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et place 2
이 영화의 진짜 공포는 소리이다.
우리는 소리를 통해 상대방과 대화하고 음악을 감상하고 자연 및 타인과 소통한다. 소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이 소리가 어느날 갑자기 우리 생존을 위협하는 소름끼치고 공포스럽고 혐오스러운 것이 된다면?
우리가 서로 호흡하고 대화하고 외부를 느끼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에게 공포스러운 것이 된다면? 우리 신경줄기를 타고 흘러다니는 전기신호가
우리에게 공포가 된다면?
우리 주변에 괴물들이 돌아다닌다 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이것이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1은 이것을 극대화시킨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1에서는 서사가 거의 없었다. 이것은 이렇게 해서 이렇게 시작되고 이렇게 흘러가고 이런
서사가 하나도 없었다. 어찌어찌해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지, 이 가족은 도대체 무엇을 할 것인지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다.
그냥 한 가족이 살아가는 일상을 보여줄 뿐이었다. 관객들은 이 가족이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도, 앞으로 어찌 될 지 희망을 가져볼 수도 없었다.
어찌 보면 부조리극의 호러영화화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영화에는, 그저 관객들을 무겁게 짓누르는 조용함이라는 공포만 있을 뿐이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여기에 서사를 도입한다. 시작부터가 어떻게 이런 괴물들이 외계로부터 지구에 들어오고, 지구가 이 괴물들에 의해 서서히 점령되어갔는지 보여준다. 이제 관객들은 이 가족이 처한 상황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1의 그 공포는 사라졌다. 이제부터
에일리언 식의 액션 호러영화다. 조용함이라는 공포의 본원은 뒤로 물러앉고, 외계 괴물이라는 말초적인 공포가 날뛴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1의 소통 단절, 감각의 파괴, 고독함이라는 공포는 완백했다고 볼 수 있는데,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외계 괴물은 그에 비해
클리셰 같다는 점도 느껴진다.
기본적으로 콰이어트 플레이스 1은 아주 작은 수 인원들 간 소통에 대한 영화였다. 이 소통의 단절이 가져오는 고통에 대한 영화였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에서는 이 공간이 여러 마을로 확대되고,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이렇게 확장된 공간에서, 콰이어트 플레이스 1과 같은 방식으로 공포를 자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감독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려는지 궁금해진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1의 주인공들은 이제 액션영화의 히어로들을 닮아간다. 이 영화를 프랜차이즈화하고 싶다면,
기존 액션호러영화들과 차별점을 어떻게 가져갈 지 고민해봐야하지 않을까?
영화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조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