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23
  • 쓰기
  • 검색

이누가미 일족 (1976)

BillEvans
3777 17 23

 

 

 

 

한동안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요코미조 세이시 작가와 그가 창조한 캐릭터 긴다이치 코스케를 당당하게 부활시킨 작품이다.

재계의 천황이라 불리던 이누가미 사헤이가 죽어가면서 뜬금없이 피도 섞이지 않은 양녀 타마요에게 모든것을 물려준다. 사헤이의 세 손자들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들은 황당하다. 뭔가 음침하고 폐쇄적이고 잔인해보이는 이누가미 가에는 살벌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한다. 

 

스플래터무비를 연상시킬 정도로 잔인하고 기괴한 살인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13일의 금요일 프레디가 도끼를 들고 하키마스크를 쓰고 등장해도 좋을 정도다.

마리오 바바의 bay of blood 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누군가가 정상인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잔학하고 기괴한 살인을 저지르고 다닌다.

그는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도 모자라 그것을 현란한 방식으로 과시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살인범은 본능 때문에 그러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치밀한 계산 하에 이러는 것이다. 잔학함과 기괴함은 살인범이 쳐놓은 위장이다.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이것을 꿰뚫어본다.

 

이 영화는 제인 오스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과도 닮았다. 혼기가 찬 여자들이 등장해서 늘 결혼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상대남자와의 관계가 중요 관심사가 되는 영화 말이다. 제인 오스틴이 그 문제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기보다 당시 영국 제도가 그러했다는 것이다. 여자가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좋은 결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대번에 사회 아웃캐스트로 떨어지는 일이었으니까. 걸작 Persuasion (2007) 에서 샐리 호킨스가, 결혼을 못했다는 이유로, 귀족집 고이 자란 딸에서 천덕꾸러기가 되어 친척집들을 전전하며 설움을 겪는 내용이 아예 주제로 등장하기까지 한다. 이 영화 이누가미 가 사람들에서 범인이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도 이것이다. 

상속 결혼이 "사회적으로" 그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그가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사회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이다. 여기서 13일의 금요일 프레디는 바로 "봉건적이고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일본사회"다. 잠깐, 그런데 Persuasion 의 무대는 19세기 영국 아닌가? 그런데 20세기 일본에서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일본이 얼마나 낙후되고 전근대적이라는 이야기인가? 요코미조 세이시는 이것을 비판한다. 오죽하면 연쇄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자기 가족에게 마지막으로 "어서, 여기를 나가라"하고 말하는가?

그 폐쇄적인 가족에서 모든 호화를 누린 사람이 마지막으로 하는 말이 이거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학에서 말하는 "선의의 독재자"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선의를 가진 독재자라면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달성할 수 있다 하는 경제이론이 이누가미 가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마약을 전쟁터에서 싸우는 군인들에게 풀고, 비열한 방법을 써서 재계의 우두머리가 된 이누가미 사헤이는, 죽어가는 와중에서도 자기가 경멸하는 가족들을 파멸시킬 궁리를 한다. 그는 독재자이기는 하되, 선의의 독재자가 아니라 비열하고 악의에 찬 독재자이다. 봉건적이고 폐쇄적인 억압사회와 비열한 독재자의 결합 - 최악이다. 이누가미 가 사람들은 악몽과 지옥에서 산다. 이누가미 사헤이는 그가 죽은 다음에도 비열한 술수로 이 지옥을 연장시킨다. 여기에서 13일의 금요일 프레디가 등장하는 것도 당연하다.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긴다이치 코스케가 선두에 나서지 못한다. 봉건적인 사회가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니까. 긴다이치 코스케는 비판적인 관찰자가 되어 이를 기록할 뿐이다. 이 영화에서 긴다이치 코스케는 살인사건을 "해결"한다기보다 그것을 "해석"한다. 영화적 완성도는 단단하지만, 내 생각에 이 영화는 추리물이라기보다 사회물이라고 보아야하지 않을까?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17

  • 스테이플러
    스테이플러

  • MEGAB□X
  • 아무도아닌
    아무도아닌
  • 스타니~^^v
    스타니~^^v

  • XFJin08

  • xwe8wj19al
  • 레히
    레히
  • A열중앙관객
    A열중앙관객
  • 미스터손
    미스터손
  • 각인Z
    각인Z
  • 박감독
    박감독
  • 해리엔젤
    해리엔젤

  • sirscott
  • 타미노커
    타미노커
  • golgo
    golgo

댓글 23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이 영화 속 배우들 연기가 생각보다 좋아서 놀란 기억 나요. 연기 톤이 지금 일본보다 오히려 한국쪽에 가깝게 느껴졌어요.
11:41
21.07.29.
BillEvans 작성자
golgo
저는 영화가 들뜨지 않고 굉장히 안정적이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일본고전영화의 힘이랄까요. 묵직하고 중후하게, 격렬한 서사를 풀어내는 거장 이치가와 곤 감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11:51
21.07.29.
2등
전 이치가와 곤 감독의 이누가미 일족중에 리메이크 보다 이게 더 좋더라고요.
11:47
21.07.29.
BillEvans 작성자
sirscott
리메이크는 많은 사람들이 전작의 재탕에다가 무색무취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더군요.
11:52
21.07.29.
profile image 3등
저 하늘로 치솓은 다리는 에반게리온에서 오마쥬 되기도 했죠^^
12:06
21.07.29.
BillEvans 작성자
해리엔젤
아 그랬던가요? 꽤 유명한 장면으로 여기저기 패러디되는 것 같네요.
12:13
21.07.29.
profile image
이치가와 곤 감독의 걸작
“열쇠” 와 함께 넘 좋아하는 영화죠
12:13
21.07.29.
BillEvans 작성자
박감독
그렇군요. 열쇠는 어떤 영화인지 궁금합니다.
12:13
21.07.29.
profile image
BillEvans
고화질로 찾아보셔여
촬영 연출 연기 모두 최고입니다
12:22
21.07.29.
BillEvans 작성자
박감독
확실히 일본 고전영화들은 리메스터링이 잘 된 고화질로 보아야 하더군요. 여왕벌이라는 작품도 어떤 화질로 보느냐에 따라 영화가 달리 보일 정도였습니다.
14:05
21.07.29.
profile image
이것도 제가 좋아하는 오노 유지님이 음악을 맡으셨죠+_+
12:49
21.07.29.
BillEvans 작성자
각인Z
이치가와 곤 감독의 장중한 스타일에 잘 맞는 좋은 음악이라 느꼈는데, 작곡가가 대단하신 분이었나 보네요/
14:06
21.07.29.
profile image
BillEvans
아직도 활동중인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십니다 ㅎ
14:39
21.07.29.
profile image
BillEvans
이분 때믄에
일본가고 싶었는데
코로나 터졌죠ㅠ
17:39
21.07.29.
BillEvans 작성자
각인Z
언젠가 기회가 있으시겠죠. 그 기회가 늘 있는 것은 또 아니지만......
21:56
21.07.29.
BillEvans 작성자
춘박프러덕숀
워낙 걸작이라 리매스터링을 거듭하며 고화질로 나왔더군요.
21:57
21.07.29.
해결하지 않고 해석한다라.. 꼭 봐야겠어요 ㅎㅎ
19:20
21.07.29.
BillEvans 작성자
XFJin08

추리물이라기보다 사회물 같은 분위기도 납니다. 연쇄살인만 아니었으면 사회물입니다. 

21:57
21.07.29.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차이콥스키의 아내]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9 익무노예 익무노예 2일 전19:34 1270
HOT <애비게일> 보도스틸 공개 1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6분 전13:19 121
HOT <메멘토> 너무 난해해서 “관객 이해할 수 없을 것” ─ ... 2 카란 카란 53분 전13:12 433
HOT <올드보이> 영어판 TV 리메이크 준비중 1 mcu_dc mcu_dc 57분 전13:08 191
HOT 범죄도시 1~4편 씨네21 별점 비교 3 영화그리고 영화그리고 1시간 전12:25 839
HOT 울산의 별 - 간단 후기 2 소설가 소설가 1시간 전12:31 276
HOT 이번엔 시장에 가신 조지 밀러 감독 - 워너코리아 4 NeoSun NeoSun 2시간 전12:01 754
HOT [불금호러] 고정관념을 뒤집어라! - 터커 & 데일 Vs 이블 10 다크맨 다크맨 2시간 전11:23 406
HOT 플러스엠 신작 라인업 2 zdmoon 2시간 전11:50 1131
HOT 잭 스나이더 '레벨 문 파트 2' 로튼 첫 썩토 리뷰 6 golgo golgo 2시간 전11:39 700
HOT CGV 필름마크 No.161 범죄도시4 2 샌드맨33 2시간 전11:30 462
HOT 워너브라더스,섀넌 메신저 판타지 소설 '키퍼 오브 더 ... 2 Tulee Tulee 2시간 전11:22 228
HOT 고윤정 엘르 커버 / 정호연&클로이 모레츠, 유역비 루이... 2 NeoSun NeoSun 2시간 전11:17 543
HOT 샤말란 감독 [트랩] 로고 사진 공개 3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3시간 전10:57 682
HOT (루머) J.J. 아브람스 타이틀 감독, 티모시 샬라메 & 엘... 4 NeoSun NeoSun 3시간 전10:24 708
HOT '데드풀 & 울버린' 해외 극장 스탠디 3 NeoSun NeoSun 3시간 전10:12 683
HOT [파묘] 일본까지 간다, 끝나지 않을 묫바람 [Oh!쎈 레터] 3 시작 시작 5시간 전09:02 602
HOT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 첫포스터 8 NeoSun NeoSun 5시간 전09:00 1824
HOT 소니픽처스, 파라마운트사 인수 고려중 5 NeoSun NeoSun 5시간 전08:45 964
HOT 글렌 파월 넷플릭스 영화 [히트맨] 예고편 2 시작 시작 5시간 전08:40 863
HOT 남은 인생이 10년뿐이라면 당신은? 7 진지미 5시간 전08:29 498
1133189
image
오래구워 3분 전14:02 27
1133188
image
카란 카란 7분 전13:58 56
1133187
image
NeoSun NeoSun 21분 전13:44 105
1133186
image
카란 카란 30분 전13:35 156
1133185
image
NeoSun NeoSun 39분 전13:26 138
1133184
image
NeoSun NeoSun 45분 전13:20 155
1133183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6분 전13:19 121
1133182
image
golgo golgo 50분 전13:15 181
1133181
image
카란 카란 53분 전13:12 433
1133180
image
mcu_dc mcu_dc 57분 전13:08 191
1133179
image
NeoSun NeoSun 59분 전13:06 182
1133178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3:05 126
1133177
normal
미래영화감독 1시간 전13:01 288
1133176
image
소설가 소설가 1시간 전12:31 276
1133175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2:30 895
1133174
image
영화그리고 영화그리고 1시간 전12:25 839
1133173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2:01 754
1133172
normal
zdmoon 2시간 전11:50 1131
1133171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1:40 306
1133170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1:39 175
1133169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1:39 372
1133168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1:39 317
1133167
image
golgo golgo 2시간 전11:39 700
1133166
image
샌드맨33 2시간 전11:30 462
1133165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1:28 438
1133164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1:26 178
1133163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1:25 237
1133162
image
Tulee Tulee 2시간 전11:24 187
1133161
image
Tulee Tulee 2시간 전11:24 135
1133160
image
Tulee Tulee 2시간 전11:24 102
1133159
image
다크맨 다크맨 2시간 전11:23 406
1133158
image
Tulee Tulee 2시간 전11:23 151
1133157
image
Tulee Tulee 2시간 전11:22 101
1133156
image
Tulee Tulee 2시간 전11:22 228
1133155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1:19 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