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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골 때리는 히치콕 영화

놀스 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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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히치콕의 1955년작 <해리의 소동 The Trouble With Harry>입니다. 서스펜스의 거장 히치콕의 가장 이질적인 작품 중 하나이자 그의 독특한 블랙 유머 감각이 일품인 영화입니다.

영화는 한 평화로운 마을에서 발견된 시신을 두고 벌어지는 헛소동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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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의 소동>은 어쩌면 히치콕의 가장 신랄하고 '골 때리는' 작품일지 모릅니다. 동화 같은 평화로운 풍경에서 느닷없이 시체 한 구가 등장하고 그 시체를 둘러싼 부조리하고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이어지며, 평범하고 선량한 이웃의 얼굴을 한 등장인물들은 사실 상 모두 제정신이 아닙니다. 그만큼 이 작품은 히치콕의 삐딱하고 뒤틀린 유머 감각이 빛나는 다크 코미디의 걸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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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과 오해로 뒤섞인 이 부조리한 촌극은 어느 한적한 평화로운 마을 풍경으로 시작합니다. 비스타비전 포맷으로 담아낸 단풍이 물든 마을의 정경은 아름답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나 마을의 고요한 정적을 깨고 몇 발의 총성과 함께 이윽고 숲속 풀 밭에 누워있는 시체 하나가 발견되죠. 어둑하고 끈적한 밤에 벌어지는 살인보다 시냇물이 흐르는 백주대낮의 살인 사건이 더 흥미롭다는 히치콕의 기호가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죽은 사람은 '해리'라는 남자입니다. 영화는 이 해리의 시신을 두고서 웃지 못할 상황들이 펼쳐집니다. 숲에서 사냥을 하던 노신사, 해리의 아내, 해리의 아내를 연모하는 화가, 심약해보이는 노부인. 이들은 해리의 죽음을 통해 하나로 엮이면서 좌충우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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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의 죽음에 연루된 네 명의 인물은 해리의 시신 처리를 두고 고민하는데 여기서 히치콕의 영화에서 중요한 테마 중 하나인 '공범 의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네 사람은 모두 각자 나름 해리의 죽음에 책임이 있거나 이해관계가 걸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상황의 추이에 따라 해리의 시신을 땅에 묻었다가 다시 파서 건져올렸다가를 여러 번 반복하는 뒤틀린 코미디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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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아이러니컬한 매력의 핵심은 영화 속 상황과 영화의 톤이 충돌하는 부조화에 있습니다. 살인이나 시체 이런 요소들은 무겁고 어두운 것들이죠. 하지만 상황은 심각한데 그 안에서 부딪치는 인물들의 화학 작용은 유머러스합니다. 또한 살인 사건의 무대라기엔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너무나 전원적이고 아름답습니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연상케하는 동화적 풍경과 낭만으로 가득 한 인물들의 세계에 피 흐르는 시체 한 구를 던져놓으면 그 낭만적 세계가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망가질 수 있는가를 지켜보는 것과 같습니다. 


이 발랄한 인물들은 시체를 앞에 두고도 시시껄렁한 사담을 나눕니다. 여유로운 오후의 티타임을 가지며 시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논하는 장면은 부조리한 유머의 천연덕스러움을 잘 보여주죠.  "땅을 파는게 힘드니 연못에 가라앉히는 게 어때요?" " 코르크처럼 다시 떠오를거라 안돼요. 4피트 땅 밑에서 떠오르는 시체는 없죠" "그래요. 땅 밑이 최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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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이 영화는 히치콕식의 비틀린 동화이자 로맨틱 코미디 내지 가족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교류가 없이 지내던 이웃들은 어떤 일을 계기로 아름다운 화합을 이룹니다. 그들의 세계를 위협하던 위기는 사라지고 선량한 이웃들은 사랑을 얻고 꿈과 희망에 부풉니다. 그런데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존재가 시체이고 그 시신을 은폐하거나 그 죽음에 저들은 혐의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 목표라는 게 문제입니다. 대책없는 낭만적 세계의 작동 방식과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환상을 비꼬는 가히 히치콕다운 풍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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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가장 히치콕스럽지 않은 영화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유머가 존재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어둡고 서스펜스가 강조되는 그의 많은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인상을 주긴 합니다. 하지만 히치콕스럽지 않다는 말엔 조금 어폐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의 기저에 흐르는 정서나 주제 및 꼬인 유머 스타일은 아주 히치콕스럽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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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히치콕 본인이 만든 영화 중에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로 꼽기도 한 작품입니다. 이 짓궂은 거장이 이 신랄한 영화를 만들 때 얼마나 낄낄거리며 만들었을지가 눈에 선합니다. <해리의 소동>은 인간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치며 늘 경이로운 세계를 펼쳐보였던 거장 히치콕의 또 다른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20210619_170019.jpg

놀스 놀스
14 Lv. 18738/20250P

주로 영화 소개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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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배경이 아침이라는 점,교류 없이 지내는 이웃들이 시체 은폐를 위해서 아름다운 화합🤣(고전 영화가 지금 영화들'보다 더 신박한 설정이 많네요..) 히치콕 필모에서 몰랐던 작품인데 봐야겠어요!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17:47
21.06.19.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닭한마리
지금 봐도 참 신박하고 신랄하죠ㅎㅎ 히치콕 감독님의 짓궂음이란..😂
댓글
17:53
21.06.19.
profile image 2등
시체를 보고서도 놀라서 도망치기보다는, 각자의 수를 생각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연극적이면서도,
마지막까지도 물고물리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17:47
21.06.19.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reckoner
시체를 보고도 대수롭지 않아하는 천연덕스러움이 참😅 마지막까지 흥미로운 영화죠ㅎㅎ
댓글
17:54
21.06.19.
3등

히치콕이 저리도 좋은 문제작들을 많이 내었는데도 불과하고
아카데미 감독상은 한번도 받지 못했죠

(작품상은 한번 받았던 거 같네요)
스탠리 큐브릭도 그랬구요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존 포드, 윌리엄 와일러 경우는 4번, 3번도 받았는데......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17:55
21.06.19.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totalrecall
그러게 말이에요.. 아카데미의 대표적인 만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댓글
18:05
21.06.19.
profile image

장난감 총 들고 있는 소년의 스틸은 많이 본 것 같은데. 이런 내용인 줄은 처음 알았네요.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19:13
21.06.19.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golgo
좋아하는 히치콕 영화 중 하나입니다^^
댓글
19:24
21.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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