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생아 - 순한 맛 츠카모토 신야 (고어 주의)
츠카모토 신야의 베스트는 아니다. 츠카모토 신야의 베스트는 그의 데뷔작 철남 테츠오로 봐야겠지만, 이 영화 쌍생아는 어쩐지 중후한 중년신사로
변모한 츠카모토 신야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자기 살을 자르고 그 안에 구더기가 들끓는 쇠파이프를 집어넣고, 여자친구의 다리 사이에서
긴 파이프가 나와서 남자친구를 강X하고, 몸이 날로 강철조각들에 덮여가는 끔찍한 악몽을 강렬하게 그린 영화가 철남 테츠오다. 츠카모토 신야는
이런 강렬함과 집중력을 오래 유지시킬 수 없었던 케이스다. 이후 만든 작품들은 순한 맛 테츠오들이었던 것 같다.
쌍생아를 보면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츠카모토 신야 스타일의 변주를 더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라 한다.
쌍생아를 보면, 그의 기존 영화들을 약간 변주시킨 것임을 알게된다.
주인공은, 철남 테츠오 이래 내려오는, 전형적인 츠카모토 신야 영화 속 주인공들이다. 평범하고 온화한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은
어느날 갑자기 끔찍한 악몽의 방문을 받는다. 그것은 극단적인 폭력의 형태를 띠기도 하고 (동경의 주먹) 혹은
신체의 학대와 변형 (철남 테츠오) 혹은 불륜과 인간관계의 붕괴 (6월의 뱀)을 띠기도 한다. 이 영화 쌍생아에서는, 이 세가지가 다 주인공에게 발생한다.
이것은 주인공을 변형시킨다. 그는 자기 형태를 잃고 자아를 잃는다. 분노와 폭력으로 그의 형태는 왜곡된다. 그는 기존의 자기 자아 바깥으로 나간다. 그곳은 두렵고 비윤리적이며 폭력적이고 자학적인 세계다. 이 영화 쌍생아에서, 주인공 유키오는 자기 쌍둥이의 학대로 말미암아 우물 속에 빠졌다가 살인을 저지를 정도로 야수에 떨어지게 된다.
주인공을 도발하는 외계로부터 온 미지의 존재가 있다. 그의 과거 영화들에 항상 등장하는 존재들이다. 처음에 이 존재는, 주인공에게 있어 느닷없이 다가온 이해할 수 없는 존재다. 도대체 왜 폭력을 휘두르는지 모르지만 주인공에게 폭력과 학대를 가한다. 주인공에게서 똑같은 폭력과 야수성을 끄집어내는 존재다. 이 역할을 다한 다음, 이 존재는 주인공의 폭력에 의해 소멸한다. 그의 기존 영화들에 항상 등장하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여자가 등장한다. 츠카므토 신야의 영화들에서 여자는 항상 그 패턴이 똑같다. 처음에는 여자는 소심하고 얌전한 존재로 그려진다. 굳이 신경쓰지 않는다면 잘 보이지도 않는 존재들이다. 철남 테츠오에서는 이렇게 소심한 여자가 기계가 되어가고 다리 사이에서 쇠파이프가 길게 돋아나서 아주 발광을 한다. 여자는 주인공으로 대표되는 정상적인 세계와 주인공의 적 입장으로 대변되는 위태롭고 폭력적이고 초월적인 세계 둘다에 빠져 왔다 갔다 한다. 여자는 주인공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일이지만,
초월적이고 가학적이고 비윤리적인 세계에 매혹된다. 이를 질투한 주인공은, 그녀를 사랑하기에 여자와 가학적인 성향에 빠지게 된다. 주인공은 여자로 말미암아 초월적인 세계로 건너가게 된다.
이 영화 쌍생아의 구조도 완전히 똑같다. 의사로 존경받던 유키오는 자기를 닮은 쌍생아의 습격을 받아 우물 안에 내던져진다. 우물은 유키오가 전에는 상상치도 못했던 퍼폭력적이고 기괴하고 신체 변형적인 세계이다. 유키오는 자아가 모호해지고 현실과 초현실적인 가학적인 세계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이 세계로 유키오를 내던진 것은 유키오의 적이다.
우물 안에 던져져서도 나름대로 품위를 지키던 유키오를 무너뜨리고 괴물로 만든 것은 아내의 부정이다. 정숙한 아내처럼 보이던 그녀는 사실,
빈민가 출신의 강도였으며 다른 남자를 애타게 사랑하던 존재였다. 그녀는 유키오의 쌍생아 스테키치가 남편을 살해했으리라 의심하면서도
이에 저항하기는 커녕 기뻐 눈물을 흘리며 달라붙는다. 하지만 스테키치를 완전히 환영하는 것도 아니고, 남편 유키오도 따스하게 자신을 사랑했다면서
눈물을 흘려 스테키치를 분통 터지게 만든다. 유키오의 아내는, 유키오의 세계와 스테키치의 세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유키오를 스테키치의 세계로 이끌고
스테키치를 유키오의 세계로 이끈다.
스테키치와 유키오의 아내 린 사이에는 가학적인 관계가 성립한다. 그의 전작 동경의 주먹이라는 영화에서도 주인공의 적과 주인공 아내 사이에 가학적인 관계가 성립했었다. 그의 영화에서 여자는 남자들에게 종속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남자들을 유혹하고 처벌하는 강한 존재들이다.
순한 맛 츠키모토 신야다. 그의 기존 요소들이 재탕되고 있으면서도, 그 강렬함은 줄어들고, 대결 구도의 드라마틱한 요소도 덜하다.
츠키모토 신야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 잃은 것은 생활감이다. 일상에서 이런 공포가 당신에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는 그 난센스와 가학의 공포가 그의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 쌍생아는 이런면에서 좀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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