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팔12님 나눔)파이프라인-후기
최근 몇몇 영화를 보며, "한국형 오락영화"라는 단어가 필요한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적당한 범죄와, 그에 따르는 배우들의 기능적인 배치, 이를 추구하여 심화해가는 과정,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암투, 거기에 감초로 더해지는 코미디까지. 적절한 반전이 더해지면, 이게 바로 "한국형 오락영화" 아닐까 싶은. 최근 <도굴>이나 오늘 말씀드릴 <파이프라인>이 딱 여기에 속하네요. 건드려 보면 훨씬 더 많은 영화가 나오기는 할 겁니다만.
우선 범죄를 다루는 영화에서,
보통은 케이퍼 무비라 부르면, 범죄영화에서 심화하여 그 하위로 범죄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를 지칭합니다. 그런 까닭에 범죄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부각합니다. 이 역시 하나의 장르로 굳어지며, 팀업무비에서 극단적 범죄 양상과 함께 이를 상쇄할 반전을 통해 단순히 범죄를 다루는 것에서 나아가 쾌감을 전합니다.
한국 영화 중에서는 <범죄의 재구성>이나 <도둑들>이 떠오르네요. 일본 영화에서는 저는 <까마귀의 엄지>를 일단 추천하고요. 아, 이건 영화보다는 책으로 보시기를 권합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오션스 시리즈.
물론 <범죄도시>나 <청년경찰> 같은 아주 독특한 형태의 한국 영화가 있다는 사실은 물론 간과하면 안 될 겁니다만.
이러한 전통적인 케이퍼 무비에 한국식 코미디가 붙으면 보기에 따라 매우 독자적인 영화가 탄생하게 됩니다. 물론 여기서 하나 더 붙으면 완전한 "한국형 오락영화"로 탈바꿈합니다. 바로 신파, 라고 부를 눈물입니다. 눈물샘을 자극해서 마지막에 가서 울려 버린다면 화룡점정이 되네요.
이제 <파이프라인>을 봅니다.
이 영화는 <도굴>과 상당히 유사한 구조를 가졌습니다. 코드 진행이 같아서 마치 표절처럼 여겨지는 음악을 듣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물론 절대! 이 영화가 <도굴>을 표절했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는 마십시오.
<파이프라인>에는 "범죄"가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범죄를 위해 모인 팀이 있습니다. 캐릭터는 그들 각각의 기능으로 서로는 침범 불가한 능력을 가졌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팀이 되고, 어떤 범죄를 진행해 가는지를 영화는 낱낱이 보여줍니다. 여기에 소위 화장실 개그로 퉁칠 수 있는 어디선가 보았으나 언제나 먹힐지 "모를" 개그가 들었습니다. 팀의 갈등이 전면에 부각하고 고조하며 관객에게도 적당한 긴장을 줍니다. 그리고 캐릭터의 배경을 통해 나름 눈물도 유발하려 듭니다.
야 이거 완전히... "한국형 오락영화" 아닐까 싶은.
그러나. 그래서.
결론하자면.
제 개인 소회는, 많이 보았고 그래서 낯익어 웃음은 드물어지고 감정 역시 상쇄해가는, 그래서인지 눈물은 말라 안구건조를 유발하는, 한국형 오락영화의 "안타까운" 버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액션도 코미디도 더 나갔어야 하지 않았을까. 거기서 거기이다 보니, 어느 하나 눈에 띄지 않아 참 아쉬웠답니다. 특히 영화에서 자주 보지 않았던 "새 배우들"이 "헌 연기"를 해버려서, 조금 저는... 음, 하게 되었던.
어쨌든 이런 코로나19 시국에 많은 상영관을 확보한 만큼 흥행하시기를 바랍니다.
나눔해 주신 이사팔12님께 거듭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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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영화를 케이퍼 무비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맞을까 싶은 생각을 했어요.
케이퍼 무비는 각 전공분야 전문가들을 스스로 조직해서 최고의 환상과 호흡으로 빌런의 뒷통수를 치는 통쾌함이 있어야하는데
이 영화는 어떻게 빌런이 짜준 판으로 억지로 끼워맞춰 밀고가다보니 케이퍼 무비로써의 첫단추부터 잘못 낀게 아닌가 싶었어요.
어쩜 그 또한 뻔한 케이퍼 무비 공식이라 할지 모르지만 어설픈 공식깨기 보다 그렇게 해서라도 제대로 만들었어야 하지 않나 싶더라구요~
어제 푸 님 글도 지하철에서 살짝 봤었어요. 저는 많이 공감했답니다.
처음 보는 얼굴의 배우들이 꽤 튀는 역할을 하던데.. 배우 탓하고 싶진 않고 좀 더 관록 있는 배우였으면 관객이 몰입하기 더 좋았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