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보스니아 내전에 대해 찾아보게 만든 <쿠오바디스 , 아이다> 초강추합니다! 오늘 감독 참여 GV도 있어요.
<쿠오바디스, 아이다> 메인 포스터
야스밀라 즈바니치 감독 참석 GV 행사 내용
<쿠오바디스, 아이다>의 장면들
제가 몇 일전에 야스밀라 즈바니치 감독의 <쿠오바디스, 아이다>를 봤는데요. 너무 큰 감동을 받았어요. 영화가 끝나고 나서 가슴이 먹먹하더라구요. 올해 최고의 개봉작 중의 한 편이었고 이 영화가 올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지 못한 게 동의가 안됐어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서 집에 가서 몇 시간 동안 보스니아 내전에 대해서 찾아보고 비로소 보스니아 내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되었네요. 예전에 다니스 타노비치 감독의 <노 맨스 랜드>나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언더그라운드> 등 보스니아 내전과 관련된 영화들을 봤었으나 부끄럽게도 보스니아 내전에 대해 한번도 제대로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어요. 그런데 <쿠오바디스, 아이다>를 보고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구요. 어떻게 전쟁 전에 스승과 제자였고 친구이고 이웃이었던 사람들끼리 그런 학살을 자행할 수 있었는지 믿기지가 않았어요. 세르비아군으로부터 보스니아 사람들을 보호하고자 파견된 UN 평화유지군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면서는 분통이 터지더라구요.
이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해요. UN 평화유지군이 스레브레니차에 주둔하는 가운데 평화유지구역으로 알려진 그 곳까지 세르비아군이 보스니아 사람들을 위협해오자 UN군 기지 앞까지 수많은 보스니아 사람들이 몰려오죠. 그런데 UN군은 기지가 피난민들로 꽉 찼다고 하면서 어느 시점부터 보스니아 사람들의 출입을 막아요. 이렇게 되자 UN군 통역관으로 일하고 있던 아이다는 UN군 기지 안으로 그녀의 남편과 두 아들을 들여보내고 세르비아군으로부터 그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돼요.
<쿠오바디스, 아이다>는 <그르바비차>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야스밀라 즈바니치 감독의 영화인데요.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올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후보로 오르기도 했었죠. 개봉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홍보의 문제 때문인지는 몰라도 관객수가 너무 저조해서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구요. 이렇게 훌륭한 영화가 묻히는 걸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익무 회원님들께 강력히 추천하고자 이 글을 올리게 됐어요.
몇 일 전 <크루엘라>가 개봉을 했고 호평 가운데 흥행을 하고 있던데요. <크루엘라>가 여성 서사 영화로 호응을 얻고 있는 측면이 있다면 <크루엘라>를 보시는 분들이 <쿠오바디스, 아이다>도 꼭 봐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요. 장담컨대 빼어난 여성 서사 영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쿠오바디스, 아이다>는 10만 명 이상의 관객들이 봤던 <벌새>,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 절대 뒤지지 않아요. 주인공 아이다 캐릭터는 입체적인 면모를 갖고 표현되고 있으며 아이다 역을 맡은 야스나 두리치치의 연기도 베니스영화제에서 수상하지 못한 게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뛰어나요. 적어도 저는 여성의 시선으로 그려낸 전쟁영화라고 친다면 <쿠오바디스, 아이다>만큼 탁월한 완성도를 가진 작품을 이전에 본 기억이 거의 없네요. 여성 서사 영화들끼리 차별하는 게 아니라면 <쿠오바디스, 아이다>가 관객들에게 외면받을 이유가 없다고 봐요.
<쿠오바디스, 아이다>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건 즈바니치 감독의 섬세하고 절제된 연출력이었어요. 이 영화는 8000명 이상이 사망한 '스레브레니차 집단 학살'이라는 비극을 다루고 있지만 이런 소재의 영화에 등장할 법한 자극적이거나 스펙터클한 장면이 하나도 없어요. 군중들이 모여있는 장면들이 있기는 하지만 상황 묘사를 하기 위한 정도이지 특별하게 스펙터클하게 연출되지 않았어요. 이 영화에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장면은 지극히 평온한 풍경 속에 울려퍼지는 총성이었는데요. 누구나 찍을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구도의 쇼트였지만 그 쇼트만큼 잔인하게 다가오는 순간이 없었네요. 누군가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한 순간을 보내는 동안 누군가는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만큼 전쟁의 비극성을 보여주는 방법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 영화는 바로 그걸 보여줘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요. 이 영화는 뜨거운 모성의 힘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로는 시종일관 냉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비극의 역사를 응시해요.
그밖에도 이 영화의 훌륭한 점에 대해서 더 말씀드릴 수 있으나 저는 이 글에서 무엇보다도 여러분들의 마음에 호소하고 싶네요. 제가 이 글의 서두에서 난생 처음 이 영화를 보고 보스니아 내전에 대해 몇 시간 동안 찾아봤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사실 저는 이 영화가 그렇게 제 마음을 움직였다는 사실 하나만 갖고도 추가로 이 영화를 추천드릴 이유를 떠올릴 필요가 없다고 봐요. 이건 정말 드문 일이거든요. 제 스스로도 저를 보고 놀랐으니까요. 그리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지금도 아시아에서 '스레브레니차 집단 학살'과 같은 일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잖아요. 부디 앞으로 이런 살육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마침 5월 29일 저녁 6시에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야스밀라 즈바니치 감독이 화상으로 참여하는 GV 행사가 있다고 하네요. 전에 보니까 김소미 기자님이 진행도 참 잘 하시던데 이번에도 기대가 돼요. 제 글을 읽으시고 마음이 동하신 분이 계시다면 이 행사에 꼭 참여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이 행사에 참여가 힘드실 경우에 시간 되실 때 이 영화를 꼭 보시기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저는 즈바니치 감독의 영화를 처음 봤는데요. 영화를 정말 잘 만들더라구요. 조만간 <그르바비차>도 볼 생각이에요. 앞으로 야스밀라 즈바니치 감독의 행보가 기대가 되는만큼 영화팬들이라면 미래에 거장이 될 만한 감독의 신작인 <쿠오바디스, 아이다>를 찾아볼 이유도 충분한 것 같아요.
익무 게시판에 이런 마음으로 추천하는 글은 처음 올리는 것 같아요. 부디 저의 이런 간절한 마음이 익무 회원님들께 전달되었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칠께요.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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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홍보의 문제 때문인지는 몰라도 관객수가 너무 저조해서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구요...
그 이유 알겠더라구요. 지금 시기가 코로나라 다들 스트레스 받고 있는 상황이고 머리 아픈 영화 더더욱 싫어하는 경향이 뚜렷해서 제 한몸 면역 지키고 1년 넘게 국가가 마비된 반 전시상황인지라 개봉시기가 너무 안좋아요. 내년 즈음해서 평온해지고 마음의 여유가 생긴 다음 개봉했으면 지금같이 관객몰이가 힘들지는 않았을것 같아요. 저도 목요일날 2주차 될때 봤는데 용산 박찬욱관 임에도 저 포함 5명도 안됐어요. 영화 안보고 2주차 포스터만 받으러 온 분도 전혀 없었고요.
이 영화에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장면은 지극히 평온한 풍경 속에 울려퍼지는 총성이었는데요. 누구나 찍을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구도의 쇼트였지만 그 쇼트만큼 잔인하게 다가오는 순간이 없었네요…
마지막 즈음에 남자들만 모아서 밀실에 가둬두고 울리는 따발총소리… 트럭에 개끌고 가듯이 모아서 끌고갈때 대략 짐작은 했고 영화같은 일이 벌어질거라는 극중의 무시무시한 대사도 있어서 설마설마 했는데 역시나 더군요.
저도 보스니아 내전. 이 정도만 알고 있었지.. 이런 내막이 있는 줄은......
저번 주에 영화로 접하고 검색해서 막 찾아봤습니다.ㅠ
글 잘 봤습니다. 아무래도 무거운 소재이기도 하고 그래서 관심들이 적나 봐요.
감독 GV 관심이 생기네요.
오늘 보러 가신다니 기대하셔도 좋아요. 역사적 비극을 다룬 만큼 가벼운 영화는 아니에요. 그래도 최대한 차분한 시선과 절제된 묘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충분히 보실 수는 있어요. 영화 잘 보세요. 후기도 올려주시면 잘 읽을께요. ^^
온라인 감독 gv도 하는군요. 영화는 정말 강추 영화더군요.
언급하신 것처럼 UN 평화 유지군의 무기력하고 무능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속에서 열불이....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하는 작품입니다.
깊은 의미를 이 영화가 안겨준 듯, 글에 '뚝뚝' 묻어나오는군요
이 영화의 실제적인 이야기는 얼마 전 벌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끝모를 참극이 되겠군요
아실지도 모르지만 더불어 추천해 봅니다 :)
종군기자인 제임스 낙트웨이James Nachtway를 담은 크리스티앙 프레이의 다큐 '전쟁 사진가 War Photographer(2001)'도 보시면 또 다른 시선이 보일 듯 합니다
전쟁 전에 스승과 제자였고 친구이고 이웃이었던 사람들이 적대하는 관계로 변하는게 마치 예전의 6.25를 보는 것 같아서 남일같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얘기가 떠오르더군요.
정말 머리 한방 맞은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