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온 화이트][익무시사] 동화(스포)
※ 이 글에는 <화이트 온 화이트>의 스포일러가 담겨져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않았거나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다면 이 페이지에서 나가거나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이번주 월요일, 대한극장에서 익무시사로 당첨된 <화이트 온 화이트> GV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이 영화가 난해하다는 얘기를 들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갔습니다. 영화가 난해하기보다는 정적입니다. 정적이라고 불리는 국내독립영화보다 더할 정도로요. 대사가 많지않은데다 장면 하나하나가 길고 풍경이나 사람을 관찰하기만 하다보니 잠들기 좋은 영화입니다. 그래서 중간까지 영화를 보다보면 대체 무엇을 위한 영화인지 아리송해지고 가뜩이나 긴장감 없이 진행되다보니 중간에 나가는 관객들이 꽤 보였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을 보고나서야 이 영화가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건지 감이 잠혔습니다. 사진사로 고용된 백인 주인공이 처음에는 그곳에서 원주민들을 약탈하는 야만적인 백인들의 행동에 치를 떨며 거부했지만 마지막에는 그들에게 동화되어 그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 되어버림으로써 관찰자가 참여자로 바뀌는 비극을 그린 작품입니다. 어찌보면 역사의 기록을 남기는 사람도 절대로 3자로 남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듯이요.
마지막에 주인공이 사냥꾼들에게 지시를 내립니다. 이 장면이 아마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긴장되는 부분이 아닌가봅니다. 이제 그만 사진을 찍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게 만드는 훌륭한 롱테이크죠. 마지막에 안개가 흐르는 장면을 보면서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끝내줍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문득 정성일 감독이 찍은 <백두 번째 구름> 속 한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백두 번째 구름>은 임권택 감독의 <화장> 제작현장을 찍은 영화입니다. 그중 기억에 남았던 부분이 바로 임권택 감독이 특정 장면을 촬영할 때의 모습이었습니다. 영화에서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은 장면임에도 조연부터 단역들의 위치가 잘못되어있고 연기도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세세히 지적합니다. 생각대로 나오지않다보니 계속 배우들에게 그게 아니라고 하면서 해당 장면만 여러 테이크를 거치는 임권택 감독의 모습은 흡사 <화이트 온 화이트>의 마지막 장면을 찍는 주인공 페드로의 모습과도 겹쳤습니다. 그래서 이용철 평론가가 GV에서 얘기한 감독의 입장도 같이 녹여낸 장면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공감이 되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동화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마지막 장면은 뷰파인더를 통해서 보여주는데 그 속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동화(動畵)를 보는 듯하고 현지인들의 방식에 거부감을 느낀 주인공이 그들에게 동화(同化)되어버린 모습도 함께 비춥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가 보여주는 풍경은 마치 동화(童話)속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순수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화이트 온 화이트는 순수한 대지에 발을 디딘 백인들의 추악한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에 같은 단어가 연속으로 쓰였지만 그 의미는 반대라는 씁쓸한 역사적 기록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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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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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만약 식사 뒤에 각성음료없이 봤다면 졸았을거에요😴
총으로 쏘지 않는다고 해서 수탈의 역사에 무고하다고 할 수 있는건지 ㅜㅜ
저는 혼자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였는데 GV가 있어 참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ㅎㅎㅎ
서부개척시대에 비해서 덜 알려져있을 뿐 남미에도 원주민들을 학살한 역사가 있다보니 씁쓸하게 다가왔습니다.
동화란 단어로 중의적인 뜻의 후기 공감합니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후기 정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