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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밍] 삶을 증명하는 "살아있음"에 관하여 (스포)

창이 창이
1700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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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포함)

 

 ‘클라이밍’의 사건은 사고 이후 시작됐다. 교통사고 이후 세현의 의식은 둘로 쪼개졌다. 하나는 사고로 배 속 아이를 잃은 도시계의 세현, 다른 하나는 사고로 남편을 상실한 정원계의 세현이다. 두 의식은 다른 세계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지만, 두 삶은 서로에게 심리적임은 물론 물리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때 그들의 삶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팔다리가 멀쩡한 도시계의 세현은 클라이머로서의 경력으로 그의 삶을 증명하려 한다. 한쪽 팔다리를 잃은 정원계의 세현은 어머니로서의 지위로 그의 삶을 증명하려 한다. 하지만 서로의 삶이 끈으로 연결된 이후, 각자의 일생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도시계에서 남편은 유산이 “우리 잘못이 아닌 사고”라고 말한다. 하지반 세현은 곧장 사고는 “우리 잘못으로 벌어진 임신”이었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남편은 한 생명을 잃은 것을 사고로 인식하고, 세현은 한 생명을 얻은 것을 사고로 인식한다. 한편 정원계에서 세현은 사고이후 남편의 오래된 출장이 사건이 아닌 사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그런 인식이 임신으로 인한 불안의 망상이며, 그것이 네가 일으키는 사고라는 식으로 말한다. 말하자면 세현은 남편의 부재로 자신이 불안하다고 느끼지만, 시어머니는 당신 임신이 불안의 문제라고 질책한다. 각자가 다르게 인식하는 사고는 모두 생명의 어떤 상태로부터 비롯된다 - 생명의 유실, 혹은 잉태. 정리하면 도시계에서의 사고는 아이의 소멸 혹은 세현의 사후 스트레스고, 정원계에서의 사고는 남편의 소실 혹은 시어머니의 사후 은폐다.

 

 모두가 생명을 탓하고 있는 와중에, ‘클라이밍’은 살아있음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삶을 증명하는 “살아있음”이란 과연 무엇인가? 아이를 잃은 도시계의 세현은 커리어만이 자신의 살아있음이라 본다. 지체장애로 커리어를 잃은 정원계의 세현은 출산만이 자신의 살아있음으로 믿는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두 의식은 분리돼있지 않고 하나의 신체로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원계 세현의 임신은 도시계 세현에게도 일어나고, 정원계 세현의 성적 욕망은 도시계 세현의 성적 행위로도 일어난다. 또 도시계 세현의 유산을 향한 욕망은 정원계 세현의 이상 행동으로 나타난다. 전반적으로 보면 정원계 세현이 도시계 세현의 무의식 같아 보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둘 다 세현의 양분된 의식의 산물이다. 그리고 각자의 의식은 자기 삶을 지탱하는 요소를 지키려고 고군분투한다. 도시계 세현은 경쟁자로부터 커리어를 지키려고, 정원계 세현은 시어머니로부어 아이를 지키려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결국 커리어와 아이 모두를 지키려는 세현 개인의 의지이다.

 

 그렇게 고난한 과정을 거치고 나서, 결말의 평화로움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도시계 세현이 죽인 줄로 알았던 후배는 살아있었고, 아이를 뺏어갈 거만 같았던 정원계의 시어머니는 산모를 위해 순순히 자리를 비켜준다. 이전까지 분열된 세계의 요소들이 한 곳에 모였을 때, 그건 원래 세계는 하나였고 정작 세현의 의식이 세계를 분열시켰음을 입증한다. 결국 누구의 죽음 없이 모두가 살아있는 그 곳에서, 세현의 의식마저 임신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살아있음”을 품게 되자, 영화는 아이의 살아있음을 들려주는 울음소리와 함께  막을 내린다.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고 모두를 살려두었다는 것, 그건 “살아있음”에 대한 영화의 긍정적 태도이고, 덩달아 커리어우먼으로서든 엄마로서든 각자의  “살아있음”에 대한 열망 모두가 당신의 삶을 증명하리라는 소신이다.

 

 확실히 쉬운 영화는 아니지만, 그만큼 지적인 매력으로 가득찬 영화다. 특히 그것이 애니메이션으로 실현될 때의 인상은, 활동 그림이 가진 무궁한 가능성을 다시금 증명한다. 혹자는 3D 애니메이션의 부족한 기술력을 원인삼아 실사로 만들었음 좋겠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난 이 영화의 실사화는 절대 반대다. 후반부의 어떤 장면에서 ‘클라이밍’은 클라이밍과 임신이라는 상반된 소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직접적으로 묘사한다. 그 짤막한 개념 이미지에서, 클라이밍의 거친 암벽은 여성의 자궁벽과, 클라이머에게 매달린 로프는 태아의 탯줄과, 클라이머는 태아 그 자체와 대응된다. 이 이미지를 실사에서 표현하려고 하면, 대사로 묘사될 수도, 상황으로 암시될 수도, 혹은 고가의 CG로 그려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방식도 애니메이션의 그림만큼 직관적이진 못할 거다.

 

창이 창이
36 Lv. 219587/2300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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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이 작성자
다크맨
KAFA에서 제작된 작품들이 대체로 완성도가 높더라고요.
믿고보는 KAFA입니다!
댓글
18:21
21.06.18.
profile image 2등
후기 잘봤어요.ㅎㅎ
다른 방식의 접근과 의견 좋았습니다^^
댓글
창이글쓴이 추천
19:29
21.06.18.
profile image
창이 작성자
내꼬답

저 스스로 보기엔 좀 어렵게 쓴 거 같은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댓글
23:12
2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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