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리카투> 스포일러 리뷰
영화는 강렬한 사운드로 관객을 휘어잡으며 시작한다. 맹렬한 드럼 소리가 모든 공간을 휘감고 흐르며 박자에 맞게 사람들이 움직인다. 눈을 뜨고 숨을 거칠게 내쉬거나 꺼졌던 불이 켜진다. 이는 종교적 의식을 떠오르게 하거나 이 모든 인물들이 하나의 악기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줄거리는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도축하기 위해 잡아 끌고 온 소가 도망침으로써 온 마을 남자들이 동원되어 그 소를 잡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있는 이야기처럼 단순하고 가볍지 않다. '바르키'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대대로 소를 잡는 일을 해왔다. 그제도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소를 도축하고 발골해 판매하는 그는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또 한 마리의 소를 잡기 위해 인근 산으로 향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소의 도망가면서 마을은 쑥대밭이 되고 온 마을 남자들 전부 소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바르키는 물소를 잡기 어려워진 상황에 다다랐다는 판단이 서자 예전에 마을에서 쫓겨난 '쿠타찬'이라는 인물을 부른다. 그가 마을에서 추방당한 것은 같이 일하던 동료 '안토니' 때문이다. 바르키의 밑에서 둘은 모두 바르키의 딸 소피를 연모했으나 그녀는 쿠타찬에게 마음을 열었고, 이를 시기한 안토니가 경찰에 밀고를 해 쿠타찬을 쫓아낸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도움을 요청받아 마을로 돌아온 쿠타찬의 심기는 편할 리 없었고, 자신이 물소를 꼭 잡겠다며 자신의 무리와 함께 힘을 과시한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밭과 숲은 계속해서 망가진다. 모두가 협심에 물소 포획 작전이 성공하려던 찰나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탓에 실패하고 소는 또 다시 도망친다. 하릴없이 소를 잡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는데, 쿠타찬은 안토니를 향해 몸을 던지며 단 둘만 남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서로 갖고 있는 원한과 증오로 혈투를 벌인다. 그러던 와중 물소가 나타난다. 쿠타찬은 공통의 목적인 물소를 잡으려 안토니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안토니의 칼은 물소가 아닌 쿠타찬을 향한다. 끝없이 달릴 것만 같았던 소도 수많은 사람들의 공격을 받아낸 탓에 많은 상처를 입고 쓰러지며 영화는 끝에 다다른다.
'잘리카투'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의 수확 축제인 퐁갈에서 진행하는 집단 경기를 뜻한다. 황소를 풀어놓으면 참가자들은 황소의 등에 올라타서 최대한 오래 버티거나 소가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한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인도는 힌두교도가 대부분이다. 덕분에 소를 신성시 여기는 문화가 널리 퍼져있다. 그러나 남인도는 가톨릭과 정교회가 강세를 띤다.
때문에 마을의 일상을 살펴보면 성당이 존재하고, 푸줏간에서 산 고기를 나무에 걸고 성호를 그은 뒤 급히 미사에 참여하는 인물이 나온다. 또한 신부로 보이는 인물 마저 소의 좋은 부위를 건네 받고 고마움을 표한다. 인도라는 배경을 두지 않고 보았을 때 소는 돼지나 닭처럼 인간에게 좋은 영양소를 제공하는 영양원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그들의 삶을 바라보면 매일 죄책감 없이 다른 생명을 빼앗는 자와 자신의 것이 아님에도 탐욕스레 욕심을 내는 사람들, 딸 결혼식을 앞두고 불륜을 저지르는 이, 혹은 확인이 안 된 사실로 타인을 불륜으로 치부해 모욕하고 비난하는 이들 등 인간의 추악한 모습들이 보인다. 옛 친구를 칼로 찌르고 소를 독차지 하기 위해 다른 이들을 칼로 위협하는 안토니가 다른 사람들의 더러운 손에 매몰된 채 끝이 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를 주무르고 뒤덮은 손들 역시 소를 원해 쫓아온 사람들의 것이라는 것이다. <잘리카투>의 포스터 여럿 중 인간들이 쌓여 소의 모양을 이루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마을에서 그저 고기로서 존재하는 동물이 곧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계속해 거친 숨을 내쉬던 노인이 자리에 일어서서 소를 볼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아무리 가톨릭이 강세라고 한들 소를 신성시 여기는 사람들이 마을에 분명히 존재한다. 그는 그 중 한명으로 보인다. 신성한 소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 것이며 어떤 마음을 건넸을까. 아마도 점점 거칠게 망가져 가는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비통함을 신성한 존재와 함께 나눈 것은 아니었을까.
니콜라요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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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잘 봤습니다. 거대한 은유 같은 작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