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플레이스> 스포일러 리뷰
영화는 영문 모를 사건이 발생한 후로부터 89일 째임을 알리며 시작한다. 가족이 다함께 소리를 죽여 식료품 가게를 들렀다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막내를 급작스러운 괴물의 습격으로 잃는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엄마는 임신을 했고 아버지도 꾸준히 외계생물체에 대한 연구를 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장녀를 위한 보청기도 수없이 많이 만들었다. 비록 제대로 작동을 하진 않지만. 아들을 데리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탐색하고 또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아버지에게 장녀는 서운함을 느낀다. 항상 본인을 데려가지 않기에. 장녀는 막내 동생을 잃은 곳까지 걸어와 사진들과 장난감으로 그를 추모한다. 장난감이 쌓인 갯수와 사진들로 미뤄볼 때 죄책감이 느껴질 때마다 찾아온 듯 보인다. 엄마는 모빌같이 작은 부분부터 산소통과 관의 모양을 한 요람같은 큰 부분까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만반의 준비를 마친다. 아버지와 동생이 생선 등 먹을 것을 챙겨올 쯔음 엄마의 진통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부주의로 촉발된 사고로 인해 엄마는 소리를 지르게 되고, 눈이 보이지 않지만 극히 작은 소리에도 반응하는 외계생명체가 찾아온다. 고군분투를 벌이며 힘겹게 도망치고 싸우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시킨 폭죽으로 인해 겨우 아이를 낳는다. 아버지는 아이와 부인을 함께 안아 들고 따로 마련해둔 지하방으로 숨는다. 엄마 역시 막내를 잃은 게 아직까지 상처로 남아있기에 다시 한번 아이들을 지킬 수 없다면 진정한 부모가 아니라고 말한다. 폭죽이 터지는 것을 보고 집으로 황급히 돌아온 딸은 동생이 떨어뜨린 랜턴을 발견하는데 아버지가 해준 보청기가 귀를 괴롭힌다. 다만 다른 존재도 괴롭힌다는 사실은 아직 알지 못한다. 아직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둘은 옥수수 사일로 위에서 불을 지피며 자신들의 위치를 아버지를 향해 알린다. 아버지의 사랑을 의심하는 누나는 동생을 구하러 오는 것이지 자신을 구하러 오는 게 아니라고 말하며 동생과 다투다 동생이 사일로 안으로 빠진다. 철로 만들어진 문짝이 떨어졌기에 당연히 큰 소리를 내게 됐고 괴물을 자극한다. 괴물이 사일로를 뚫고 찾아와 해치려는 순간 보청기로 인해 괴로워하며 다시 돌아간다. 그새 도착한 아버지와 만나 집으로 돌아가던 중 벌목 도끼를 챙기려던 도중에 습격을 받아 아버지가 쓰러진다. 아버지의 트럭에 숨어있던 아이들까지 타겟이 되지만 아버지의 희생으로 남매는 간신히 탈출한다. 그틈에 차를 몰고 집까지 돌아온다. 엄마와 만나 아버지가 들어오지 말라던 지하로 함께 들어와 아버지의 흔적들을 발견한다. 뒤늦게 사랑을 느낀다. 소리에 자극 받은 괴물이 다시 침입을 하게 되는데, 그 순간 보청기가 장녀를 괴롭히는 동시에 괴물에게 공격을 가한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다. 딸이 기지를 발휘해 마이크에 보청기를 갖다대자 스피커로 나오는 소음에 패닉이 된 괴물을 엄마가 샷건으로 처리한다. 총소리를 들은 여러 마리의 괴물들이 달려오는데 마이크 음량을 최대로 키우고 보청기를 마이크에 다시 갖다댄다. 엄마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샷건을 장전하며 영화가 끝난다.
평범한 인간의 힘으로 맞설 수 없는 괴물이 인간을 공격한다는 설정은 사실 기존의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뤘기에 새로울 것은 없다. 그러나 이전의 영화들이 보여준 것과 다른 점들이 많다. 삼남매 중 맏이인 딸이 귀가 들리지 않고 말을 할 수 없다는 것, 따라서 가족들은 수어로 이야기 한다는 것이 새롭다. 가족들이 전부 주연으로 나오지만 어쩌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장녀인 리건 애보트(밀리센트 시먼스)인지도 모른다. 조용해야할 상황에 처하기 전부터 조용했던 유일한 인물이기에. 또한 무적으로 보이는 괴물을 퇴치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을 알고 있다는 면에서 그녀는 영화의 핵심이나 다름없다. 세상의 종말에 버금가는 재앙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서스펜스는 시종일관 관객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괴물이 등장하는 동안 뿐만 아니라 화면에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올 것만 같은 생각에 맘편히 숨 쉴 수 없다. 영화보는 내내 불안하고 긴장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연출과 편집 덕분이기도 하지만 배우들의 호연 덕분이기도 하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에밀리 블런트의 출산 씬이다. 아이가 곧 나온다는 것은 소음이 불가피한 상황을 직면하게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뜻밖의 사고로 소리를 진작 냈기에 괴물은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 상황에서 출산을 해야한다는 것. 지켜보는 것만으로 절망적이고 포기해버리고 싶은 상황이다. 에밀리 블런트만큼 관객들 역시 체력을 소진하고 만다. 극 중에서 인간은 내내 비참하게 당한다. 완력의 차이는 물론이고 무기도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 때문에 오로지 조용하고 조심하며 살아가는 데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다. 두 발로 갈 수 있는 곳과 그럴 수 없는 곳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 한계를 깰 수 없다는 무력함과 현실을 타파할 수 없다는 좌절감이 스크린 전체를 감싼다. 때문에 장녀의 보청기와 엄마의 샷건으로 괴물을 처치했을 때 쾌감은 어떤 것을 쏘았을 때보다 몇배나 더 컸다. 더이상 피해다니고 숨어 지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기는 순간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후속작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던 것은 마지막 장면에서 에밀리 블런트가 카메라를 보고 지은 표정 때문일 것이다. 물론 2도 많은 기대와 사랑을 받았지만 시리즈가 이어지지 않고 그대로 끝났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확히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그 뒤 상황이 어떻게 되었을지 온전히 관객들의 상상의 영역으로 두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굉장히 재밌게 본 영화라 2편이 나오자마자 극장을 찾았다. 많은 궁금증과 의혹이 해소되고 인물들의 스탠스가 보다 공격적으로 바뀜으로써 3편을 기대하는 이들도 늘었으나 1편 만큼 잘 만든 것 같지는 않아 아쉬웠다. 때로는 아쉬운 것을 해소하려는 노력보다 그대로 남겨두는 게 더 좋은 결과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뭐 말은 이렇게 해도 3편이 나오면 뒤도 안 돌아보고 재빨리 극장을 찾겠지만.
니콜라요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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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네가 안 봤다 그래서 같이 봤는데 또 봐도 재밌는 영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