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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스포]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초간단 리뷰

수위아저씨
3315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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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사에는 수많은 공포스런 순간이 있다. 귀신보다 무서운 폭군도 있었고 역사에 기록될 대재앙이나 전염병도 있다. 어떤 이야기는 실재하는 역사에 상상력을 더해 공포스런 픽션이 된다. 이는 역사의 유산을 가지고 만들기도 하지만 역사의 빈틈을 파고들기도 한다. 역사는 거대한 집단이나 주요한 특정 인물에 대해서만 다룬다. 이는 역사에 휘말린 개인은 기록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픽션은 역사에 휘말렸지만 기록되지 않은 개인을 다룬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역사와 만난 공포영화는 충분히 무서울 것처럼 보인다. 거대한 공포에 공포를 더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역사를 다루는 어떤 공포영화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안 무섭다'. 지난해 '반교: 디텐션'을 보면서 느꼈던 이 '안 무서운 경험'을 '여고괴담: 모교'에서 다시 하게 됐다. 

 

2. 나는 '반교: 디텐션'에 대해 "공포영화로써는 안 무섭지만 장르영화의 기능과 역사를 대하는 창작자의 의무에 대한 유익한 결합과 성과물"이라고 정의내렸다. 장르적 매력은 적지만 충분히 필요하고 의미있는 시도였다는 말이다.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건을 후세에 전달하는 일은 단순히 교육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나 노랫말, 이미지를 통해 역사를 담아내고 후세가 그것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면 그 또한 의미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모교'도 그와 같은 시도였을까? '모교'는 의미있는 시도를 했다. 그러나 과정에서는 완전히 실패했다. '반교:디텐션'에 비하면 '모교'는 대단히 많은 실수를 범하고 있다. 이 글은 그 실수를 되짚어가는 과정이다. 

 

3. '모교'는 2개의 플롯이 동시에 펼쳐진다. '노은희(김서형) 선생은 왜 학교에 왔는가'와 '하영(김현수)과 친구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영화는 두 플롯이 유기적 연결고리를 갖길 원한 듯 하다. 그래서 두 플롯 모두에게 중심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첫 번째 실패는 이 지점이다. 2개의 플롯이 유기적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이는 완전히 따로 떨어졌다가 한 지점에서 만나야 한다. 예를 들어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에서 태식(최민식)의 서사와 상환(류승범)의 서사가 따로 전개되다 링 위에서 만나는 식이다. 관객이 이야기를 쫓다가 길을 잃지 않도록 서사는 나눠져야 한다. 그러나 '모교'에서는 두 서사가 뒤엉켰다. 결말에 이르러서야 두 서사가 분리됐다는 걸 알 수 있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관객은 은희와 하영에게 주어진 사건의 연결성을 찾느라 분주할 수 밖에 없다.

 

4. 차라리 메인 플롯과 서브 플롯을 나눈다면 어땠을까? 이는 이야기의 중심이 은희에게 맞춰선 안됐다는 점과 일치한다. 우선 이야기는 표면적으로 은희가 주인공이다. 당연히 관객은 은희에게 이입돼서 이야기를 쫓아간다. 그러나 은희는 정신분열을 겪다가 살인을 저지른다. 관객이 이입해서 보던 주인공이 갑자기 살인을 저지른다면 관객은 그 살인까지 이입할 수 있을까? 이는 관객의 도덕관념과 충돌을 일으킨다. 상대가 죽어 마땅한 성범죄자라 할지라도 '살인'이라는 행위에는 쉽게 감정을 이입하기 어렵다. 만약 영화가 박연묵 선생(장원형)에 대해 '죽어 마땅한 놈'이라고 관객을 충분히 설득시켰다면 이러한 '몰입의 방해'는 덜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 내내 정신없는 전개를 보이다 갑자기 나쁜 놈이 돼버린 이 선생을 죽였다면 '성범죄자'라는 타이틀이 붙어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특히 박연묵과 계엄군을 동일시하기에는 영화가 아무것도 설득시키지 못했다. 이는 범죄를 전시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박연묵이 악역이라는 근거는, 적어도 석공녀 선생(김성녀)만큼 필요했다. 

 

5, 차라리 이 영화는 하영의 이야기가 메인플롯이 돼야했다. 그동안 '여고괴담' 시리즈에서 선생님이 주인공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런 사소한 근거를 제외하더라도 하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쪽이 여러모로 유익했다. 그랬다면 하영이 바라보는 은희는 "교감선생님이 새로 오셨는데 좀 이상하다" 정도로 정리될 수 있다. 자신의 일에 개입하며 불쑥불쑥 나타나는 은희에 대해 하영은 의심과 두려움을 갖는 수준으로 만들 수 있고 은희를 하영의 조력자로 둘 수도 있다. 이는 '여고괴담' 시리즈의 클리셰와 맞물려 묘한 긴장감을 줄 수 있다('여고괴담' 시리즈에서 선생님은 동료이자 연인, 빌런이었다). 당연히 난잡하게 흩어진 장면들 중 상당수를 걷어낼 수 있고 러닝타임도 짧아진다. 이야기를 간결하게 만들어 관객이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리고 스스로 복수에 성공하는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관객은 끝까지 인물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유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1980년 5월 광주의 기억을 과거 세대(은희)에서 현재 세대(하영)에게로 넘겨준다는 의미도 있다(역사를 대물림하는 것이 아니라 잊지 않도록 기억하라는 의미다). 

 

6. 그렇다면 '모교'는 왜 실패를 범했는가. 당연하게도 이는 '반전강박' 때문이다. 떡밥처럼 흩어놓은 장면과 뒤엉킨 플롯은 이야기를 복잡하고 어지럽게 만들었다. 광주의 공포를 담기 위해 '여고괴담'의 제목을 빌려오고 성범죄자를 등장시킬 필요가 있을까?(성범죄자는 '광주의 공포가 끝나지 않았다'라는 걸 의미한 것일까?). '5월 광주'라는 거대한 역사 속에 바스러진 어린 청춘(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개인)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피해자의 공포에는 어떤 반전도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박연묵에 대한 하영의 감정, 은희가 기억하는 80년 5월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러울 듯 하다.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개인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면 이야기는 좀 더 개인의 내면을 파고 들었어야 했다. 이는 최소한의 인물과 간결한 이야기로 할 수 있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가 담아낸 '여고생의 내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7. 결론: 여의도CGV에서 이 영화를 볼 때 앞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들 5명이 있었다(좌석 간 거리두기를 준수하면서). '관크짓'을 할 것처럼 핸드폰 보면서 시끄럽게 있더니 영화가 시작하자 쥐죽은듯이 앉아서 조용히 영화를 봤다. 영화가 끝나고 화장실에서 이 아이들을 만났다. 이 아이들의 대화로 '모교'의 감상을 대신해야겠다. 

 

"야, 始發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어!" / "막장이네, 막장"

 


추신1) 그래도 '여고괴담5: 동반자살'보다는 잘 만들었고 재미있다.

 

추신2) 김형서(a.k.a. 비비) 연기 개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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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영화 속 반전의 충격이 강하려면
관객들이 사실이 아닌 걸 사실로 믿는 시간도 그만큼 길고, 믿는 정도도 그만큼 강해야 하는데
(그래야 뒤집어질 때 놀라움이 크니까),
이 영화는
갑자기 별 비중도 역할도 없던 "수위 아저씨가 귀신이었어!"라고 하고
과거장면 보여준 지 한 10분? 만에 "성폭행을 당한 건 친구가 아니라 은희였어!"라고 하는데
몸 둘 바를 모르겠더군요.

02:49
21.06.20.
profile image 2등

무리수 남발이었군요. 글 잘 봤습니다.

08:21
21.06.20.
profile image 3등
수위아저씨님 글처럼 전개가 되었다면 오히려 더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좋은 비평글 잘 읽고 갑니다.
12:05
2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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