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플레이스 2> 스포일러 리뷰
Day 89로 시작하는 1편과 달리 콰이어트 플레이스2는 Day1부터 시작한다. 관객들이 상황 파악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그를 통해 정체 모를 생명체가 어디서 온 것인지, 어떻게 그들의 특징을 파악하게 되었는지 등 안개 속에 가려져 있던 정보들을 유추하게 된다. 집을 중심으로 생활했던 가족은 산머리 넘어 타오르는 불을 발견하고 다른 생존자가 있다는 확신으로 아버지가 뿌려놓은 모래 길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으며 집을 떠난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1편과 2편은 활동반경의 변화 만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1편의 끝에서 에블린이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총을 장전하는 것으로 영화를 마친 것은 피동의 스탠스에서 능동의 스탠스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하릴없이 공격받는 입장에서 벗어난다. 손쉽게 물리칠 수는 없으나 마냥 당하지 만은 않는다.
마커스에게 닥친 불의의 사고로 상황이 어려워진 가족은 친구였던 에밋의 도움으로 한 장소에 다시 머문다. 이전에 살던 집과는 달리 계곡을 넘어 올라온 에밋의 은신처는 라디오가 작동한다. 1편 처럼 계곡이나 폭포는 괴물과 사람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도 단절 시켰다. 라디오 특정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유일한 노래 한 곡이 누군가 보내오는 신호임을 알아챈 리건은 자신의 보청기의 주파수를 전역에 흩뿌리기 위해 홀로 모험을 나선다. 그러다 위기에 처한 그녀를 구해주고 길을 떠나지 않도록 회유하려던 에밋을 설득해 함께 목적지인 섬으로 향한다.
섬으로 가는 길에 벌어지는 일들은 정말 처절하다. 떠난 이 뿐만 아니라 남아있는 이들도 평화롭지 않다. 위험은 넘쳐난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안에 성역은 없다. 특유의 서스펜스는 관객의 호흡을 불안하게 한다. 에블린은 종종 마커스에게 심호흡 하라고 말하는데, 관객에게도 건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마커스에게도 관객에게도 큰 소용은 없다.
사실상 이 영화에 진정한 주인공으로 보이는 리건은 자신이 해야할 일을 알고 두려움을 뚫고 나아간다. 그녀는 여러 인물 중 조용해야 할 이 상황이 처하기도 전부터 조용한 삶을 살아온 유일한 사람이다. 이 사태를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리건을 세상과 이어줄 수 있는 보청기다. 리건과 세상을 잇는 보청기가 저주에 가까운 현실을 이전의 평화로운 일상으로 이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계획을 성공한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주파수로 인해 무력화된 외계 생명체를 쇠막대로 내리쳐 죽인다. 그때 외계 생명체를 내려다 보는 리건의 얼굴은 1편 엔딩의 에블린의 얼굴과 겹쳐보인다. 만약 3편이 나온다면 스탠스가 또 달라져 보다 적극적으로 괴물들을 처단하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1편처럼 2편 역시 호흡이 힘들고 불안을 떨치기가 어렵다. 관객은 그 상황에 처한 것처럼 몰입한다. 지루할 틈이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서스펜스가 같은 방식으로 연출 되다보니 어디서 본 듯한 구태의연한 장면들이 늘어났다. 영화에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요소가 식상하다는 것은 큰 리스크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이유는 같은 위기에 대한 해결 방식이 다르다. 떨어지는 물 뒤로 숨고 숨죽여 지하로 들어가는 대신 총을 쏴 괴물을 날려버리고 산소통을 터뜨려 불을 지른다. 굉장히 통쾌하다. 상대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적 앞에서 무기력하게 당하는 게 아니라 발버둥친다. 발버둥을 넘어서 문제 자체를 뿌리 뽑는다. 이는 보는 이에게 용기와 감동을 선사한다. 만약 누군가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그저 긴장과 불안의 요소만 가득한 스릴러로 본다면 영화의 전부를 본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보며 천천히 음미하고 싶은 그런 영화다.
공포영화 본 뒤에 찝찝함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콰플2는 오히려 기분이 좋아서 대만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