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영화제] 개막작 <무녀도> 모든 것을 초월하는 강력한 정서
기독교와 무속신앙은 양립하기 어려운 개념이에요. 절대적 유일신의 기독교와 초자연적 힘이나 신성한 대상을 섬기는 무속신앙은 갈등과 반목의 관계가 되지요. '공존'을 테마로 한 올해 평창국제평화영화제를 여는 의미있는 선택입니다.
김동리 작가의 단편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무녀도>는 무녀인 모화와 기독교를 추종하는 아들 욱, 그리고 욱이를 향하는 딸 낭의 비극적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있어서 다양한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에요.
제 3자인 화자의 나레이션으로 원작을 충실히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던 작품은, 주인공인 모화가 등장하며 뮤지컬로 변화합니다. 전통적인 악기들로 연주한 넘버는 이질적이면서도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또 한편으로 다양한 이미지로 구성된 무용극의 형태를 띄는데, 애니메이션의 무한한 확장성을 보여주는듯 합니다.
오방색으로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고, 무당의 현란한 움직임을 구현한 역동적인 그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성들여 섬세하게 그린 배경과 아름답고 깊이있는 채색도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전문 뮤지컬 배우인 소냐와 김다현을 기용해 뮤지컬 형식으로 풍성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시도는 신선하게 다가왔지만, 몇 장면에서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특히 갈등의 최정점에서 강렬한 이미지로 표현하는 모화와 욱이의 대치를 듀엣곡으로 편성하면서 되려 그 에너지가 소멸하는 느낌이었어요. 안재훈 감독님은 관객에게 조금 더 다가서기 위해서였다고 하셨는데, 도전적인 시도를 높이 평가하지만 감정선에 맞는 표현방식을 선별적으로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하지만 원작의 힘과 놀라운 표현력이 불어넣은 생명력으로 어느 정도의 아쉬움은 상쇄하는군요.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극대화한 표현으로 전하는 잔인한 운명에 서러운 눈물이 흘렀어요. 전반적으로 개막작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추천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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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 후기가 드디어...👌👌👌...
그러다보니 갈등의 최정점이 그렇게 느껴진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원작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억 나는데..
애니메이션도 잘 나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