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굴
1983년 시네마트로닉스에서 발표한 오락실용 LD게임. 실제 제작사는 따로있습니다.
미국 최초의 LD 게임입니다. 세계최초는 아니지만 미국이란 나라의 위상덕에 한때는 세계 최초로 잘못 알려져있었죠. 글구 영향력을 따지자면 실실적인 원조라고 해도 크게 틀린말은 아닐거예요. 진짜 최초인 '아스트론 벨트'는 요새는 기억하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이 게임은 꾸준히 회자되고 있으니까요.
'아스트론 벨트'와 '용굴'은 같은 LD를 매체로한 게임이지만 애초에 개발 방향이 다릅니다. '아스트론 벨트'는 슈팅게임을 좀 더 실감나게 만들어보자 해서 나온 것이고, '용굴'은 어드벤처 게임의 연장선상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당시의) 어드벤처는 문자와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이용해서 진행하는 게임이라 이걸 흔한 전자오락 형태로 이식하는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서 개발도중에 벽에 부딛힌 상태였는데 (출시되기 전해에) 게임쇼에 출품된 '아스트론 벨트'의 데모를 보고는 LD 동영상을 사용한다는 힌트를 얻어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게되었다고 합니다.
어드벤처 게임은 게임에서 제시하는 퍼즐의 해답을 플레이어가 컴퓨터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는데 퍼즐을 애니메이션 동영상으로 대체하고 플레이어의 입력을 단 하나의 키조작으로 처리하는 식으로 극도로 단순화해 게임을 진행시키는 겁니다.
개발팀은 그무렵 [마우스킹]을 발표했던 돈 블루스에게 연락해 게임에 필요한 애니메이션 영상을 만들어달라고 의뢰했고 블루스도 이 새로운 도전에 흥미를 느껴 수락합니다. 그래서 약 반년 좀 넘는 정도의 단기간에 게임에 필요한 애니메이션 영상이 만들어졌습니다. 군소 게임제작사에서 대줄수 있는 예산이 풍족할 리는 없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제작팀은 저예산과 짧은 스케줄에 시달려가며 일해야했다고 합니다만...
완성된 게임은 '아스트론 벨트'가 미국 오락실에 진출하기 전에 먼저 오락실에 나와서 미국인들에게 최초로 'LD 게임 쇼크'를 선사한 작품이 됩니다. LD로 재생되는 영상으로 돌아가는 비디오게임이라는 것 만으로도 이미 쇼킹했지만 '용굴'은 '아스트론 벨트'보다 더 나중에 선보였더라도 여전히 쇼킹했을 그런 게임입니다.
'용굴'은 LD로 제공되는 영상 그자체를 게임플레이로 만들었고 그걸로 (겁내 짧지만) 스토리를 진행해갑니다. 그런 형태의 게임은 이전까지 오락실에서 볼수 없었던 거죠. 어드벤처에서 파생되어 나오긴 했지만 어드벤처 게임의 스타일과도 다릅니다. 이 새로운 형태의 게임의 화제성은 오락실이라는 영역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돈을 긁어모았습니다. '용굴'기계 주변엔 직접 플레이 하는 사람뿐 아니라 구경하는 사람들로 둘러쌓여있었고, '용굴'은 남이 하는 걸 구경만 해도 재미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직접 하는 사람보다 구경하는 사람이 더 재미있는 게임이었을지도....
사실은 게임을 직접 해보면 재미가 있다기 보다는 스트레스 쌓이는 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난이도는 더럽게 높고 아무 단서도 없이 키(혹은 레버)를 어떤 타이밍으로 맞춰야 하는지를 시행착오로 외워서 해야하는 게임이라 마스터하려면 동전을 쌓아놓고 해야했습니다. 당시에는 그런것도 낭만의 일종이었던지 어쨌거나 게임은 돈을 쓸어담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어드벤처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게임이라서 어드벤처 게임의 근본적인 단점을 고스란히 안고있습니다. 한번 문제를 다 풀고나면 그걸로 끝이라는 거. 게다가 LD라는 매체의 수록시간 한계상 게임 시간을 길게 잡을 수도 없습니다. 기계가 비싸니 게임 비용은 다른 일반 게임보다 훨씬 비싼데, 게임의 길이는 훨씬 짧습니다. 한번 길 다외워서 끝까지 가고나면 계속 반복해서 플레이하기는 거시기한 게임입니다. 결국 이런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LD 게임은 몇년 안가 인기가 시들해지게 되죠...
LD 게임의 유행이 지나간 것과는 별개로 '용굴'이라는 게임은 불멸성을 얻어 끝없이 재생산되어왔습니다. 아미가 같이 멀티미디어 처리가 가능한 PC가 나오자 PC 버전으로 재창조되었고 CD가 주변기기로 정착되자 CD롬으로 재판되었고 DVD란 신매체가 나오자 바로 DVD 버전으로 재판, 현재는 HD 버전까지 나와있죠.
이 게임이 이제는 거의 잊혀지다시피한 다른 수많은 LD 게임들을 제치고 이렇게까지 오래 기억되는 데는 돈 블루스의 공이 가장 크지 않나싶어요. 돈과 시간에 쫓겨가며 후다닥 만든 것 치고는 놀랍도록 영상의 퀼리티가 뛰어납니다. 83년에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처음 보았다면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겠죠. 한번 끝내면 더이상 플레이가치가 없을 게임을 반복적으로 계속하도록 만든 원동력도 돈 블루스의 영상입니다.
수많은 아류작들이 나와 신선미를 잃게되고 끝내 LD 게임이란 것 자체가 한계때문에 사장되어버린 후까지도 이 작품이 계속 기억되고 있는 건 결국 돈 블루스가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무의식중에라도 인정받았기 때문일지도...
satt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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