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플레이스2] 세계관 확장을 위한 과도기 (스포)
1편의 엄청난 흥행에 힘입어 2편은 이야기 규모로도, 공간적으로도, 예산 측면에서도 확장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한 것처럼 어느 정도 허술해도 넘어가 줄만했던 부분들을 이야기의 뼈를 지키는데 집중하기 위해 굳이 메꾸려 하지 않아 더 눈에 들어옵니다(아니 그걸 알고 있었으면 진작에..!!). 그럼에도 짧은 러닝타임 동안 편집과 사운드 디자인이 만들어내는 서스펜스에 다시 한 번 눈감아 줄 마음을 갖게 합니다.
마지막 평화로 시작하는 속편은 이미 그 날 이후의 세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괴생물체가 존재하지 않는 시점임에도 일련의 소음에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며 영화가 선보이는 '콰이어트 플레이스'에 관객이 동참하게 만듭니다.
감독의 인터뷰로 언급되었던 외계생명체라는 가설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며 괴생물체의 정체가 앞으로 더 밝혀질거라는 기대감과 함께 전편에서 아름답고 슬픈 메시지를 남긴 리를 등장시키며 전편의 애틋함을 속편으로 가져오기도 합니다.
1편에서 가족을 중심으로 했던 이야기는 각기 다른 특징과 형태를 지닌 집단들의 등장으로 무대를 도시 바깥으로 확장합니다.
동시에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영웅 서사시처럼, 리와 에블린이 전편에서 아이들에게 주지시켰던 바를 래건과 마커스가 실현시키며 세대교체를 암시합니다.
아버지를 대체하는 (그러나 아버지 역할이 아닌 공동체의 어른으로서 아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에밋이나 보우 나이 또래로 보이는 새로운 아이들의 등장은 이 세대교체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일부 시민과 군인이 도피한 섬의 존재와 군인인 듯한 가족이 있으면서도 도피 사실을 몰랐던 에밋의 사정은 또 어떻게 연결될건지, 다음 편에서는 드디어 군대가 나올것인가
새로운 장을 앞두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시점에서 끝나는 2편은 더 거대해진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일종의 청정지역으로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섬의 모습은 육지와 너무 달라 충격적이기까지 했는데 빈부격차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전염병이나 전쟁 등의 위험에서 부자들은 이미 청정지역에 마련해 둔 도피처나 쉘터로 숨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섬의 안온과 일상이 너무나 그 문장 그대로라(실제로 코비드 바이러스를 피할 목적으로 테넷에 나오는 거 같은 호화 요트는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고 인구 밀집 지역을 벗어나 휴양지에 머무르는 부자들이 늘고 있죠), 오히려 바로 받아들이는 등장인물들이 저보다 충격을 덜 받은 거 같았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lp판을 소장해두고 1년 반 정도가 지난 시점까지 식재료를 비롯한 물자 부족을 못 느끼고 있는 점 등에서 영화 내에서도 인근 섬에 별장을 두고 몇 년 치 여유 물자를 둘 수 있는 상류층들인 건 아닐까 싶긴 했습니다.
사운드 디자인이 정말 훌륭했고 음악도 좋았습니다. 특히 크레딧 엔딩에 흘러나오는 관악기가 만드는 사이렌 소리 직후에 내달리는 타악기의 선율은 영화가 끝나며 풀린 긴장을 다시 잡게 만들었습니다.
시사회를 상영한 20관의 벽면 조명이 붉은색이어서 크레딧과 함께 켜진 붉은조명에 한 번 놀라기도 했습니다 ㅎ (나오자마자 걸음 조심이라는 안내문구가 보여서 웃음이 나기도. 괜히 조용히 걸어본)
사운드가 중요한만큼 침묵도 중요하기에 이 잡음 없는 무음의 순간도 표현할 수 있는 피지컬을 갖춘 극장에서 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킬리언 머피는 그 목소리랑 눈 때문에 바로 알아보긴 했는데 이렇게 옆집 아저씨같은 모습은 처음 보는 거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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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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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 않았겠는데 희한하게 코로나 시국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놀랐어요. 개봉 타이밍도 그렇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