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무시사 <갈매기> 후기 - 오복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영화 <갈매기>는 대학원 졸업작품이면서 작년 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 수상작입니다. 개인적으로 전주제영화제 작품들을 좋아하는지라 기대를 품고 극장으로 갔습니다.
"00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라는 말이 밈처럼 유행 했었습니다. 이 밈처럼 <갈매기>는 주먹을 불끈 쥘 수밖에 없는, 쥐고야 마는 여성 개인의 삶과 현실을 보여줍니다. 예고편에 나온대로 <갈매기>는 한 중년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당하면서 벌어지는 갈등과 현실직시 등을 다룬 영화입니다.
<갈매기>가 주는 시사점은 크게 5가지로 보았습니다.
1. 재개발에 맞서는 상인들의 투쟁과 연대, 그러나 아이러니
2. 이익과 개인의 상처 사이의 괴리와 딜레마
3. 자녀의 앞 날이 먼저인가 나의 권리가 먼저인가, 이 둘은 동등하게 질문받는가
4. 가족 안의 여성들의 연대
5. 한 인간 개인으로서의 존엄성에 대한 고민
위의 시사점은 중년여성 주인공이 살아가는 삶을 통해 잘 드러납니다.
저예산 영화라 만듦새는 거칠고 투박합니다. 보는 것에 따라서는 영화적 완성도 측면에서 부족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러나 소재 자체의 무게감과 주연을 맡은 정애화 배우의 인상적인 연기력으로 다른 부분이 용인이 됩니다. 얼마 전 개봉한 <흩어진 밤>도 저예산 작품이었는데, 소리가 잘 안들리고, 전개가 답답하다는 익무 평들이 많았었습니다. 그럼에도 시사하는 바와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인상적이어서 개인적으로 <흩어진 밤>을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이런 평들은 <갈매기>와 유사한 것 같습니다.
더불어 <갈매기>에서 흔들리는 상황들을 정적인 카메라로 담아 대비를 만든 것은 좋았습니다. 다만, 저예산을 떠나 카메라가 지나치게 흔들리는 부분들이 영화 감상적 측면에서 아마추어적이며,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과 소재에 맞는 촬영 방식이라는 평이 갈리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감독님 말씀으로는 <영자의 전성시대> 등 한국 6070영화를 레퍼런스로 삼았다고 하고, 노량진 구시장과 신시장의 갈등, 재개발 그리고 서지현 검사의 미투사건의 전개과정을 모티프로 삼았다고 하셨습니다. 제목에 대한 유래도 안톤체홉의 갈매기와 육지를 떠나 살 수 없는, 갈매기의 아이러니 갈매기의 영어 Gull 과 Girl 의 유사점 등을 언급하셨다는 부분 알려드립니다.
소재와 연기력을 주목할 만한 작품 <갈매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