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1년 산 사람이 본 영화 <꽃다발~> 후기

 오늘 꽃다발같은 사랑을 했다를 뒤늦게 보고 나왔습니다. 생각보다 영화가 좋았고 일본스럽더라구요. 예전 내한하셨을 때 뵈었던 오시이 마모루가 나왔을 땐 저도 깜짝 놀랐네요. 조금은 노골적이다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일본 문학부터 만화와 게임까지 다양한 예술작품도 언급되던데, 그외에도 보면서 일본스럽다고 생각했던 지점을 끄적여 볼까 합니다.

1.  패밀리 레스토랑

 두 사람이 처음 만나서 간 곳중 한군데가 패밀리 레스토랑이죠. 일본의 패밀리 레스토랑의 많은 지점들이 (특히나 역근처) 실제로 24시간 영업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막차가 끊기면 첫차가 오기전까지 넷카페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밤샘을 하곤 합니다. 비싼 택시요금을 감당하느니 차라리 식당에 앉아 기다리는게 훨씬 싸게 먹히니까요 ㅎㅎ

2. 북커버

 두 사람이 서로 읽고있는 책을 교환해서 보는 장면에서 말이죠. 책에 커버가 씌워져있어 겉표지만 보고 무슨 책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서로 펼쳐서 어떤 책인지 확인하는 장면이 있죠. 실제로 일본에서 책을 사면 종이로 책을 씌워줍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무슨 책을 읽는지 보여주기 꺼려하는 느낌도 있고, 또 서점 입장에선 커버로 일종의 홍보효과를 얻기도 하죠. 그래서 보면 책을 빠르고 깔끔하게 커버로 씌어주는 것이 서점 직원의 필수 스킬인 것 같더라구요.

3.  면접복장

 카스미가 면접을 위해 입은 복장이 굉장히 친숙합니다. 하얀셔츠에 검정 자켓과 치마, 그리고 구두와 단정한 머리까지. 거의 일본 취준생 여성의 기본복장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생각보다 과하고 너무 형식적이며 다들 같은 곳에서 산것 마냥 비슷비슷하기 까지 한데 면접시즌이 되면 저런 복장을 하고 입고 돌아다니는 여성을 상당히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남자도 물론 마찬가지구요. 한국보다도 굉장히 딱딱하고 보수적이구나라고 느꼈던 적이 있어 기억에 남아요.

4.  스케치북

 스다 마사키가 극 중 사용하던 스케치북. 검정색과 주황색의 교차 표지. 역시나 굉장히 눈에 익습니다. 문구점이나 100엔샵에서 자주보던 상품인데요. 실제로 일본 개봉당시 이 영화의 유료 팜플렛도 위 스케치북 디자인과 유사하게 출시되었습니다.

5. 시부야 파르코

 제가 갔을 땐 이미 리뉴얼을 마치고 재개장을 한 시부야 파르코지만 2016년 당시에는 공사를 위해 휴업을 진행했습니다. 영화속에서도 언급이 되죠. 파르코가 사라졌다는 가사가 들어간 일본 노래가 있을정도로 일본 젊은이들의 성지 시부야에서 파르코 백화점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가 꽤 큰걸로 추측되네요. 참고로 현재 리뉴얼된 시부야 파르코에는 닌텐도샵과 포켓몬스토어가 자리잡고 있으니 나중에 도쿄로 갈 일이 생기시면 한번쯤 들려보시는 것도 좋을것 같아요.

그밖에도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영화를 틀어줬던 와세다 쇼치쿠라던가, 실제 혼성밴드그룹인 어썸시티클럽까지 비록 짧은시간이지만 일본에서 살면서 가봤던 그리고 들어봤던 다양한 소스들이 영화속에 등장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