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플레이스 2] 간략후기
2018년 깜짝 대히트를 기록한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속편 <콰이어트 플레이스 2>를 시사회로 미리 보았습니다.
배우로 잘 알려진 존 크래신스키가 감독을, 역시 배우이자 존 크래신스키의 아내이기도 한 에밀리 블런트가 주연을 맡았던
전편은 괴생명체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사투라는 익숙한 설정에 '소리 내면 죽는다'는 기발한 설정을 더하며
전에 본 적 없던 독특한 스릴을 선사하며 제작비의 20배에 달하는 흥행 성적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후 속편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전편이 시리즈 성격을 띤다고 생각하지 않았었기에 처음엔 좀 갑작스럽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3년만에 선보이게 된 속편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그 우려를 완전히 날려버리는,
전편이 보여준 것이 오히려 '빙산의 일각'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와 세계관의 뛰어난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이야기는 정확히 전편의 이야기가 끝난 직후로부터 시작됩니다.
가족을 위한 희생으로 남편이자 아버지 리(존 크래신스키)를 잃었지만, 애보트 가족은 무기를 얻었습니다.
소리를 내는 것은 무엇이든 죽여버리는 괴생명체가 초토화시켜버린 세상을 맨발로 누비는 애보트 가족.
엄마 에블린(에밀리 블런트)은 딸 레건(밀리센트 시몬스), 아들 마커스(노아 주프)에 갓 태어난 막내까지 홀로 지켜야 하는 상황입니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고요함이 지배하는 바깥 세상에서 애보트 가족은 또 다른 생존자 에멧(킬리언 머피)을 만나고,
예전처럼 한 곳에 머물러만 있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살 길을 찾아나섭니다.
이제는 무기도 있는 상황에서 더는 피하기만 하는 것을 거부하고 찾아가고 맞서기로 결심한 그들은,
그 결과 새로운 생존자들과 희망을 만나는 한편 뜻밖의 위험에도 노출되며 더욱 예측할 수 없는 여정으로 향하게 됩니다.
전편의 대성공 이후 나온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전략은 생각보다 정직하고 그래서 오히려 의외로 느껴집니다.
전편과 그대로 맞물려 있는 타임라인 위에서 공간의 이동과 확장이 있고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전편에서 보여준 설정에 몰랐던 디테일이나 뜻밖의 변수를 구태여 추가하지 않고 가능한 그대로 활용합니다.
그러나 식상한 동어반복으로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뜻밖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며 극적 재미에 탄력을 붙입니다.
전편에서 보여준 설정 중 살짝 당황스러울 수 있었던 부분은 이번 편에서 어느새 익숙해져 극의 향방과 완급을 좌우하는 강렬한 장치가 됐습니다.
무엇보다 에블린을 필두로 한 애보트 가족의 태도가 더이상 전편과 같지 않기 때문에, 극은 또 다시 새로워집니다.
전편에서만 해도 세상을 뒤엎어버린 괴생명체들은 저항의 여지가 없이 압도적인 힘을 지닌 존재였습니다. 적이기보다 먹이사슬의 윗단계랄까요.
갑작스레 덮쳐오는 긴장감을 관객에게 사정없이 쏟아붓는 대재앙의 첫째날이 펼쳐지는 오프닝 장면에서만 해도
애보트 가족이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피해서 침묵을 지키는 것이었고, 이는 1편에서도 지속되었죠.
그러나 아버지 리의 죽음으로 더 큰 위험에 빠질 줄 알았던 애보트 가족은 오히려 자신들이 지닌 무기를 깨닫게 되면서
무조건 괴생명체를 피해다니기만 하던 과거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탐험하고 찾아나서는 행보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 몸처럼 똘똘 뭉쳐 다니던 가족은 각자의 살 방도를 찾기 위해 흩어져 다니게 되고, 이 과정이 몇 차례의 교차 편집으로 전개되는데
같은 시간 다른 곳에서 인물들의 동선을 나누어 좇는 정도로 보이던 것이 점점 더 강한 서스펜스로 응집력을 갖게 되는 연출력이 빼어납니다.
그렇게 치밀하게 쌓아올린 후 힘을 발휘하는 서스펜스는 들숨과 날숨조차도 조심스러운 스릴을 선사합니다.
소리를 내는 순간 재앙이 닥치기 때문에 그 어떤 순간에도 숨을 죽일 수 밖에 없는 극중 상황의 긴장감이
극장 안에까지 전달되며 아주 작은 소음까지도 함부로 낼 수 없게 하는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를 형성하는 특유의 감흥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요즘은 방역지침으로 인해 영화관 내에서 음료 외에는 팝콘 등 음식물 섭취가 허용되지 않는 만큼, 그 적막한 긴장감은 더 돋보일 듯 하네요.
(저는 4DX 시사회로 보았는데, 심지어 4DX 효과마저도 소음을 내는 데 매우 조심스러워 하듯 맺고 끊음이 확실한 절제된 효과를 연출했습니다.)
아찔한 침묵이 자아내는 이 영화만의 개성 넘치는 서스펜스는 외부의 모든 소음이 차단되는 극장에서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듯 합니다.
여기에 1인칭 운전자 시점에서 펼쳐지는 오프닝의 추격 장면을 비롯해 인물들의 능력치와 활동 반경이 확대되면서
더욱 다양한 액션 장면이 연출되는 등,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전편보다 한층 본격적인 장르적 쾌감으로 보는 이를 즐겁게 합니다.
여기에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인상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이야기의 중심에 '인간'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처럼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 대개는 생존본능에 몰두하여 동물처럼 야만적으로 변한 인간들이 강조되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는 (물론 그런 인간들이 아주 없는 건 아니나) 주체적으로 자신을 지키고 소중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선한 인간들의 의지가 더 돋보입니다.
특히 남편을 떠나보내며 엄마 에블린이 가족의 유일한 어른이 되고 갓 태어난 막내까지 생기면서 애보트 가족의 성장은 두드러집니다.
청각장애를 갖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약자 취급을 받을 수도 있었던 딸 레건은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고 더욱 적극적으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
과거 야구경기에서 제대로 방망이도 휘두르지 못했던 아들 마커스 또한 괴물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갖추어 갑니다.
갑작스럽게 닥친 대재앙 앞에서 지켜내는 보람보다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더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어른들이 책임감을 되새기고,
절박한 상황 속에서 가능성을 깨달으며 아이들이 자존감을 키워가는 과정은 사뭇 감동적이기도 합니다.
에블린 역의 에밀리 블런트를 비롯해 딸 리건 역의 밀리센트 시몬스와 아들 마커스 역의 노아 주프,
새롭게 등장하는 생존자 에멧 역의 킬리언 머피까지 연기력이 되는 배우들이 고된 액션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섬세하게 변화하는 감정 연기까지 호소력 있게 전하며 관객의 감각을 깨움은 물론 마음까지 움직입니다.
러닝타임이 90분에 불과했던 전편에 이어 이번 <콰이어트 플레이스 2>도 97분의 러닝타임으로 감질나게 이야기를 열고 닫습니다.
신선한 설정과 최소한의 정보로 우리를 놀라게 하고 한편으로는 당혹스럽게 했던 전편에 이어
이번 편에 이르러 어느 정도 적응도 되고 몰입에 탄력도 붙기 시작했는데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선언합니다.
처음 속편이 나올 때에는 '더 보여줄 패가 얼마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나,
속편을 보고 난 지금은 '앞으로 어떤 패가 더 나올까' 쉬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를 이어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안내하는 '플레이스'의 한계는 어디까지일지 궁금해집니다.
추천인 7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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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주에 본 후 정독해야겠어요~~
이 영화의 중심에 인간이 있다는 말씀이 참 공감됩니다
영리하고 멋진 영화였어요 하루 빨리 속편이 보고 싶어요 ㅎㅎ
아껴뒀다 읽어야겠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