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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제인>

영화초보12
767 2 3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가끔 이 모든게 꿈같을 때가 있다. 당장 눈을 뜨면 내 침대 이불 안이었으면 좋겠다. 이럴 때마다 눈을 감아 생각해본다. 아. 내가 원하는게 뭘까. 지금 당장은 직장인이 되는거다. 공부 열심히 해서 자격증 많이 따야지. 못 이룰거라고는 생각 않는다. 근성과 인내라면 내가 최고니까. 내다 버린 시간 몇 해가 있어서 빠르게 직장을 갖지는 못한다. 어쩔 수 없다. 지금 당장을 살아가는 수밖에. 이렇게 나를 위로하는 방법이야 분명하다.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까. 앞으로도 잘할테니까. 이 생각회로로 나는 나를 격려한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나에 대한 위로가 말을 듣지 않을때가 있다. 온 세상의 비극이 오롯이 나에게만 일어나는것 같고 나마저도 나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기분이다. 그럴때면 주위를 둘러본다. 한 분야의 무언가를 찾는것이다.

 

그러다보면 이것도 한계가 보인다. 이거 해서 뭐해. 어차피 원하는대로 이뤄지지 않을텐데. 누군가를 찾는다. 내 인생의 영웅, 그러니까 부모님이 아니더라도 좋아할만한 타인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 사람을 만나면 다 털어놓을수 있을거야. 사이가 좋은 사람이라면 사실 당장 연락을 해도 된다. 친하니까. 그들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 테니까. 누군가가 주위에 있다는건 축복받은 일이다. 알면서도 나는 한가지에 매몰될 때가 있다. 언젠간 만날테지. 나를 떠났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땐 어쩔 수 없었어. 누구나 그런 사연 하나쯤은 있고 다들 그 시간이 억울하니까. 그러니까 나는 혹시 일어날지도 모를 꿈에 기댄다. 그래. 그 사람을 만나면 그동안 있던 일을 다 털어놓을 수 있을거야. 애써 아니라고 부정하고 미워했지만 난 나를 떠난 누군가를 되게 많이 좋아했거든. 어차피 떠나갈 걸 알면서도.

 

 

 

 

 

<꿈의 제인>은 외로움에 관한 영화다. 영화는 소현이라는 주인공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이 대화는 현실성이 없는것으로 보인다. 듣는 사람이 명확하게 나타나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대화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듯 무엇이 진짜인지 말해주지 않은 채 영화가 시작된다. 첫번째 이야기. 영화 주인공 소현에게는 제인이라는 친구가 있다. 제인은 소현과 함께 살던, 정호 오빠의 애인이다. 소현은 한때 정호 오빠와 모텔방에서 함께 살았다. 제인과 소현은 이렇게 정호라는 공통점이 있다. 소현은 제인의 가출청소년 팸에 합류하고 이 덕에 친구가 생긴다. 그렇게 서로에게 의지하며 정호의 행방을 찾는 두 사람. 비틀비틀거리는 인생을 서로에게 기댄다. 둘은 더 나은 행복을 위해 찾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함께 산다면 제인과 가출청소년팸은 행복하게 잘 살것 같았다. 그리고 이 희망은 러닝타임이 시작되고 30분만에 깨진다. 한 계기로 인해 소현이의 행복은 붕괴되고 이 희망은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다음 희망은 지수다. 지수는 제인의 팸에서 만났던 언니다. 도둑질 누명 씌우기에 폭력까지 일삼는 팸이지만 소현이는 이 곳이 아니라면 갈데가 없다. 그렇게 어려운 삶을 이어가던 도중 팸에 지수가 들어온걸 본다. 지수는 가족이 없는 소현과는 다르다. 함께해줄 친동생도 있고 미래라는 것이 있어서 소현의 부러움을 산다.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좋은 지수에게 기대는 소현. 위축되다 못해 찌그러졌고, 이런 하루하루가 힘겹지만 지수와 함께라면 일상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희망은 오래가지 않는다. 한 기점을 시작으로 지수는 소현이와 멀어진다. 소현이는 이 일에도 무기력하게 방관하며 지수라는 희망도 떠나보낸다. 그렇게 주인공은 버려진다. 내가 버려졌구나란걸 인지하고 있을때쯤 다시 소현의 나레이션이 시작된다. 다시 제인언니를 만나던 영화의 초입으로 돌아간 것이다. 주인공은 다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 이 시점까지의 1시간이  마치 꿈이라도 된것처럼 그렇게 사라져버렸다. 영화는 이게 전부다. 어느 상황이 진짜인지. 누구에게 대화하는지. 이게 다 무슨 말인지. 정호 오빠는 어떤 사람인지. 제인 언니는 실존하는 사람인지. 영화는 인과관계를 부숴가며 어느 시점으로 도착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제인 언니가 뉴월드라는 곳에서 노래를 부르던 시점으로. 언니는 노래를 부르기 전에 딱 한마디를 한다. 그리고 관객인 우리들에게 한마디 한다. 

 

"불행도 함께 영원히 지속되겠죠. 그래도 괜찮아요. 오늘처럼 이렇게 여러분과 즐거운 날이 있잖아요. 어쩌다 이렇게 행복한 날이 있겠죠. 그럼 된거죠 뭐. 우리 오래오래 불행하게 살아요. 이 뉴월드에서." 영화는 소현이가 자해한 흔적에 'unhappy'란 도장을 찍고 끝난다. 이 영화의 종착지는 불행이었다. 이 도장을 띡하니 찍고 끝난다. 결국 끝까지 무엇이 정말인지를 말해주지 않는다. 이 엔딩을 처음 봤을때가 기억난다. 뭐지. 이거 뭐지. 그래서 무얼 말하는거지. 그리고 머릿속에 생각이 가득해서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난 알고 있었다. 뭐가 진짜 중요한지는 사실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있어 큰 요소가 아니었다. 소현이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었다.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감독에게 한방 맞았다. 나라고 해서 달랐나. 난 두렵다. 많이 무섭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날 떠나갈까봐. 또, 날 미워하게 될까봐 걱정이 많다. 나만의 철학이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지만 그건 사실 내가 날 속였던 거짓말이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자그마한 희망에 기대 울고 웃는다. 어차피 이 사람들도 나를 떠날거라는 걸 알면서도 난 즐거운 기억과 경험에 기댄다. 더 이상의 무언가가 있냐고? 아니. 이게 내가 수능도 치고 성인이 됐으며 대학생활의 끝자락까지와서 느낀 인생의 전부다. 어차피 삶은 배드엔딩이다. 행복은 말 그대로 NG들 중에 찾을 수 있는 한 컷쯤 된다. 행복은 이렇게 내 삶에서 멀리있었다.

 

이렇게 행복은 우리의 삶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영원한게 있나. 그런건 없다. 보통 날 사랑한 것들은 나를 떠나갔다. 혼자서 영화관가는 취미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단골극장이 경영난을 겪은 탓에 잠시 쉬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랬다. 나는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간다는 것이 타인의 깊은 이해를 유도한다는 걸 알때의 기분은 참 복잡하다. 이 때 화를 내는게 맞다고 생각한 것이 그냥 내가 이기적이었다는걸 깨달을때의 그 몇일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그러다보면 외로운 기분이 그 날 하루 가득하다. 이거 지나면 다시 행복해질거야. 아니었다. 정도와 이유에 따른 차이만 있다뿐이지 난 항상 불행한 사람이었다. 사랑받을 수 있다면 불행하지 않았을텐데. 난 그러기엔 내 주위사람들을 아껴주지 못해서 항상 잡생각이 많았다. 매일매일 늘 똑같았다. 늘 씁쓸했던 것 같다. 외로움도 느끼고 말이야. 나만 이런가? 아니다. 나만 힘든거 아니다. 이 지구상의 모든 인물들 각자에게 힘든 이유가 있다. 보통 내가 겪는 고통은 나 스스로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다. 이 이유로 외로움도 느낄 것이다. 어차피 우리는 우리 스스로지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거든.

 

그래서 삶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개같은 하루하루가 일상인게 우리가 느끼는 전부다. 무엇이 잘되면 다른 무언가가 안되고. 누구와 친해지면 누구와 멀어지고. 사실 따지고보면 불행한 일은 인생 전부의 디폴트값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이 시간이 있어서 우리가 행복이란 걸 알게되는거 아닐까? 희망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꿈꿔온 희망이 무너져봐야 그 시간이 좋았다는걸 알았다. 마치 제인에게 기대고 지수에게 의지하는 소현처럼 말이다. 이 <꿈의 제인>은 이 지점에 대해 말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정말 어느 상황이 나에게 더 불행할지를 따지는게 의미가 있을까. 날 움직이는건 사소한 희망이다. 보통 이 감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개같은게 인생이다. 삶의 희망은 알아서 꺼져간다. 그래도 우리가 이런 삶을 버틸 수있는건 우리가 함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소현의 행복한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과정 속에 있다고 보여준다. 각본을 이렇게 쓴 이유는 분명할 것이다. 영화의 메세지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는 근본적으로 불행할 수 밖에 없다. 정말 추구해야 할 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제인과 지수와 영원히 행복하게 산다면 그건 사실 판타지에 가깝다. 사람이기 때문에 밝은 결말이 나올 수 없다. 영화는 이런 비극을 기본전제로 깔고 행복한 시간에 대해 붙박힌 인물을 보여주며 우리의 인생이 어떻게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말해준다. 목표. 목적. 그에 따른 불행. 그런건 사실 다 의미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함께이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다. 그냥 그러면 된거다. 인생은 한편의 꿈과도 같아서 한번 깨어나면 행복하다는 자각이 사라진다. 그럼 어때? 이 불행과 행복이 꿈이면 어때? 인생은 본질적으로 아름다운 것이라서 우리는 행복해질 수 밖에 없다. 이게 이 영화와 우리가 느꼈던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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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름없는자
    이름없는자
  • 뇽구리
    뇽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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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전부터 보고 싶었는데 논란을 알고 나니 봐야하나 망설여지더라구요ㅠㅠ 후기 잘 읽었습니다!
댓글
23:20
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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