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센도] 나는 평화를 원한다 yes or no
에드워드 사이드와 다니엘 바렌보임이 창설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웨스트 이스턴 디바인 오케스트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현실과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그 오케스트라가 실현시키고자 했던 이상을 스크린으로 옮겨 표현하고자 합니다.
이스라엘 출신의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친 팔레스타인 발언이나 폭력에 반대하는 발언들로 인해 극우주의자에게 배신자로 낙인 찍혀 테러 위협에도 시달립니다. 그는 서구에 "오리엔탈리즘"이란 개념을 알린 팔레스타인 출신 에드워드 사이드와의 화합을 통해 전쟁과 폭력이 청년층의 가능성과 가치를 갉아먹고 있는 현실에서 이 오케스트라가 그들이 가진 가능성과 평화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하며 제국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존중을 보여주고자 했던 괴테의 시집에서 이름을 딴 오케스라를 창설합니다.
(서동-서쪽의 동쪽, 오늘 날 중동 지역)
영화는 이 이스라엘 출신의 지휘자를 나치 전범의 아들로, 중동 각지에서 모인 다른 이념과 종교, 이해관계에 있는 청년들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에서 모은 청년들로 바꾸어 보다 한정적이고 집중할 수 있는 사회 문제를 오로지 평화를 향한 염원을 통하여 해소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보여줍니다.
서동시집 오케스트라 창설을 위한 심포지엄이 열린 바이마르 지역과 단원들과 함께 방문했던 부헨발트 수용소는 이스라엘 청년의 조부모가 희생 당한 곳으로, 전세대의 과오를 받아들이며 헌신적으로 용서를 구하는 지휘자의 부모가 일했던 곳으로 대치되며, 살해 위협에도 불구하고 모든 단원이 참석한 첫 공연지 라말라 지역은 주요 팔레스타인 캐릭터가 서안지구 출신인 것으로 현실을 은밀하게 가져옵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를 떨어뜨리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최근의 이스라엘의 폭격 사건을 비롯하여, 가자 지구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서안 지구에 가해지는 폭거들를 보고 있자면 영어에 능통하고 프랑스나 독일 등에 거주하며 어릴 때부터 악기를 매일 연습하는게 큰 고통이었던 이스라엘 출신 단원들이 영어에도 미숙하고 폭발음과 매캐한 연기 속에서 악기 연습을 하며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출입을 검사받는 팔레스타인 출신 단원들에게 살인자 테러리스트라 호명하며 일방적인 피해자로 행세하는 모습들은 역겹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분명하게, 나치의 후손이라는 이름을 짊어지고 굳이 고행을 걸으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지휘자를 통해 이 분열된 청년들에게 말합니다. 나는 평화를 원한다. 그렇다 아니다 어느 쪽인가
실제로 다니렐 바렌보임은 연습 후에는 단원들과 중동의 역사나 정치에 대한 토론을 자율참여로 진행하였다는데 영화 내에서도 이 청년들이 스스로 서로를 인지하고 바라보며 물려받는게 아닌 스스로 가치관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합니다.
악기 하나만 갖고 떠난 소년과 악기없이 자기 짐만 챙겨 떠난 소녀의 길이 어떠할지 충분히 예상되는 바이나 그럼에도 이 평화를 위한 화합을 응원하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습니다.
영화에서 특히 중요하게 연주되는 두 곡, 드보르작 9번 교향곡과 라벨의 볼레로는 지금 당장 상황이 나아지지 않더라도 지금 당장 선택하고 행동하며 평화를 응원할 것을 주장하는 거 같습니다.
다른 악장에 비해 평화롭고 목가적인 선율로 진행되는 <신세계로부터> 2악장은 드보르작의 고향을 그리워 하는 마음을 민요풍의 선율로 그리며, 고향을 향한 그리움으로 맹목적인 혐오로 전쟁을 치루는 두 국가의 청년들이 드디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음악을 듣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이 목가적인 선율을 연주하는 잉글리쉬호른 연주자가 강경하게 평화는 불가능하다는 측인 것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반면 프랑스 작곡가 라벨이 이국적인 선율에 관심을 갖고 스페인 무곡에 영감을 받은 <볼레로>는 다른 악기들에 비해 그다지 주목 받지 못하는 작은북으로부터 시작하여 악기들이 하나씩 더해지며 규모를 키우는 곡입니다. 계속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지만 각 악기의 솔로가 더해지고 조화를 이루며 점차 규모를 더해 소리를 완성해 나갑니다. 보통 연주 이후에 몇 몇 연주자들이 박수를 받는데 비해 볼레로는 거의 모든 파트의 연주자들을 조명하고 15분 내외 동안 점차 세기를 키워가며 같은 박자로 같은 리듬을 연주하는 작은북 연주자에게 가장 큰 박수를 주는 곡이기도 합니다. 그 어떤 곡보다 한 명 한 명의 역할이, 커 보이지 않은 한 음 한 음이 중요해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이 곡은 서로의 소리를 이해하고 자기 몫을 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곡입니다. 매일 매일의 노력을 통해서 완주할 수 있죠.
당장 해결되지 않는다고 해서 내 다음, 그 다음 세대에게 다 떠넘길건가? 지금 당장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려 행동해라. 평화가 불가능하다 생각하든 가능하다 생각하든
계속해서 같은 선율을 연주하지만 악기가 추가되며 변화하고 ppp에서 fff까지 점차 소리를 키워가는(크레센도) 하며 대단원을 맞이하는 <볼레로>처럼 지금은 작게 본인만 아는 것일뿐이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알고 동참하게끔 인도하는 영화였습니다. 달라지는게 없어 보여도 조금씩 그 울림은 커지고 있다는
음악 연주는 많지 않고 (솔직히 음악영화에 기대할만한 엄청난 실력이지도 않긴 합니다 😅) 성장영화에 가까운 거 같습니다.
오케스트라 단원은 주요 캐릭터 4명 정도를 제외하면 악기로만 호명되는 걸로 보아 정말 연주자인거 같기도 한데 어떻게 캐스팅 한 건지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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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땜에 이제야 리뷰들 찾아읽고 있습니다. ㅎㅎ
실화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했는데 해소가 좀 되네요.
음악쪽으로 리뷰해주신 분이 또 있을줄이야...
미천하지만 음악정보 포함된 리뷰 함 추천드려봅니닷! ^^
https://extmovie.com/movietalk/66331563
원작이 된 다큐영화가 있던데.. 같이 보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