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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랑종' 초간단 리뷰

수위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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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겁이 많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 믿는다. 지금은 공포영화도 잘 보고 밤길도 잘 돌아다니지만 어릴때는 스튜어트 고든의 '좀비오'만 봐도 무서워서 질질 짜던 애였다. 밤길을 걷다보면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둠(쓰레기통 뒷편, 자동차 아래)에 뭐가 있을까 상상하며 무서워하곤 했다. 특히 거울과 엘리베이터를 유난히 무서워했다. 어릴적 어린이들 인기도서였던 '공포특급'의 주요 소재가 거울과 엘리베이터였다(가장 많이 쓰인 소재는 학교였으니 2, 3등쯤 했을 듯). 사실 거울은 지금도 조금 무서워한다. 김성호 감독의 2003년 공포영화 '거울 속으로'는 내가 가지고 있던 거울에 대한 두려움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영화였다. 지금도 가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서 기척이 느껴지곤 한다. 

 

2. 더 이상 영화를 보고 무서워하던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했다. 간간히 무서웠던 영화는 있었지만 보고 나면 금방 휘발되는 영화들이었다. 특히 클래식 공포영화는 최종단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는지 아리 에스터나 로버트 에거스 등은 초현실주의적이고 미학적인 공포영화를 선보였다. 공포라기 보다는 차라리 예술에 가까웠다. 반종 피산다나쿤의 영화 '랑종'은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현대적인 방식을 사용했지만 이야기는 고전적이다. 가족 중 누군가가 악령에 빙의되고 퇴마사(혹은 신부, 무당)가 악령으로부터 빙의된 대상을 구한다. 이 간단한 이야기에 '랑종'은 뭔가를 추가한다. 이는 시나리오를 쓴 나홍진 감독의 장기들이다. 나홍진의 영화들은 그리 친절하지는 않다. '황해'나 '곡성'은 이야기에 생략이 많고 여기에 관객이 개입하도록 만든다. '랑종' 역시 이야기에 많은 생략을 가하고 관객이 개입해 이해하고 해석하도록 만든다. 

 

3. 간단히 얘기하면 영화는 미끼를 던지고 관객이 그것을 콱 물도록 유도한다. '곡성'을 연상시킨다는 이야기다. 영화를 본다면 여러 사람이 '곡성'을 연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공포를 이끌어내는 연출은 '곡성'을 압도해버린다. 나홍진 감독의 말대로 '곡성'은 코미디 영화고, '랑종'은 무섭다. 이 영화는 공포를 이끌어내기 위해 영화의 절반을 버린다. 영화의 전반부는 배경을 설명하고 인터뷰를 진행한다. 인터뷰하는 무당 '님'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다. '님'과 그녀의 언니 '노이', '노이'의 딸 '밍', '님'과 '노이'의 오빠 '마닛'이 이야기의 주요 인물이다. 촬영팀의 인터뷰 방식을 이용해 인물과 배경을 설명한다. 이런 충분한 설명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의도적으로 이를 길게 늘어뜨린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악령에 빙의하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관객을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4. 영화의 중반부쯤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분위기는 역전된다. 느긋하게 관객을 끌어 당기던 영화는 이때부터 관객을 쉼없이 몰아붙인다. 느긋했던 초반부에서 점차 끌어올리는 연출은 장르영화에서는 흔한 방식이다. 특히 1990년대 한국 신파영화(ex: '편지')는 화기애애하고 유쾌한 전반부에서 눈물콧물 질질짜게 하는 후반부로 향한다. 전반부와 대비를 이루게 해서 후반부의 신파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랑종'은 전반부의 늘어짐으로 후반부의 공포를 극대화시킨다. 특히 촬영팀이 설치한 CCTV 장면은 압권이다.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긴 했는데 '랑종'은 이를 더 요긴하게 쓴다. 기괴하게 등장하는 악령의 악행과 몇 개의 장면, 점프스케어는 쉼없이 관객의 심장을 조인다. 게다가 퇴마의식을 앞두고 촬영했다는 이 영상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퇴마의식이 잘못된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CCTV 영상이 길어지면서 관객은 또 다른 공포와 마주하게 된다. 

 

5. '랑종'에도 허점은 존재한다. 이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라서 겪게 되는 한계다. 어떤 장면에서 관객은 속으로 "카메라를 버리고 도망쳐!", "말을 해, 말을!"이라고 내적 비명을 지르게 될 것이다. '파라노말 액티비티'에서 일부 관객은 "제발 불을 켜!"라고 내적 비명을 질렀다. 촬영팀의 합리적이지 못한 몇 가지 장면은 꽤 거슬린다(촬영팀이 발암). 그러나 촬영팀의 삽질이 영화의 몇 가지 오싹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페이크 다큐의 한계로 받아들이면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장면이다. 그리고 시청각으로 관객을 두들겨 패는 마지막에 다다르면 촬영팀의 삽질은 기억 저편으로 잊혀질 것이다. 빠른 시간에 '곡성'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도 허점일 수 있다. '랑종'은 어떤 계기로 이야기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지만 '곡성'의 원리를 안다면 어느 정도 예상은 가능해진다. 그래도 시청각으로 관객을 패버리기 때문에 '곡성'과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6. 결론: '곡성'을 연상시킨다는 것은 생략이 많다는 의미다. 영화가 미끼를 던졌으니 관객은 그 떡밥을 콱 물어버리기 마련이다. 정식 개봉 이후 유튜브와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떡밥을 물고 해석하는 리뷰가 쏟아질 것이다. 해석은 그 분들에게 맡기는게 나을 듯 하다. '곡성'의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지점에서 느꼈지만 '곡성'과 '랑종'이 주는 최고의 공포는 미지의 존재 앞에서 무력해지는 인간을 마주하는 일이다. '랑종'은 여기에 더 직접적으로 접근한다. '랑종'은 '곡성'의 해설판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추신1) 개 키우는 사람이 이 영화를 보고 받을 고통과 공포를 생각하니 걱정된다. 

 

추신2) 가능하면 극장에서 보는 게 좋다. 그것도 아니라면 혼자 방에서 불 다 꺼놓고 사운드 키워서 보는 게 좋다. ...그래야 더 무섭다.

 

추신3) 조때따, 오늘밤 잠 못자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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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초간단 리뷰인데 이 정도면 자다가 오줌 지릴 정돈가 보네요.
18:27
21.07.02.
profile image 2등

어떤면에선 코스믹 호러 같기도 해요. 짧은 시간에 멋진 리뷰 올려주셨네요.

18:28
21.07.02.
french
삭제된 댓글입니다.
19:53
2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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