 아쉽더군요. 소재는 정말 최고인데, 올해 최고의 흥행작, 또는 올여름 최고 흥행작이 될꺼란 세간의 기대감에 못미칠 것 같습니다.

09:25
21.07.29.
테리어
저도 아르고와 비교해서 너무 긴장감이 없어 그냥 흘러가는 내용만 확인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조인성의 너무 오버스런 연기는 적응이 안되었습니다.
공감하는 댓글입니다.
17:28
21.07.29.
2등
저도 어제 관람을 했지만 익무에서 거의 칭송하는 일색의 평들이 와닿지 않았는데 제가 느낀 단점을 정말 잘 적으셨네요. 강추 드려요.
09:36
21.07.29.
profile image 3등
재미있게 관람했지만 모두 수긍이 가는 내용들입니다.
10:02
21.07.29.
도우너월드
삭제된 댓글입니다.
10:11
21.07.29.
profile image
24fps 작성자
에헤라디비어
그냥 스크린큰 일반관에서 봤네요.^^
10:40
21.07.29.
24fps
혹 IMAX나 돌비 애트모스의 섬세함에 대한 극찬들이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이셨는지 한번 여쭤보려고 했었습니다 ㅎㅎㅎ
11:50
21.07.29.
profile image
24fps 작성자
에헤라디비어
저도 특별관에서 보면 그런걸 감상에 남기긴하는데 요번엔 아트카드 받느라 롯데를 우선으로 갔네요.
11:50
21.07.29.
profile image

저도 류승완 감독의 B급 감성이 묻어나는 액션 영화들이 그리워요. 이제는 제작사 대표이자 국내에서 대규모 영화를 주로 맡다보니 이전같은 영화는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11:38
21.07.29.
저도 정말 재밋게 봤지만 이글 내용도 충분히 공감이 가네요 후기 잘보고 갑니다 !!
12:10
21.07.29.
아르고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추천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 로케이션 촬영을 원하는 만큼 보여줬다는것도 대담했고 저는 기대를 안해서 그런지 오락 영화로 재미있게 봤는데 이번 작품에서 류승완 감독한테 아쉬운 부분은 유머가 생각보다 너무 약했고 군함도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고 냉정하게 만들려고 했던것 같은데 그점은 좋았지만 너무 전작을 의식해서 만든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18:43
21.07.29.
profile image
24fps 작성자
Deathly
그건 저도 안타깝더라고요. 전작때문에 뭔가 조심스러움같은게 많이 느껴졌어요. 원래 좀 막나가는 맛이 류감독님의 장점인데..
19:29
21.07.29.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차이콥스키의 아내] 시사회 당첨자입니다. 4 익무노예 익무노예 2일 전11:14 786
HOT 애비게일 등급 러닝타임 1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24분 전19:37 117
HOT '쇼군'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정보 golgo golgo 36분 전19:25 236
HOT 범죄도시4 예매관객 70만 돌파 2 옵티머스프라임 옵티머스프라임 1시간 전18:28 439
HOT 오늘자 로튼 근황 영화, 시리즈별 (스압) 1 NeoSun NeoSun 1시간 전18:07 472
HOT [범죄도시4] 개봉 하루전 예매율 93.8%, 68만6천장 2 시작 시작 2시간 전17:24 595
HOT '파묘'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배급사 쇼박스 입장 2 golgo golgo 2시간 전17:18 1571
HOT 슈에이샤 학습만화 [세계의 역사] 새 표지를 그린 만화가들 3 중복걸리려나 2시간 전17:02 381
HOT 울버린 변천사 3 NeoSun NeoSun 3시간 전16:32 756
HOT 넷플릭스 알고리즘이 거부한 '기사 윌리엄' 시퀄,... 4 NeoSun NeoSun 4시간 전15:58 741
HOT 넷플릭스 '레벨 문:파트2 스카기버' 배두나 인터... 5 NeoSun NeoSun 4시간 전15:42 563
HOT <쉬헐크> 주연 여배우, 디즈니 CEO에 대한 비난 의도 ... 3 카란 카란 4시간 전15:05 1906
HOT '데드풀과 울버린' 예고편 한국,일본 번역 비교 4 golgo golgo 5시간 전14:40 676
HOT '더 폴가이' 런던 프리미어 샷들 2 NeoSun NeoSun 5시간 전14:21 665
HOT 스다 마사키x구로사와 기요시, <Cloud 클라우드> 티저... 4 카란 카란 5시간 전14:18 854
HOT 일본 주말 박스 오피스 랭킹 TOP10 및 성적 정리 (4/19~4/21) 5 카란 카란 6시간 전14:01 441
HOT '스턴트맨' 기네스 신기록 자동차 전복 메이킹 영상 5 golgo golgo 7시간 전12:35 737
HOT [쇼생크 탈출] 재개봉 캐릭터 포스터 2종 2 시작 시작 7시간 전12:28 812
HOT 디즈니+ '쇼군' 오늘 전 에피소드 공개, 시청 포... 9 golgo golgo 7시간 전12:20 2537
HOT 뒤늦게 본 파묘 간단평.. 7 방랑야인 방랑야인 8시간 전11:56 1109
HOT 가이 리치 2차대전 영화 스틸에서 옥에 티 발견 5 golgo golgo 8시간 전11:34 1105
1133722
image
시작 시작 1분 전20:00 5
1133721
image
시작 시작 3분 전19:58 33
1133720
image
시작 시작 5분 전19:56 74
1133719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2분 전19:49 80
1133718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6분 전19:45 89
1133717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7분 전19:44 77
1133716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24분 전19:37 117
1133715
image
golgo golgo 36분 전19:25 236
1133714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57분 전19:04 140
1133713
image
e260 e260 1시간 전19:01 141
1133712
image
e260 e260 1시간 전19:00 202
1133711
image
옵티머스프라임 옵티머스프라임 1시간 전18:28 439
1133710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8:10 350
1133709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8:07 472
1133708
normal
NeoSun NeoSun 1시간 전18:03 247
1133707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8:02 298
1133706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7:47 255
1133705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7:43 344
1133704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7:41 149
1133703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7:39 324
1133702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7:37 273
1133701
image
카스미팬S 2시간 전17:36 147
1133700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7:36 222
1133699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7:32 253
1133698
normal
吉君 吉君 2시간 전17:29 233
1133697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17:24 595
1133696
image
golgo golgo 2시간 전17:18 1571
1133695
image
golgo golgo 2시간 전17:10 293
1133694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7:08 298
1133693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7:07 241
1133692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7:06 245
1133691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7:03 349
1133690
image
중복걸리려나 2시간 전17:02 381
1133689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6:56 384
1133688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6:51 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