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타귀
1980년 홍금보 감독작.
홍금보의 영화사인 보화영화사 창립작품이자 홍금보가 기획, 제작, 각본, 주연, 감독, 무술지도에 전부 참여한 역작으로, 영환공부희극편(≈오컬트환타지 쿵후 코미디 영화)의 시조격 작품입니다. [귀타귀]가 대히트하면서 한동안 [귀문둔갑]같은 추종작들이 나와서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홍금보 본인도 뒤를 이어 [인혁인/속귀타귀] [인혁귀]등 다루는 소재를 조금씩 바꿔가면서 연작을 내놓았는데 그렇게 나온 네번째 영화가 [강시선생]입니다. 이 [강시선생] 덕에 또 강시영화의 부흥기가 오게 되죠.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에선 [귀타귀]를 강시영화라고 잘못 알고있는 경우가 많은데, [귀타귀]는 강시영화는 아닙니다. 강시가 안나오는 건 아니지만 다루고 있는 여러 주술 소재들 중 하나로 잠깐 나올뿐이예요. [곡성]에 좀비가 잠깐 나온다고 해서 [곡성]을 좀비영화라고 하지는 않는 것 같으니 중간에 강시가 잠깐 나온다는 이유로 [귀타귀]를 강시영화라고할 수는 없겠죠. 소급해올라갔을 때 강시영화의 부흥을 이끌어낸 원류로 볼 수는 있겠지만요.
시작부터 이런 사족을 늘어놓는 이유는 [귀타귀]는 '강시영화'라는 틀속에 가둬버릴 수 있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를 기획하면서 홍금보는 중국의 여러 민간설화들을 연구했고 그렇게 수집한 것들 중에 일부만 영화에 썼다고 합니다. 그 중에 강시도 들어있었던 거죠.
사실 [귀타귀]에 나오는 것들은 굳이 따지고들자면 아주 새롭지는 않습니다. 강시와 같은 도교 오컬트 소재와 쿵후, 코미디를 조합한 사례는 유가량의 [모산강시권]이 앞섭니다. 좋은 도사와 나쁜 도사가 대립하면서 주술대결을 펼치는 건 쇼부라다스 강두영화 계열에서 나왔던 것들이고, 벌거벗고 온몸에 부적을 그리는 건 같은 해에 계치홍의 [사]에서 먼저 나왔죠.(일본영화 [괴담]이 진짜 원조겠지만...ㅎㅎ) 신내림을 받아 순간적으로 고수가 된다는 것도 유가량의 [신타]에서 다뤘던 것입니다.
그치만 [귀타귀]는 그런 것들을 다 끌어모아 밸런스 좋게 조합했고 그 결과물이 탁월합니다. 그래서 메가히트했고 업계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고 그방면의 시조로 등극할 수 있게된 거죠.(대부분의 무슨무슨 원조라는 게 다 그렇잖아요ㅎㅎ)
****
장대담은 무술도 잘하고 덩치도 큰 사람이지만 사실은 쫄보입니다. 겉으로는 자신이 이름 그대로 대담하다고 큰소리치고 다니지만 겁많은 성격탓에 제실력도 제대로 발휘를 못하죠.
아내가 불륜을 하고있다고 의심을 하면서도 아내한테 쫄아 제대로 따지지도 못하고 어떻게든 증거를 잡으려하는데... 그 불륜상대가 부자라서, 자본의 위력을 발휘해 오히려 장대담을 죽이려고 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지금현재 우리나라의 일일연속극에 나와도 위화감이 없을 흔한 스토리인데, 장대담을 죽이려하는 방식이 중국영화스럽습니다ㅎㅎ 도사를 고용해서 주술을 걸어요.
겁쟁이 장대담이 연속으로 공격해오는 갖가지 초차연적인 위험들을 회피하고 끝까지 살아날을 수 있을것인가...하는 것이 영화의 메인이 됩니다.
주인공이 쫄보 유부남에 불륜을 파헤치는 이야기라니... 흔히 홍금보하면 생각하는 이미지와는 좀 다르죠. 그래도 홍금보의 캐릭터와 상당히 잘 어울립니다. 자신의 이미지를 잘 이용해서 무서우면서도 웃기게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니까... 영화가 처음 나왔던 시기에는 이 영화는 분명히 호러이기도 했습니다. 그치만 뭐 80년에 나온 홍콩 영화니까... 지금 와서 이 영화를 무섭다고 생각할 사람은 한명도 없을겁니다. 오히려 촌스러운 특수효과같은 걸 보면 우스꽝스럽죠. 그치만 이 영화는 코미디이기도 하니까요ㅎㅎ. 뭐 80년대에는 최고로 웃겼던 이야기가 지금은 촌스런 아재개그 취급을 받으니 이 영화의 코미디도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게 받아들여지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건 간에 웃기는 영화인건 여전합니다.ㅎㅎ
액션영화로서는 여전히 볼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올드 스쿨 쿵후영화의 스타일 그 자체를 싫어하는 분이라면 어쩔수없겠지만 [귀타귀]의 무술액션은 지금봐도 충분히 임팩트가 있습니다.
클라이맥스에서 장대담이 손오공, 홍해아에 빙의되어서 복호나한에 빙의된 원무, 여동빈에 빙의된 황하와 연속 매치를 벌이는 장면은 액션도 훌륭하지만 그 상황이 기발하면서 재미있죠. 정말로 '귀신이 귀신을 친다'는...ㅎㅎ(이왕이면 손오공 상대로는 좀 더 네임드 캐릭터가 나왔으면 좋았겠다싶지만...(뭐 들고있는 무기가 비슷해서 나타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기는 합니다ㅎㅎ))
황하(또는 황합)는 무술감독으로도 이름을 날린 분이지만 얼굴이 희극적이라 그다지 폼나는 역할은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사실상의 끝판왕 역을 맡아 제대로 카리스마를 보여줍니다.
홍콩판과 대만판의 엔딩이 다릅니다. 대만판에는 다 끝나고 나서 영화의 전체 내용을 다 뒤집어버리는 추가장면이 붙어있습니다.
지금 흔하게 볼 수 있는게 홍콩판이고 대만판 엔딩은 레어라서 보기가 어렵습니다. 뭐 아주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싶은 것이... 당시 대만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 추가한 거라고 해요. 전체 광동어로 제작된 영화인데 그 추가 엔딩에서만 홍금보가 북경어로 대사를 한다는 이야기도 있네요.
우리나라에야 당연히 대만판이 수입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볼수 없게된 그 엔딩을 추억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샘 레이미의 [이블 데드]에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sattva
추천인 10
댓글 6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