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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두 대만으로 충분했던 신인 스티븐 스필버그

놀스 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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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el_1971_fan_poster_by_digitalcanvas85_de6ag29-fullview.jpg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71년작 <듀얼 Duel>입니다. 스필버그의 데뷔작이자 일찍부터 그의 탁월한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입니다.


영화는 거대한 트럭으로부터 목숨을 위협 당하는 한 남자가 겪는 한낮의 악몽을 다룹니다.

 

duel-watching-recommendation-superJumbo.jpg

애초엔 TV 영화로 만들어진 <듀얼>은 간소한 세팅임에도 아이디어와 연출력만으로 멋진 영화가 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수작입니다. 영화는 한 명의 중심 인물과 두 대의 차량의 존재만으로도 꽉 차는 느낌을 주며 진행됩니다. '신인' 스필버그는 영화의 러닝타임 대부분이 차 안과 도로 위에서 채워지는 영화로도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는 패기를 과시합니다.

 

20210618_210542.jpg

주인공 데이빗은 차를 몰고 업무 차 출장을 가던 중 도로에서 거대한 트레일러 트럭 한 대를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는 느리게 서행하는 이 트럭을 추월해 지나갑니다. 여기서부터 그의 비극이 시작됩니다.

단지 먼저 앞질러 갔을 뿐인데 트럭의 운전자는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트럭이 데이빗의 차를 집요하게 따라붙으며 위협하는 것이죠. 처음엔 단순한 보복 운전으로만 보였지만 데이빗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낍니다. 트럭이 자기를 죽이려 한다는 것입니다.

 

20210618_211847.jpg

자동차가 공포와 위협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일련의 영화들이 있죠. 이런 영화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존 카펜터의 <크리스틴>처럼 자동차 자체가 하나의 인격을 가지고 인간을 공격하는 영화와 평범한 자동차지만 운전자의 악의로 타인을 공격하는 영화. 스필버그의 <듀얼>은 물론 후자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트럭은 사실 상 '몬스터'입니다. 트럭의 운전자는 전혀 캐릭터라이징이 되어 있지 않죠. 영화는 밀폐된 공간에서 인간이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장르를 비틀어놓은 모양새처럼도 보입니다. 단지 괴물의 존재가 사람이 운전하는 트럭이고 배경은 탁 특인 도로일뿐이죠.

 

20210618_210338.jpg

당연히도 이러한 영화에서는 위협의 존재가 가진 시각적인 위압감이 중요할 것입니다. 영화는 그 괴물로 '피터빌트 281' 차종의 거대한 녹슨 트럭 한 대를 선택했습니다. 도로 위에 깡패같은 크기와 칙칙한 색조로 이 트럭은 흡사 지옥에서 온 트럭처럼 보입니다.

 

duel2.jpg

재밌는 점은 영화에서 트럭 운전자의 얼굴과 정체가 끝까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주인공은 트럭이 자신을 왜 그렇게까지 집요하게 위협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더 공포스럽습니다. 트럭의 공격은 초식동물을 사냥하는 육식동물의 본능적 공격처럼까지 보입니다.

스필버그는 트럭 운전자의 정체를 공개하지 않는 대신 다리나 팔 같은 신체 일부만 보여줌으로써 미스터리함과 공포감을 배가시킵니다. <죠스>에서 상어의 모습을 최소한으로 보여줌으로써 공포를 자아낸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스필버그가 탁월한 것은 이러한 요소를 또 다른 긴장감을 형성하는 장면으로 기가 막히게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20210618_183158.jpg

그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 카페 장면입니다. 데이빗은 트럭 때문에 한바탕 고역을 치른 뒤 본의 아니게 한 카페에 잠깐 머물게 됩니다.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지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담은 독백이 이어지는 와중 그는 카페의 창 너머로 그 무시무시한 트럭이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게됩니다.

이때부터 그는 범인 찾기에 몰두합니다. 운전자가 이 카페 안에 있을거라 짐작하는 것입니다. 운전자의 얼굴을 보지 못한 데이빗은 주유소에서 잠깐 본 운전자의 신발을 단서로 범인을 찾으려합니다. 하지만 카페 안에는 비슷한 신발을 신은 노동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 장면은 하나의 완성도 높은 단편영화처럼도 느껴집니다. 간단한 상황과 몇 개의 아이디어만 가지고도 상당한 긴장감을 끌어내는 연출력을 보여주는 장면이죠.

 

duel3-e1447867644172.png.jpg

이처럼 영화는 차 VS 차가 벌이는 도로 위에 스릴도 훌륭하지만 인물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묘사하는 지점도 휼륭합니다. 영화는 조여오는 심리 상태를 부각하기 위해 주인공에게 몇 가지의 심리적 부담을 안겨줍니다. 직장 업무와 관련된 약속 시간, 아내와의 다툼, 무더운 날씨 등의 찝찝하고 불쾌한 감정들을 저변에 깔아두는 것입니다.

 

20210618_211710.jpg

영화의 후반부는 거의 대사도 없이 차량 간에 숨막히는 대결 장면을 보여줍니다. 일방적으로 거의 당하기만 하던 주인공은 끝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나름의 반격을 시도합니다. 영화는 정말 끝까지 갑니다. 스필버그는 차량의 속도감과 상황에 대한 긴장감을 최대로 끌어내는 촬영, 편집으로 정석적인 클라이맥스의 쾌감을 보여줍니다.

 

cAsMka1.jpg

단순한 상황 설정과 미니멀한 구성으로 밀고가는 <듀얼>은 스필버그의 신인 다운 패기와 신인 답지 않은 원숙함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는 처음부터 소위 싹수가 보였던 것입니다.  그의 영화적 재능을 증명하기엔 애초부터 그리 많은 재료가 필요하지는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스필버그는 시작부터 자신만만했습니다.

 

45906-duel.jpg

놀스 놀스
14 Lv. 18717/20250P

주로 영화 소개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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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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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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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정말 끝내주는 영화에요 +_+
차 두대로 긴장감이란 ㅠㅠ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21:47
21.06.18.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다크맨
단지 차 두대로 어찌 저런 긴장감을 만들어냈을까요 ㅎㅎ
댓글
21:55
21.06.18.
profile image 3등
카페장면 긴장감은 정말..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21:52
21.06.18.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J.Cole
어렸을 때 봤을 땐 자동차 장면만 눈에 들어왔는데 이후에 다시 보니 카페 장면이 참 진국이더라고요😄
댓글
21:57
21.06.18.
profile image
이거 아주 오래전에 mbc에서 방영했던 기억이 나네요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22:00
21.06.18.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네버랜드
mbc에서 방영했었군요😮
댓글
22:09
21.06.18.
profile image
러셀 크로우 주연 '언힌지드' 볼 때도 쫄렸는데 이건 얼마나 대단한지 극장에서 보고픈 마음이네요. 명성은 익히 들었죠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22:01
21.06.18.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박엔스터
언힌지드도 무서운 자동차 영화네요 ㅎㅎ
댓글
22:09
21.06.18.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녹등이
공포의 검은 차 생각이 나네요ㅎㅎ
댓글
22:10
21.06.18.
와 이거 정말 어릴 때 TV에서 봤던 기억이 나는데 그 당시 정말 긴장하며 봤던 기억이 납니다. 내용은 그냥 왠 트럭이 승용차를 죽이려 한다 뭐 이 정도만 기억 났는데 사실 그런 내용이었죠 ㅎㅎ 극장에서 보고 싶네요. 어떻게 영자원에서라도 상영 안되려나..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22:02
21.06.18.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스마트
아주 심플한 내러티브ㅎㅎ 저도 극장에서 한 번 보고싶어요ㅜㅜ
댓글
22:11
21.06.18.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롱테이크
제가 다 학을 떼게 만들었던 공포의 트럭이었어요😅
댓글
22:12
21.06.18.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아트매니아
50년 만에 풀리는 영화의 비밀...
댓글
22:17
21.06.18.
profile image
아트매니아
아니죠. 디셉티콘을 뒤쫓는 옵티머스 프ㄹ......
댓글
00:13
21.06.19.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BeamKnight
50년 만에 첨예한 진실 공방...
댓글
00:25
21.06.19.
profile image
아이디어가 상당히 독특하네요! 거장의 데뷔작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것 같아요ㅎㅎ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22:49
21.06.18.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가미
거장들의 시작점을 찾아보는 것 참 재밌죠!😄
댓글
22:57
21.06.18.
profile image
트럭기사의 얼굴은 끝까지 베일에 가려진채 팔뚝만 보여준 명작.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22:59
21.06.18.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고일라
끝까지 보여주지 않아서 더 무서웠죠 ㅎㅎ
댓글
23:21
21.06.18.
profile image
갠적인 생각이지만 죠스의 전초전같은 영화였습니다.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23:26
21.06.18.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테잎쿤
저 역시 공감합니다:) 스필버그가 지상에서 미리 죠스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ㅎㅎ
댓글
23:41
21.06.18.
profile image
스필버그 작품들은 취향이 아니지만 적어주신 글을 읽고 정말 타고난 감독이고 자동차 2대로 긴장감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02:59
21.06.19.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닭한마리
간단한 재료로 최상의 결과물을 뽑아내는 게 참 놀라워요😁
댓글
11:28
21.06.19.
profile image
어떤 의미에선... 이런게 진짜 영화!
스필버그 영화는 대작이든 아니든 항상 아이디어가 돋보이죠!

좋은 영화, 좋은 글. 감사해요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05:02
21.06.19.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진스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11:29
21.06.19.
profile image
어린 맘에도 '우와 진짜 잼난다. 잘 만들었다'하고 봤던 작품! ㅋㅋ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12:03
21.06.19.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LINK
굉장하죠 ㅎㅎ 많은 분들에게 추억의 영화이기도 할 것 같아요^^
댓글
13:15
21.06.19.

과거에 kbs에서 일요일 오후에 방영해줬을 껍니다.

 

당시에는 내보낼 방송이 없으면, 한번씩 뜬금없는 영화를 틀어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런 작품들이 의외로 명작들이 있어서 그렇게 우연히 보게 된 영화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죠. 당시엔 영화를 본다는게 지금처럼 흔한 일도 아니었고

조금은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내용인데 긴장감이 상당하여

어린 저에게도 굉장히 인상적이고 여운을 준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주인공의 뒷 모습과 허망한 웃음소리, 역광으로 쏟아지는 빛줄기, 그 장소..
그 장면은... 아주 오래 남을 여운을 남겨주었습니다.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13:40
21.06.19.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xwe8wj19al
봉준호 감독님이 어린 시절 가족들 몰래 미군방송 AFKN에서 방영해주던 영화들을 챙겨봤다던 이야기도 생각나면서 당시에는 사람들이 제목도 잘 모르고 본 인상깊은 영화들이 많았겠구나 싶어요ㅎㅎ

저도 마지막 장면이 많이 기억에 남았어요. 그 이미지도 올리고 싶었는데 화질이 괜찮은 사진을 찾기 힘들어서 못 올렸네요 ㅎㅎ 뜨거운 노을에 홀로 선 이미지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댓글
16:29
21.06.19.
놀스
영화 저작권 문제가 어디에 가입하거나 소속하면 해결된다는 것 같은데 영화 유튜버 한번 고려해보세요. 좋아하시는 영화가 대중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할지 모르겠지만 저 개인적으론 사람들이 관심갖도록 글 제목을 잘 만드시고, 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아 수입이나 결과를 떠나서 퀄러티 좋은 결과물들을 영구적으로 남겨두실 수도 있고, 널리 전파할 수 있으니 만족감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11:12
21.06.20.
놀스
써서 올리시는 유의미한 글들이 아무래도 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1회성으로 잊혀질 가능성이 있고, 대안으로 블로그나 페북, 인스타도 있긴하네요. 요즘 유행하는 카드 형식으로 글과 이미지들을 올리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지만 역시 유튜브가 매력적이긴 하죠.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11:14
21.06.20.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xwe8wj19al
먼저 부족하고 짤막한 소개글을 유의미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에 한 번 취미 삼아 유튜브를 해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또 말씀해주시네요ㅎㅎ SNS를 하지 않아서 잘 모르는 세계인데 그러고보니 블로그, 페북, 인스타 같은 창구도 있군요😮 만약 유튜브를 하게 된다면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한 번 고려해보겠습니다! 진심 어린 조언 감사합니다:) 또 글 자주 봐주셔서 감사해요😄
댓글
11:34
21.06.20.
놀스
좋아하시는 영화를 보면 조금 나이대가 있으셔서 sns 등의 세계가 다소 생소하실지도 모르겠으나 (어느 정도 감각도 필요하고) 애착이 많으신 분야인만큼 진심을 담아 시도해보시면 예상 이상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16:38
21.06.21.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xwe8wj19al
앗 제가 나이대가 좀 있는 편은 아닙니다ㅎㅎ 아무래도 주로 옛 영화를 소개하다 보니^^ 이렇게 정말 사려 깊은 마음으로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16:45
21.06.21.
놀스
고전영화 위주로 좋아하시길래. 멋대로 추측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댓글
놀스글쓴이 추천
22:29
21.06.21.
profile image
놀스 작성자
xwe8wj19al
어휴 전혀 죄송하실게 없습니다. 그저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22:32
2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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