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2021) 지브리의 영향이......
그동안의 픽사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같다.
환상, 모험, 기발한 아이디어 등이 장대하게 구축된 그동안의 픽사 애니메이션과 달리,
이 애니메이션은 평범한 성장 이야기이다. 소년들에 집중하는 편이며 스케일이 작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과도 다르다. 미야자키 하야오도 장대한 세계관을 구축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와 유사하다.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이나 디테일이 폭주하듯이 화려하지 못하고 어딘지 위축되고 제한된 듯 보이는 것도 미야자키 고로의 스타일과 닮았다.
미야자키 고로 스타일의 장점은 굉장히 소시민적이며 생활적인 디테일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고쿠리코 언덕에서 라는 애니메이션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larger than life 스타일은 달성할 수 없는 장점이 있었다. 이 애니메이션 루카는 미야자키 고로의 그런 장점도 없다.
루카의 바닷속 단조로운 생활이 너무 단조롭게 묘사되었다. 루카의 작아짐, 단조로워짐이 좀 더 설득력 있게 묘사되었으면 어땠을까?
애니메이션 상 루카는, 이제 자기를 둘러싼 세계가 좁아짐을 느끼는 성장기 소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픽사 애니메이션이 그렇게 감동적이었던 이유도
주인공들의 내면을 아주 설득력 있게 사실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가령 업 에서 주인공인 할아버지가 왜 그렇게 자기 집에 집착하는지
그 이유를 아주 감동적으로 구축해놓았다. 그렇게 밑바탕을 깔아놓으니까, 이후 업에 등장하는 장면들이 아주 빛나고 활기차고 감정이 넘쳐흐르는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 루카에서는 그 점이 좀 미흡해보인다.
바다괴물 루카는 엄청나게 넓은 바닷속에서도 아주 좁은 집 둘레에서 산다.
나는 이 부분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육지보다도 훨씬 더 넓은 곳이 바다인데, 바닷속 좁은 지역에서 사는 것이 답답해서
넓은 육지세계를 동경한다니 말이다. 무대는 그냥 "바닷속 루카가 사는 좁은 지역" -> "좁은 항구도시" 이다. 애니메이션에 넓은 공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차라리 "광활한 무한의 세계에 사는 바다괴물" 루카가 지상의 "좁은" 도시를 동경한다 하는 식으로 나가는 것이 어땠을까?
붉은 돼지에서 그려진 이탈리아 항구도시의 모습이 CG로 재현되는 듯하다.
오죽하면 붉은 돼지는 이탈리아어로 Porco Rosso 인데, 이 애니메이션의 무대는 Porto Rosso 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 낭만과 감동이 모자라기는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 루카의 뒤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루카의 줄거리나 주제는 마녀배달부 키키와 유사하다.
마녀인 키키가 보통사람들과 다른 까닭에 위축되고 소외감을 느끼며 어떻게든 사람들 속에 들어가려고 애쓰다가 결국
성공한다는 이야기나 루카의 이야기나 다를 바 없다. 마녀가 바다괴물로 대체되었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루카에 나오는 고양이는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고양이를 오마쥬한 것이다. 의도적으로 흡사하다.
루카가 끝나면서 나오는 자막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 자막장면을 오마쥬한 것이다. 아주 흡사하다.
연필톤이 생생히 느껴지는 수채화로 (CG가 아니라), 루카와 그 친구들의 일상을 아주 정감있고 휴머러스하게 그렸다. 이웃집 토토로의 마지막 자막장면에서도
저런 그림들이 나왔는데 말이다.
애니메이션이 어정쩡하다. 막 현실감과 생활감이 나오지도 않고, 막 환상적이고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가 나오지도 않고, 그렇다고 성장기 소년의 심리가
설득력 있게 충실하게 묘사된 것도 아니고, 모두 다 어정쩡하게 무난하게 되어있다.
추천인 4
댓글 6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지브리도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말하기를, 자기 에니메이션은 1980년대 일본의 이례적인 호황기에 나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시대에 뒤쳐졌다는 것이죠. 그의 larger than life 스타일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겠죠. 작고 위축되어있고 소시민적인 고로의 스타일도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라 저는 좋게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브리 스타일의 계승 및 전환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원사 출신이 거인 아버지 밑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든 것 치고는 자기 의견이 아주 뚜렷하고 뚝심이 있어요. 그렇게 욕먹었는데도, 계속 꾸준하게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죠. 제 경험상 이런 종류 사람들이 뭐를 이루어도 이루더군요.
픽사는 걍 끝난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요
요즘 너무 별로네요
핵심인력은 디즈니로 끌어가는건지..
지브리에서 보면 무척 흡족해할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