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1986] gv
지난 시사회 때 진행된 gv 일부 내용입니다.
영화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진행 이화정 기자 (이)
게스트 박종운 교수(박) 유튜버 빠니보틀(빠)
이 : 오늘의 각오,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지
박 : 원전사고에 대한 영화들을 봤는데 색깔과 주고자하는 이야기가 다 다르다. 영화는 영화다. 실 과학지식과 영화와 연결 지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겠다.
빠 : 2년 전에 다녀온 경험으로 현지가 어떻게 관광업을 운영하는지 등 투어경험담을 들려드리겠다.
이 : 세계대전도 경험한 실제 체르노빌 주민이 "전쟁 위의 전쟁, 어디에도 구원이 없었다"라며 전쟁을 뛰어넘는 공포와 후유증을 이야기했다. 체르노빌 사건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
박 : 몇 십 년동안의 연구 결과를 짧게 설명하기 어렵다. 소련의 폐쇄성이 문제를 방치했었기에 사고는 이미 예견됐었다. 피해가 어느 정도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사건 현장에 있던 이들은 방호복 미비, 현장 작업 등 무모한 작업으로 일찍 사망했으나 아직 장기적 영향은 (불확실하다). 이 사고로 인한 방사는 피폭은 벨라루스가 최다였고 80년 대 이후 암 발생율이 올라가긴 했으나 산업 발달 시기와 겹쳐 (방사능 피폭의) long term effect가 눈에 띄게 보고되진 않았다. 후쿠시마 역시 암 발생율은 올라갔으나 원전때문이라 할만한 근거는 미미하다. 다만 현장은 확실히 위험하다.
이 : 원전영화가 많은데 이 영화는 좀 더 드라마틱하다. 감독들이 이런 큰 재앙들를 영화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후쿠시마 역시 일본 내에서 기존 작업들을 멈추면서 후쿠시마 관련 작업들이 많이 이루어졌는데 이 사고에 대한 후유증과 트라우마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체르노빌 사건도 다큐가 쏟아졌는데 이 작품은 다큐도 아니고 지나치게 분석적인 작품도 아니고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의도치않게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 : 캐릭터는 현장에 있던 인물들을 조합했다. 감독이 사고 당시 인근 지역에서 다큐 촬영 중이라 폭발 현장을 목격했고 이 주제로 영화를 만드려고 계속 마음먹고 있었다고 한다. 감독, 배우, 제작까지 모두 하였는데 어떤 사명감, 의무감이 있었던 것 같다. 재난을 스펙타클하게 보여주되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지 않고 그 사건 속에서 사람들을 조명했다.
이 : 체르노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원전은 여전히 있고 새로 지어지고도 있는데 원전은 필요한가?
박 : 체르노빌은 만들때부터 기술자들이 지적해온 문제가 있었다. 정부측에서 서두른게 큰 문제. 80년에도 냉각제를 바꿔야 한다 등의 지적이 있었으나 예산 문제로 기각하고 계속 운영했다. 이제는 이런 형태의 원전이 (구소련 외) 서구에는 없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걱정해야한다면 우리 나라인데 후쿠시마같은 사고가 날 확률은 거의 없다.
이 : 수용소, 원폭투하지 등 끔찍한 비극이 있던 곳을 관광지로 개발하는 다크 투어리즘, 비극을 상기시킴으로 이런 비극이 다시 알어나지 않도록, 생각하게 만드는 의도를 갖고 있다. 어떻게 관심을 갖고, 가게 되었는지
빠 : 계기가 딱히 있지는 않다. 원래 다크 투어리즘에 관심이 있었고 지인이 체르노빌에 갈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내가 갔던 2019년에는 특별한 조건이 필요 없었고 (일반 관광처럼) 돈만 내면 갈 수 있었다. 투어 상품의 수익금을 사후 처리에 사용한다는 취지도 좋았다. 서구(수용소 등 유럽의 다크 투어리즘)는 잘 꾸며놓는 반면 체르노빌 원전이 있는 우크라이나는 정말 내버려 두어 생생하게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좋은 경험이었고 다크 투어리즘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이 : 1박 2일 코스?
빠 : 그렇다. 그 안에서 밥도 먹고 호텔도 그 지역 안에 있다. 사고 이후에도 그 지역에서 계속 사는 할머니도 만났는데 정정하시다. 사람만 빼고 나무도 많고 동물도 많아 가기 전 생각했던 폐허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잘 알려진 폐허 이미지들은 사진작가들의 연출컷이다.
이 : 두려움은 없었는지
빠 :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이후 문제가 있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서역서도 썼었다. 교수님께 영상을 보여드리며 피폭 정도를 물어봤는데 이 정도는 자연계에서 받는 정도와 큰 차이가 없다고
이 : '스토커'라는 게임으로 체르노빌 관광이 유명해졌다. 원전 위험성을 알리는 집단은 투어가 너무 활성화되는 것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투어 주체도 잘 살펴 보라는데
빠 : 체르노빌 투어는 국가 공인된 투어다. 현장에 스토커 투어도 있는데 이건 불법이다. 방사능 수치에 따른 금지 구역이 있는데 상관 없이 가고 싶다면 갈 수 있고 밤에도 움직인다. 마지막에는 일부러 경찰에 걸려 투어가 마무리되도록 짜여 있다.
이 : 현장을 다녀왔는데 영화에 나온 곳도 다녀왔나
빠 : 길 양쪽에 숲이 있는 곳이 나오는데, 영화에서도 방사능 수치가 높다는 의미의 붉은 표시가 짙은 붉은숲지역이다. 실재로도 방사능 수치가 매우 높아 숲에 들어가지 않고 길을 지나는데도 투어 참여자들이 갖고 있는 측정기가 한번에 다 울렸다. 아파트도 직접 가봤는데 재현이 잘 된 거 같다.
이 : 연구자에게 사고현장을 보존, 방문하는 의의가 무언가
박 : 호기심에 가 볼 수는 있으나 건물보존은 연구자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토양이나 대기의 수치, 사건 원인 등이 더 중요하다. 현재 체르노빌의 경우 비행기 탑승 시 방사능 노출 정도보다 적어 역설적으로 체르노빌이 안전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 없다. 과학적으로 두려움을 걷을 필요가 있다.
이 : 영화는 스펙터클하게 재앙을 그렸는데 실제와 얼마나 차이가 있나
박 : 물에 들어간 것은 극적 장면을 위한 픽션으로 보인다. 위험도를 떠나 잘 모르는 사람에게 물에 들어가라는 상황은 없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핵폭발-증기폭발-수소폭발이 동시 다발적으로 (앞 폭발의 영향으로 바로 다음 폭발이 촉발된) 연쇄폭발이 있었다. 그 상태에서 물에 들어가 수리할 게 없다. 단 공기보다 물이 방사능 차단이 더 잘 되기 때문에 물 속이 더 안전하다. 해당 장면은 극적으로 어필하는 장면이지 과학적으로는 전혀 필요없는 일이다.
이 : 체르노빌 사건은 어떻게 일어났나
박 : 체르노빌과 똑같은 유형의 원자로가 구소련 지역에 20여개가 있다. 사고 이후 예방을 위해 설계변경을 하고 보강 운영하고 있다. 이런 원자로를 초기 서방에서도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사용했었다. 핵무기는 지금도 숫자가 늘고 있다. 원전 자체보다 이 부분을 문제로 봐야한다. 체르노빌은 경고를 무시해서 사단이 난거다. 우리가 먼저 집중해야 할 것은, 없애야 하는 것은 핵폭탄이다.
이 : 감독의 의도가 여기에 있는 거 같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이 : 매체가 사고를 다루는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학계와 현지의 인식 변화는?
박 : 주민이나 주변국들의 생각은 다양하다. 사고 자체나 조치에 대한 은폐에 대한 불안은 있으나 사고 후유증에 대해서는 그다지. 학계에서는 원전 안전성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으나 체르노빌 사건보다는 79년 펜실베니아 쓰리마일 섬 사고가 더 큰 영향을 줬다. 체르노빌은 심정적인 경감심은 줄 수 있으나 우리나라 원전이나 전세계에 영향을 줄만한, 발전성을 주는 것은 없다. (원전 종류가 달라) 기술적으로 미친 영향도 없다.
이 : 이전에는 정보 은폐, 지금은 정보가 너무 방대해 문제다. 오염되지 않는 정보를 찾는 것이 중요한데 전문가나 현지 방문자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빠 : 현지 가이드가 후쿠시마가 체르노빌보다도 관리가 잘 돼 있다고 해 놀랐다. 영상에도 담겼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게 꼭 사실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라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다.
이 : 교수님 입장에서 반가울 거 같은 영화다.
박 : 난 탈원전파라기보다 원전밀집도를 줄여야 한다 파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의 의견 차이가 있을 것. 관심 있는 분들과 공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정보에 휩쓸리지 말고, 이 영화에 대해 액션을 취한다면 정확한 정보를 갖고 하시길 바란다.
이 : 블랙위도우의 출신지 키예프와도 가깝다. 많은 다양성 영화에 관심 가져주시기를 바란다.
정리 잘 봤습니다.^^
미니 시리즈와 비교도 해줬으면 했는데.. 아마 영화사측에서 못하게 했을 것 같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