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 조금 다른 시각의 리뷰 (스포)
이 작품을 보고 나선 극장 가까운 곳 젤라또를 먹으러 갑시다~
상업성과 양립할 수 없는 것들 속에서 길 잃은 어린 양
무모하고 바보 같았던 그래서 즐거웠던 소년 시절의 여름 추억
픽사에 대한 푸대접? 그럴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디즈니 플러스가 진출하지 않아서 극장 개봉을 하였지만 미국 등 디즈니 플러스가 서비스되는 국가에선 바로 공개했습니다. 극장용으로 기획된 픽사 작품이 2연속 극장 개봉이 무산되는 부분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인데요. 사실 제 결론은 극장 개봉 비용이라도 아낄 만 했던 부분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영화가 별로란 게 아닙니다. 단지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거죠. 할리우드에서 가장 창작의 자유가 없는 스튜디오의 작품이니 만큼 이 작품의 비상업성에 대해 제재를 안 했을 리는 없고 만들고 싶었던 작품과 만들라고 하는 작품 간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한 모양새가 되어버리고 만 듯합니다.
지브리 레퍼런스에 대한 이야기는 많았지만 이탈리아를 좋아했던 하야오의 영향을 받은 이탈리아인 감독이 만든 이탈리아 바닷가 판타지물은 사실 픽사란 이름을 지우고 보면 너무나도 아름답고 눈물 나게 눈부신 작품이었습니다.
픽사 애니에서 보기 드문 개인적인 작품
사실 이 작품은 어인(漁人)으로 보지 말고 지역감정과 그 해소를 아이들을 통해서 이뤄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보게 되면 쉽습니다. 이민족에게 배타적인 시골 동네였지만 알고 보면 이 동네에도 살고 있었고, 아이들의 우정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죠. 사실 실질적으로 자기들이 지레 놀라 물고기를 못 잡은 거지 실질적으로 어인들이 피해를 준 건 없거든요.
지나치게 감독의 개인적 소회가 담긴 듯한 내용이 비판받는 면이 있지만 사실은 그렇기에 이 작품의 스토리는 어떤 영화보다도 생생했던 면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성별이나 그 사람의 상황을 따지지 않고 그냥 어린이란 이유로 갑자기 친구 먹고 하루 종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뛰어노는 거죠.
에콜레의 비하인드스토리는?
개인적으론 에콜레가 흥미로운 캐릭터였는데 모 평론가는 이 아이를 빌런으로 구분하고 빌런이 애매하다고 했는데 보통 성장물에서 또래보다 덩치 큰 심술쟁이 캐릭터를 빌런으로 구분하진 않아요. 제가 흥미를 느낀 건 극 중 나이에서 속인 나이도 16살이면 한국 나이로 18살이나 하고 속인 나이이니 그보다 많다는 거죠. 나이도 있고 돈도 있으니 그의 집에선 베스파를 몰게 두는 걸 거고요. 아직 학생일 거란 가정하에 비싼 베스파를 직접 샀을 리는 없으니 나이가 차서 첫차 개념으로 사줬겠죠. 바이커들 사이에서 베스파는 스쿠터계의 페라리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비싼 편에 속하는 모델입니다. 코밑에 수염이 거뭇거뭇하게 나는 나이에 동네 골목대장 자리를 놓지 못하는 건 영화에서 흔한 캐릭터는 아니에요. 성인 세계에 끼기엔 키가 작아서 아직까진 골목대장을 하고 싶은 것뿐일 겁니다. 자세히 보면 철인 3종 경기 참가비도 빼앗지만 이내 돌려주고 경기에서도 허당스러운 반칙을 할 정도로 영악하지도 못합니다. 아직은 아이이고 싶은 피터팬 콤플렉스를 겪는 인물인 거죠. 주인공의 괴롭히는 역할에 이런 인물이 나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 흥미로운 거죠.
1950년대 이탈리아, 낭만적이기만 한 시대일리 없다.
외지인에 대한 경계는 외지인에 대한 현지인의 보증만으로 갈등이 해결되는 건 이들이 어인이 아니고 그냥 외지인이란 시선으로 보면 쉽게 이해가 갑니다. 유목민 문화도 그렇고 루카나 알베르토의 외모나 이름도 그렇고 유대인에 대한 비유인가 하고 생각해보기도 하게 되더군요. 물론 유대인은 성이 유대인 성이어야 확실하지요.
사실은 그런 함의가 들어가 있다면 이 작품의 배경은 상당히 어둡게 해석이 가능한데요. <로마의 휴일>(1953)과 <길>(La strada 1954)의 포스터가 걸려있는 것으로 작중 배경은 1950년대로 추정이 되고, 2차 대전이 끝난지 겨우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북부 이탈리아면 에콜레가 또래 친구가 없어서 10대 동생들의 골목대장 노릇을 하려던 것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되고요. 유대인이었던 루카 가족이 마을 사람들에게 발각되는 것에 민감해하고 마을 사람들은 루카들의 정체를 알고는 처음엔 짐짓 거부감을 느끼지만 더 이상 유대인을 박해할 필요가 없어진 이들은 이내 공격적인 태도를 거두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어지는 것이죠. 반면 알베르토가 혼자된 기간은 작중 묘사보다 더 오래됐을 수 있는 거고요.
중간중간 이탈리아어를 번역하지 않은 이유.
외지인으로서 이탈리아의 지역 사투리를 못 알아듣게 하는 건 일부러 그 체험을 관객에게도 하게 해주는 듯합니다. 꼭 뜻을 알아야 통하는 게 아니고 뉘앙스로도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메시지를 알아들을 수 있게요. 이런 면은 더빙에서도 가이드로 살린 거 같은데 저는 듣기 좋았습니다. 당최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 없는 시골 사투리 쓰는 어르신의 말을 대충 이해했다는 듯이 행동하던 기억도 났고요. 어떤 기억이 있냐에 따라 특별하게 다가온 작품 같아요.
그들의 이야기를 더 보고 싶어..
콘티용 카툰 이미지는 그것만으로도 벌써 작품이 되는 픽사 작품답게 저는 엔드크레딧의 루카와 줄리아의 후일담이 더 좋더라고요. 이거 보려고 2회차 했으니까요. 루카의 제노바 스토리는 tv용으로 라도 만나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군요. 작품 자체가 가진 바닷가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보는 재미도 있고 여러 가지 텍스트가 보이는 작품이어서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네요. 시골의 대한 향수를 느끼는 것으로 즐거운 작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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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후기네요. 잘 봤습니다.
재미있는 해석 잘 보았습니다.
다만 중간에 "에콜레가 학생이라 가정하면 부모님이 사주셨을 것"이라는 가정은
이미 작중에서 에콜레가 자랑하듯 떠들던 장면에서 답이 나와있습니다.
에콜레 : 내 이름은 에콜레 비스콘티야, 포르토로소 컵 5회 우승에 빛나는!"
알베르토 : 포르토로소 뭐?
에콜레 : 포르토로소 컵! 내가 무슨 돈으로 저 예쁜 베스파를 샀다고 생각하는거야?
(이후 베스파를 바라보는 루카에게 "그만 봐! 너가 쳐다보기엔 너무 예쁘다구!"라고 하죠.ㅋㅋ)
베스파는 부모님이 사주신게 아니라 에콜레가 5회 우승상금을 모아 장만한 것 같습니다.ㅎㅎ
에콜레라 바다괴물 잡겠다고 하던것도 상금때문인걸 보면 돈 욕심이 좀 있는듯 합니다.ㅋㅋㅋ
그러네요. 비교적 잘 차려입고 착용한 아이템도 제법 가격이 있는 아이템이라 애지중지하고 말이죠. 집이 어느정도 사는 설정이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어느정도 풍족은 한거 같은데 막써대도 될정도로 풍족한건 또 아닌거 같고 말이죠. 그정도 나이에 일을 안하는걸로 봐선 괜찮게 사는거 같은데 말이죠. 솔직히 그냥 설정집을 보고 싶은 캐릭터예요. ㅋㅋ
아울러 좀 더 큰 화면인 아맥에서 봤다면 더 좋을 작품이고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지 않나 여겼습니다 요즘 현실을 대변 해주는거 같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