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리우드] 《나를 사로잡은 그대》 좀 애매하네요
지난 7월 초에 넷플릭스에 뜬 인도영화 《나를 사로잡은 그대》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이 영화는 당초 2019년 개봉 예정이었으나 개봉일이 2020년으로 퉁하고 튕겨져 나갔는데 코시국 때문에 창고에 묵혀있다가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고 배급되었습니다.
영화는 처음에는 ‘결혼은 신중하게’라는 이야기를 담은 약간 블랙코미디 스타일로 출발합니다. 철없는 아내와 쑥맥인 남편, 서로 안 맞을 것 같은 남녀가 결혼했는데 몇 개월 뒤 두 남편은 폭발사고로 사망하고 부인이 유력한 용의자가 되어서 경찰서에서 진술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스토리입니다.
다른 분들이 쓰신 영화 후기들을 보니 이렇게 성별에 따라서 누가 잘못했네에 대한 기준점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영화도 간만에 보게 됩니다. 아마 마이클 더글라스와 캐서린 터너가 나왔던 《장미의 전쟁》 같은 영화를 지금 관객들이 보게된다고 해도 비슷한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저만 생각해 봐요~
그런데 저는 이런 류의 이야기에 양비론적인 입장인데요, 특히나 결혼제도에 대한 허상 이런 걸 많이 느끼면서 살아와서 한 쪽이 더 잘못했네 이런 생각보다는 그냥 그게 그거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더라고요.
연인이었다가 결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사람이 변했네’ 또는 ‘이런 사람인 줄 몰랐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마당에 20년 이상을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몇 시간 혹은 몇 번의 만남만으로 동반자가 된다? 뭐 그럴 수는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결혼해서 서로에 대한 불만이 OK 캐시백처럼 쌓여가지만 ‘~때문에 참는다’하는 모습도 참 가식같고요. 이런저런 점은 좀 맞춰줬으면 좋겠어 하면 계산적이라는 소리 듣는데 그럴 거면 결혼이라는 건 왜 하는가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그럼 그렇지’하는 의식만 더 공고해지는 것 같습니다. 더 사적인 감정으로 흐르기 전에… 넘어가쟈~
라니 역의 탑시 파누(좌), 리슈 역의 비크란트 마세이(우)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두 배우는 탑시 파누와 비크란트 마세이라는 배우입니다. ‘칸’ 이름 들어가는 배우도 누군지 모르겠는데 어차피 생소할 거라 생각해서 안내를 해 드리면 탑시 파누라는 배우는 최근 몇 년 사이 연기 잘 하는 배우로 감독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배우인데 대표작이 인도에서 흥행과 비평에 큰 성공을 거두었던 《핑크》라는 영화입니다. 넷플릭스에 있는 영화인데 이 영화에서의 연기로 인도의 필름페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바 있었고 2020년, 2021년 필름페어에서는 각각 《Saand Ki Aankh》라는 영화와 《Thappad》라는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비크란트 마세이는 주로 저예산 작품이나 독립영화에서 활약하다 최근 인도영화들이 주로 OTT 서비스 위주로 올라오면서 점점 알려지기 시작한 배우입니다. 작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인 《카고》에서 사후의 인간들을 태우는 우주선의 함장 역할로 인상이 깊은데 이 영화에서 극중 탑시가 맡은 라니의 상대역인 리슈를 맡고 있습니다.
극중 인물들이 심적으로 180도 달라지는 역할을 맡다보니 배우들의 역량이 중요한데 이 둘은 그걸 꽤 잘 해냅니다. 물론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각본이 답답시려워서 그렇지… 특히나 이런 영화들은 몇 분 전에 이 캐릭터가 이렇게 바뀌었어? 하는 설득력을 줘야 하는 까닭에 배우의 역량이 중요한데 배우들 연기하는 맛에 끝까지 봤네요. 그냥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딱지 붙은 영화들처럼 이 영화도 얼마 지나면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 같네요.
끝으로 OTT 공개 당시 인도에서 평론가들이 혹평을 많이 했는데 탑시를 비롯한 이들이 이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로 일관했고 평론가들은 다시 이에 대해 응수하고 배우의 팬들은 IMDB에 평점올리기에 들어가서 현재 스코어는 6.9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평론가가 되었든 관객이 되었든 의견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지로 받아들여야지 내 기분에 반하는 평을 하고 있다고 불만사항을 제기하는 게 더 많아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특히나 지금 같은 때 이 두 가지가 잘 안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첫째, 영화가 세상에 나오고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순간 그 영화를 보고 평하는 것은 관객(평론가도 포함)의 몫이다. 둘째, 자신의 기분을 흐뜨리는 평가들에 대한 불만사항을 제기를 하는 경우가 너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평가가 아닌 비아냥이 하나의 스피커로 자리잡은 것 같다. 선동이네 뭐네 하는 시간에 자신의 리터러시를 키우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여실히 든다. 이렇게 정리하고 싶네요.
raSp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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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도 기대와 실제 평가가 다른 작품군같네요.
그나저나 더 테러 라이브 인도 리메이크는 언제 나올지... 인도 영화 중에서 제일 궁금한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