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페이크 다큐, <목두기 비디오>를 아세요?
어젯밤 유로2020 경기를 보기 전에 잠깐 짬을 내서 공포영화 한 편을 봤습니다.
한국 최초의 페이크 다큐이자, 52분이라는 착한 러닝타임에 감복해 찜해두었던 <목두기 비디오>입니다.
2003년에 제작되어 2005년 개봉한 <목두기 비디오>는 어떤 몰카에 잡힌 미스테리한 형상에 대해 조사한 기록입니다.
한 여관방에서 찍힌 조악한 몰카 영상에 알 수 없는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고, 이게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미스테리 탐사 프로그램의 제작진이 그 이면에 숨겨진 진상을 파헤칩니다. 여관 주변을 탐문하던 그들은 이윽고 여관 건물의 주인이 숨기고 있었던 어두운 과거를 발견하고 또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기에 이릅니다.
영화 느낌이...ㅋㅋ 딱 2000년대 초중반 무렵 케이블 채널에서 유행하던 삼류 미스테리 탐사 프로그램의 (ex. tvN의 엑소시스트 등) 방송 내용을 그대로 영화로 만든 것 같은 케이스입니다.
이런 느낌... ㅋㅋㅋ 이런 옛날 스타일 자막도 아주 구수하더라구요.
출연하는 것도 제작진과 인터뷰 대상자들이 전부인데, 당연히 알만한 배우들은 전혀 없고 등장하는 사람들의 외양이나 말투, 행동도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에 나오는 그대로 빼다박아서 사실감이 충만합니다.
바탕에 깔리는 내레이션도 아주 익숙하던데, 찾아보니까 베테랑 중의 베테랑인 이봉준 성우가 맡았습니다. 심지어 예전에 저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에이~ 저런거 다 뻥 아님?', '너무 비약하는거 아님?' 이런 생각이 들만한 지점까지 훌륭하게 모방했네요 ㅋㅋ
그런데 '현실감'이란 기준에선 국산 호러 중에서, 어쩌면 역대 모든 모큐멘터리 중에서 최고 수준일지도 모릅니다. 영화에서 밝히는 내용과 음모론이 공포영화의 소재로는 심심하고 별볼일 없을지언정 이게 진짜 다큐라고 생각하면 현실에서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은 아니라 오히려 더 실제 같은 감각이 배가되죠.
저는 심드렁하게 보다가 어느 순간 잔뜩 몰입해서 후반부엔 몇번쯤 소름이 돋더라구요. 공포의 강도 자체는 아주 미미한 수준이지만 작품 특유의 '그럴 듯함'에 매료된 것 같습니다. 이게 한 편의 영화란걸 숨기고 진짜 다큐인 걸로 속여서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면 꽤 볼만한 반응이 나올 거예요 ㅋㅋ
페이크 다큐의 성패는 관객이 얼마나 이 영상을 현실에 가까운 것으로 받아들이느냐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목두기 비디오>는 그 점에서 의외로 제법 흥미로운 가능성을 품고 있는 작품입니다.
p.s. 일단은 이게 공식 포스터인데... 저렇게 생긴 귀신은 코빼기도 안 보입니다. '목두기'라는 단어도 안 나와요ㅋㅋ 낚시에 가까운 홍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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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꽤 유명했었군요ㅋㅋ
목두기의 저주인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