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국경·플랫폼 넘어 경계를 베어낸 '귀멸의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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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한 콘텐츠를 여러 플랫폼에서 파는 ‘미디어믹스’에서도 놀라운 성적을 내고 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도 지난해 10월 개봉한 뒤, 10일 현재 관객 2980만명, 수입 399억엔(4131억원)을 기록했다. 종전 최고 기록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년·316억엔)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115엔짜리 <귀멸의 칼날> 커피 28종 세트가 5600엔에 중고거래되는 등 오타쿠들을 상대로 한 ‘오타쿠노믹스’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달까진 주인공들을 그린 그림으로 전국순회 전시회까지 열렸다. 최근에야 이름과 나이, 성별 같은 정체 일부가 겨우 알려진 작가 고토게 고요하루가 코로나19 극복을 응원하기 위해 탄지로와 여동생 네즈코를 등장시킨 그림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귀멸 신드롬’이 일본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은 지난달 23일 북미 영화관 1600여곳에서 개봉해 개봉 첫 주말 3일간(23~25일) 2114만달러(238억원)를 벌어들였다. 역대 북미 개봉 외화 최고 오프닝 기록이다. 개봉 2주차에는 아예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다. 반일 불매운동 분위기가 남아있는 국내에서도 <귀멸의 칼날>만큼은 예외로 취급되고 있다. <교보문고> 주간 베스트셀러를 보면, 만화책 <귀멸의 칼날> 최종화(23권)은 지난달 출간된 뒤 최근 4주 연속 종합부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만화책이 교보문고 종합판매 1위를 차지한 것은 지난 2014년 <미생>(윤태호) 이후 7년만이다.
지난 1월 국내 극장 개봉한 애니메이션도 12일 현재 국내 관객 196만명을 동원하며 윤여정 주연의 <미나리>(109만명)를 제치고 올해 흥행 2위에 올라있다. 20~30대 엠제트(MZ) 세대와 여성이 더 열광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교보문고가 분석한 <귀멸의 칼날> 구매층은 20~30대가 55.6%, 여성이 68.1%에 이른다.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선이 악을 무찌르는 단순명료한 내용이 무기력한 코로나19 상황에서 패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공감을 끌어냈을 것”이라며 “국내 2030세대의 호응이 높은 것은 ‘반일 감정은 그것대로 따지되, 내가 끌리는 것은 한다’는 세대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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