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렁스] 어쨌든 사랑 이야기
'어쨌든 사랑 이야기'
- 연극 '렁스(Lungs)' 관극 후기
- 공연일시 : 2021년 7월 6일 화요일 오후 8시
- 공연장 : 아트윈씨어터 2관
- 출연 : 정인지(여자), 오의식(남자)
무대가 밝아지자 커플로 생각되는 남녀가 가벼운, 아니 어쩌면 살짝 날카로운 언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자 하니 발단은 아이를 갖자는 남자의 제안, (남자에 의하면) 여자는 빡쳤고 몇 번의 부정 끝에 여자는 빡쳤음을 인정합니다. 이제부터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이 사회와 지구, 그리고 태어 날 아이에 대하여 올바른 일인지, 아이를 갖는다는 것의 사적인 동시에 공적인 의미에 대한 두 사람의 길고 치열한 대화가 이어집니다.
"이산화탄소가 만 톤. 에펠탑의 무게야. 내가 에펠탑을 낳는 거라고"
(자신이 속한 사회와 세계와 지구에 책임을 다 하는)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신념이 일상의 욕망과 부딪칠 때마다 두 사람은 고민하고 해법을찾고자 노력합니다. 때로는 욕망에 타협하며 이를 합리화하기 위한 논리를 찾기도 하(는 모습 귀엽)고요. 좋은 사람이고자 하는 것에 대한 상반된 의견으로 갈등하기도 하지만 결국 대화를 통해, 양보를 통해 절충점을 잡아냅니다. 둘은 서로를 너무도 사랑하니까요.
PC(Political correctness), 이른 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계몽적 주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지만,
연극 <렁스>는 결국 "어쨌든 사랑해"라고 끝맺는 전형적인(울고 웃고 사랑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헤어지고 그리고 다시 만나고) 멜로 서사입니다.
그리고 보편적 서사에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얹어서 전달하는, 바로 그 점이 <렁스>의 매력입니다.
90분간 폭포수처럼 끊임없이 쏟아지는 찰진 대사들이 싱싱하게 팔딱댑니다.
이를 소화하는 두 배우의 연기가 압권입니다. 특히 지금까지 뮤지컬 작품으로 자주 보아 온 정인지 배우, 정극 연기가 더욱 발군이네요. 대사를 치는 리듬감과 크고 작은 동작들이 적합하고 적절합니다. 이를 여유롭게 받아주는 오의식 배우의 흡수력 만렙입니다.
분명 <렁스>는 오롯이 배우의 연기에 집중하는 무대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시공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극본의 빼어남이 절로 드러납니다. <렁스>는 정말 '연극적'입니다!
마치 단거리 질주처럼 클라이맥스에 도달한 후의 느릿느릿한 엔딩은 긴 감정적 여운을 남깁니다.
많이 좋아하는 연극 '우리 읍내'(Our town)'나 픽사의 걸작 '업(Up)'의 무성영화같은 초반부와 정서적으로 상통하는 부분이 있네요.
연극 <렁스> 좋았습니다.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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