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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2015)

bangtong36 bangtong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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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를 본 지는 정말 오래 되었습니다. 대학생 학부 시절에 교양과목 때문에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읽었으니 줄거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맥베스 역의 마이클 페스벤더와 그의 부인 역의 마리옹 꼬띠아르가 출연을 해서 보기 전부터 기대가 매우 컸었습니다. 결론을 말하면 정말 만족스러웠었고, 때문에 플레인 아카이브에서 나온 블루레이도 구매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각색을 적절히 해서 그런지 그래서 크게 불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가 시작할 때 한 아이의 장례식부터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맥베스가 자신의 어린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장면입니다. 원작 맥베스와는 차별된 이야기인데 개인적으로 각색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됩니다. 맥베스는 아들이 죽자 활력을 잃은 듯 보였고 아들의 모습을 투영시켰던 소년병마저 죽자 그 부재를 권력으로 대체하려 했다는 것으로 감독은 해석한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것은 추하고 추한 것은 아름답다"는 마녀들의 말은 모순된 맥베스의 처지를 매우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마녀의 신탁을 받아 자신이 모시던 덩컨 왕을 시해하고 왕이 되었지만 함께 신탁을 받았던 뱅쿠오 때문에 끊임없는 불안에 시달리게 되는 모습은 영화 속에서도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용맹한 장군이자 충신이었던 맥베스는 하룻밤 사이에 왕을 시해한 역적이 되었고, 왕위에 오른 뒤에 광기에 사로잡힌 맥베스를 공격한 맥더프는 맥베스 입장에서는 역적이 되는 셈이니 충과 역이 서로 겹치면서 역설적인 상황을 계속 만들어냅니다.

 

마녀들에게서 뱅코우는 그 자신은 왕은 되지 못하지만 대신 그의 후손들이 왕이 된다고 신탁을 받았으니 맥베스로서는 당연히 뱅코우가 거슬릴 수 밖에 없습니다. 맥베스 자신은 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뱅코우는 사랑스러운 아들 플리언스가 곁에 있으니 더욱 그 처지를 맥베스로서는 견딜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맥베스가 뱅코우의 유령을 보고 미치기 시작했을 때부터 맥베스의 운명은 이미 정해졌을 것입니다. 소중한 존재의 부재로 인하여 신탁으로 이룬 정당치 못한 욕망은 해피엔딩이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원작을 각색한 내용 중에 가장 괄목한 것은 바로 마녀의 신탁 중 "버넘 숲이 던시네인 언덕으로 오기 전까지 맥베스는 망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내용입니다. 본래 원작에서는 맬컴과 맥더프의 군사들이 나뭇가지를 잘라 지녀서 움직여 마치 숲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했는데, 영화에서는 숲을 태워 그 재가 바람을 타고 던시네인 언덕으로 가도록 했습니다.

 

맥더프의 가솔들을 잔인하게 화형시키던 맥베스는 신탁만을 믿고 있었으나 이번에는 그 화염이 자신을 몰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여자의 몸에서 나온 사내는 자신을 이길 수 없다던 마녀의 신탁 또한 어머니의 배를 가르고 나왔다는 맥더프의 말에 꺾입니다. 이후 맬컴이 왕위에 오르면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나 싶지만 카메라는 마지막에 걸어나오는 뱅코우의 아들 플리언스를 비추면서 관객들에게 잠시 잊고 있던 마녀의 또다른 신탁을 떠올리게 합니다.  뱅코우의 자손들이 왕위에 오를 것이라는 신탁이 아직 살아 있으니  피가 낭자한 권력투쟁은 계속될 것임을 암시하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이는 원작과는 다른 영화의 각색인데 이 장면도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권력투쟁에 의한 비극을 더 극대화 시켜주는 듯 했습니다.

 

영화는 원작을 충실하게 따라가면서 재해석이라는 이유로 크게 비틀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에 정말 한편의 셰익스피어 연극 자체를 보고 온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각색이 정말 잘 된 영화를 뽑으라 한다면 맥베스에 한 표를 주고 싶습니다.

 

20210721_190934.jpg

20210721_191021.jpg

 

bangtong36 bangtong36
10 Lv. 9836/10890P

積善三年, 知之者少. 爲惡一日, 聞于天下. 『晉書』 「高祖宣帝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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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5

  • 팡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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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튼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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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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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정말 압도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같은 해의 매드맥스보다 더 좋았던 작품이었죠

같은 크루로 만든 어새신 크리드가 추락할 때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요....

감독이 이번 칸영화제에서 다시 재기에 성공한 모양이던데, 맥베스 같은 작품 다시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네요.
댓글
bangtong36글쓴이 추천
20:33
21.07.21.
profile image
bangtong36 작성자
바튼핑크
동감입니다. 언젠가 다시 맥베스와 같은 영화를 또 찍어주리라 믿고 있습니다
댓글
10:37
21.07.22.
profile image 2등
버넘 숲의 예언을 저런식으로 재해석했군요.
위시리스트에 넣어두고 아직 안봐는데 빨리 봐야겠습니다.^^
댓글
bangtong36글쓴이 추천
10:37
21.07.22.
profile image
bangtong36 작성자
kalhun
원작을 크게 비틀지 않고 최대한 살리면서 영화의 흐름에 맞게 적절하게 각색해서 원작을 읽지 않았어도 충분히 원작을 읽은 느낌이 들도록 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ㅎㅎ
댓글
10:44
21.07.22.
profile image 3등

압도적인 비주얼과 음향, 촬영, 연기, 해석, 대사 뭐하나 빠지지 않는 명작이죠. 영화처럼 블루레이 패키지도 아주 멋스럽군요ㅎ 

댓글
bangtong36글쓴이 추천
16:45
21.07.22.
profile image
bangtong36 작성자
드니빌뇌브
스틸북으로 나오지 않은 게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스카나보 케이스도 멋집니다ㅎㅎ
댓글
07:57
21.07.23.
profile image
예전에 여기서 시사회 당첨으로 봤던 기억이 있네요. 가끔 문득 생각나는 영환데, 무엇보다 진짜 비주얼과 분위기가 ㅎㅎ
댓글
bangtong36글쓴이 추천
18:04
6일 전
profile image
bangtong36 작성자
팡구
스산한 스코틀랜드의 분위기가 압도적이었죠
댓글
21:36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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