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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사라 고 공주 (1992) - 데시가하라 히로시 감독의 평작

BillEvans
956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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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나 타인의 얼굴같은 걸작을 남긴 데시가하라 히로시 감독의 작품이라 찾아보았는데, 실망이었다. 

이 영화는 감독의 전작 리큐의 속편인 듯하다. 바로 전작 리큐가 끝나는 시점에서 이 영화가 시작하니까. 오늘날 일본 다도를 창조해내서, 일본적인 미학의 완성자로 평가 받는 천재 리큐가 어떻게 권력의 손에 의해 할복자살 당했는지 보여주는 것이 전편이라면, 이 영화 고 히메에서는, 리큐의 미학적 후계자인 고 히메가 어떻게 전쟁과 숙청 속에서 서서히 말라죽어갔는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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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담 극장에서 자라나서 시덥지 않은 만담을 하며 발울 구르고 혼자 재밌어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리큐를 죽인 이유에 대해 구구절절 변명한다. 죽지 않았어도 됐는데 자기가 굳이 자살한 거다, 권력에 어느정도 굽힐 줄도 알아야하는데 자기가 권력을 듣이받고 죽었다, 리큐는 죽었어도 그의 예술은 영원할 거다 하는 식으로. 하지만 나중에는 낄낄 웃으며, 그의 예술은 별 쓸 모 없다, 거만해서 죽였다 하고 고백한다. 

일본 미학의 완성자 리큐는, 별 식견 없는 권력자의 변덕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이다. 

 

리큐의 미학적 후계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양녀 고 히메다. 그녀는 예술을 사랑하고 권력과 위선을 싫어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리큐를 죽이자,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아첨하던 중신들은, 리쿠의 목을 베어 전시한다. 고 히메는 변장을 하고 가서 리큐의 목을 훔쳐와 리큐의 가족에게 돌려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를 알고 혼내기는 커녕 재밌다고 발을 구르며 웃는다. 

 

하지만 자기 양딸을 임신시켜 후계자를 낳겠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야욕,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과 뒤 이은 전쟁과 대혼란 속에서 고 히메는 하나 하나 자기가 가진 것들을 잃고 몰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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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히메와 그를 잘 이해해주는 오리메는 리큐의 미학적 후계자다. 앞에 권력이라는 바위가 있어도 망설임 없이 직진해서 깨지고 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어떻게 파멸을 받아들이고 가치 있게 죽어가는가 하는 것이 이 영화의 주제다. 

누구보다도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을 이들에 대한 영화가 바로 이 영화인데, 이 영화는 아주 조용하고 명상적이다. 

 

자기 집에 갇혀서 죽임을 당할 바로 그 순간에, 오리베는 마루에 편안히 누워 작은 항아리에 놓인 국화꽃을 보며 빙긋 웃는다. 그 국화꽃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고 히메가 보낸 것이다. 고 히메는 죽음을 앞둔 오리베에게 국화꽃과 작은 항아리를 보낼 뿐이다. 이것이 이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이것이 그들의 미학이고, 그들이 잔혹한 죽음을 향기로운 것으로 변환시키는 방식이다.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라고 할만한 장면이다. 

 

이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이 고히메를 사랑하는 우수라는 하층민 청년이다. 오리베가 주워다 키운 우수는, 오리베를 존경하고 고히메를 사랑한다. 

우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고, 혼자 산에 들어가 고립된 삶을 택한다. 영화 대부분 동안, 우수와 고히메는 서로 만나지도 못하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련을 겪고 몰락해간다. 영화 클라이맥스에서, 군사들이 겹겹이 둘러싼 오리베의 집을 몰래 들어가서 오리베에게 고히메의 항아리를 건네주는 사람이 우수이다. 그는 대단한 미학적 식견이 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순수하게 고히메를 사랑하는 것이었으나, 그 순수함으로 고히메와 오리베의 최후를 이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일본 역사 상 그 어느때보다도 다이내믹했을 이 시대를 이렇게 정적으로 조용히 그려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은 찬사이기도 하고 비난이기도 하다.

수작과 평작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가 평작이 된 영화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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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1


  • 엄마손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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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소개해주신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워서 한번 보고 싶네요.^^

댓글
10:17
21.07.24.
BillEvans 작성자
golgo
주제는 아주 훌륭한 것을 잡았죠. 영화가 좀 방대하고 위 이야기 외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갑니다.
댓글
10:23
2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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