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 허기, 광기와 허망의 과거를 막막하게 흩어논 영화

1.영화를 보는 내내 저를 지배했던 감정은 졸음의 욕구와 싸우는 것, 그러다 어느새 느껴지는 허망함과 공포 그리고 허기였습니다.

처음에는 영화의 느린 호흡에 저도 모르게 졸렸습니다. 대관이었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 어느 분이 들어오셔서 살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졸음의 폐허를 지나니 정말 공포스럽고 막막하네요.

18세기에 신대륙에 내가 있었다면 동양인으로써 나도 저런 표정이겠지.? 내가 히스패닉이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지주의 받침돌이었을테고... 중간에 지나가는 소아성애적인 시선도 그렇고 결국 자신이 참여하지 않았던 광기에 젖어가는 붕괴된 관찰자를 바라보는 것은 상당히 지치는 일이었습니다.

2.영화는 감독의 광기적 야심을 곳곳에 드러냅니다. 자연광을 고집하는 실내연출과 더불어 점점 자연의 한 점이 되가는 인물의 대비, 그리고 그 자연에게 경도되다가 질식할 것 같은 미장센은 야심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엔딩에 이르러 광기에 찬 그 장면을 볼때 참 여러생각이 들더군요. 큐브릭의 광기도 저런 불편함이 강요된 것일까? 테렌스 멜릭이 집요하게 잡아내고 있는 순간이 저런 느낌일까 등등 완벽주의라 표현되는 감독들의 성향이 어쩌면 이런 카오스였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100분의 러닝타임을 이렇게 길게 느낄수 있는 마법을 선사하지만 딱히 감정에 젖는다기보다는 뭔지 모를 허기가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보고나서 만족감보다는 참 불편의 느낌이 강해졌지만 사실이기에 마주보고 감내하고 이 영화가 주는 느낌을 잊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구 식민지인의 스페인 편입이 쉬운편이라는 기사가 갑자기 생각나더군요. 속인주의도 넘어서는 느슨한 국적허용이 뭔가 이 영화의 분위기와 묘하게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포터라는 지주와의 시퀀스가 그래서 좀 묘했습니다.

5.볼거리는 참 풍성한데 힘든 영화네요. 빛나는 역사라고 기록해논 과거의 발톱을 이런 리듬으로 보니 좀 버거운 영화였습니다.

 좋은 부분도 분명히 있는데 추천은 쉽게 못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