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영화제] <웬디> 잊지마, 피터는 언젠가 다시 찾아오니까!
세상을 먼저 알아버린 웬디. 기찻길옆 작은 식당에서 엄마를 도우며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그녀의 가슴엔 미지에 대한 갈망이 꿈틀거린다. 매일 밤 그녀의 방 창밖으로 붉은 눈의 열차가 멈춰서고, 늘 망설이던 웬디는 어느날 쌍둥이 동생들과 함께 무작정 그 열차에 오른다.
시작부터 정해진 삶. 꿈을 꾼다는 것이 사치가 되고, 바라는 것이 있어도 현실에 맞춰야 하는 암담한 상황은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에 다름 아니에요. 하지만 무턱대고 욕망을 좇는다면 그 일상마저도 무너져내릴 수 있지요.
새로운 세상을 동경하며 현실에 붙박혀 있던 아이가 일탈이나 욕망을 경계하며 즐겁게 발로 뛰고 위험을 헤쳐나가 주체적인 인격체로 우뚝 서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피터팬 탄생 110주년에 만들어진 이 작품에는 마법이 사라졌어요. 피터가 날지않고 팅커벨의 재잘거림이 없지요. 그 대신, 삶을 자신의 시선으로 배워나가는 아이들의 성장드라마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연출자답게 자연을 어머니로 설정하고, 파괴와 살상으로 젊음을 되돌리려는 욕망에 맞서는 아이들의 연대를 이야기에 접목시키며 또 다른 주제를 전합니다.
웬디의 바람이 간절하게 표현되어있는 초반 5분 정도의 도입부는 가슴이 쿵쾅거릴 정도로 메시지와 이미지 연출, 음악의 조합이 좋았습니다. 다만 중반부로 들어서면서 직설적이고 가벼운 흐름이 이어져 아쉬움이 듭니다.
웬디는 나이들고 여전히 기찻길옆 작은 식당에서 살며 어느 정도 꿈도 포기한채 현실에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버텨내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여행입니다. 여전히 마음 속에 아이를 품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겠지요. 언젠가 제게 찾아올 피터를 생각하며 제 안의 그 꼬마도 다시 잠에서 깨워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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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개봉예정이던데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